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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칠곡군 팔공산 한티순교성지 (평산아카데미에서 걸어서)

by 취생몽死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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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한티재에 위치한 한티순교성지는 아마도 우리나라 최대의 천주교 성지이자 교우촌일 것입니다. 1815년 을해박해 때부터 형성되어 오다가 1868년 오페르트 도굴 사건이 벌어지며 대원군에 의해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참살당하는 역사가 전해집니다.

 

한티 가는 길

보통 한티순교성지에 갈 때는 차를 몰고 한티재 고갯길로 가면 되지만 이날은 신세계병원연수원(평산아카데미)에서 걸어서 가봤습니다. 이 길은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의 45.6km 성지순례길 중 일부 구간으로 약 1.2km 정도의 도보 코스이기 때문에 걷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신세계병원연수원

 

찾아갈 때는 내비에 신세계병원연수원을 입력하고 가면 됩니다. 가는 동안 도로가에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으니 눈치껏 주차를 하면 되겠습니다. 저는 평일에 왔더니 신세계병원연수원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병원연수원 안에 잠깐 주차했습니다.

신세계병원연수원 앞을 흐르는 계곡물

 

신세계병원연수원 앞에 있는 다리 밑으로 계곡물이 흘러가고 도로 한쪽에 산책로 입구가 보입니다. 산책로 초입은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 있어 걷기에 너무 편하고 그 옆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한티순교성지 가는 길에 이렇게 멋진 계곡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신세계병원연수원 앞 다리
산책로 초입
한티가는길 나무 데크
산책로 옆을 흐르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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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들렀던 기성계곡

한티순교성지에서 내려오는 이 계곡은 동명면 기성리를 지나 동명지로 흘러들어갑니다. 가는 길에 팔공산 순환도로를 달리다 보면 기성계곡 쉼터가 있는데 잠깐 들렀습니다. 쉼터 앞에는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고 "기성계곡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 권고기준 초과 물놀이를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2019년부터 걸려 있었는데 사시사철 대장균 초과란 말인가?

팔공산 기성계곡 현수막

쉼터 분위기는 나쁘지 않고 물소리도 시원하고 좋은데, 대장균 초과라는 건 팔공산에 농가가 많아서 그런 것일까요? 내려가보지는 않고 위에서 잠시 내려다보니 물빛이 그리 청명하지는 않습니다.

동명 기성쉼터
동명 기성계곡


 

계속 걷다보면 데크 로드는 일반 흙길로 바뀌지만 길 옆으로 계곡물은 계속 흐릅니다. 사방댐을 지나서 득명농장이 나오면 나무문이 보이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면 됩니다. 문 앞에는 한우를 방목 중이니 문을 꼭 닫으라고 써놓았네요. 그러고 나서 또 하나의 나무문이 나오는데 열지는 못하고 조그만 통로 안으로 몸을 숙여 들어가야 합니다.

한티가는길 옆을 흐르는 계곡
데크 로드가 끊기고 흙길이 시작된다
사방댐과 득명농장
첫 번째 문과 두 번째 문
감전주의

 

한티성지입구 0.6km라는 이정목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한티순교성지라고 적힌 경계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부터 한티순교성지이지만 피정의 집이 있는 곳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합니다.

한티순교성지 경계

 

1946년 찍었다는 오래된 사진 하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안드레아와 서씨 형제가 동명까지 내려갔다 오던 중 촬영한 거라 합니다. 그리고 계곡 옆으로는 소원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
소원문과 계곡

 

한티순교성지 위에서부터 계곡물이 계속 내려오고, 주변에는 억새와 밤나무가 많습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너무나도 한적한 길이라서 가을을 만끽하며 걷기에 그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새와 밤나무
정자 하나
분위기 있는 억새길

 

밤나무 - 억새마을[한티공소] - 피정의 집

드디어 한티순교성지 본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순례자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가봅니다. 성당 아래에는 잔디가 넓게 깔려 있는데 큰 밤나무 한 그루가 정말 멋집니다.

보이기 시작하는 한티순교성지
한티순교성지의 밤나무
한티순교성지의 성당

 

밤나무 아래로 가봤지만 이상하게 밤은 열려 있지 않습니다. 성당 아래쪽에는 십자가 조각상들이 여러 개 비치되어 있고 한쪽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평화로이 서 있습니다.

성당 밑 잔디밭과 밤나무
성당 아래 십자가상
잔디밭과 밤나무
성모 마리아상

 

성당에서 한티공소라고도 하는 억새마을로 향합니다. 한티공소는 1868년 대대적인 참살 이후 살아남은 교인들이 새로 마을을 시작한 곳입니다. 이곳은 이후 6·25 동란 중 다부동 전투가 치뤄지는 동안 북한군이 머무는 등 전쟁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티공소에 있는 가옥은 모두 억새로 만든 초가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억새마을 한티공소
한티공소

 

억새로 만들어진 초가가 정말로 특이합니다. 오랜 옛날부터 이 주변에는 억새가 많았나 봅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삶이 잠시나마 느껴지는 듯합니다.

한티공소 억새초가

 

우물과 장독, 장작 등 세간살이들이 눈에 띄지만 사람은 살지 않습니다. 초가 벽면 옆에는 멍석이 매달려 있고 뒷간 옆에 심긴 밤나무에는 밤송이가 익어가네요.

멍석
장독
먼저 익은 밤송이

 

억새마을을 지나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한티순교성지에서 가장 큰 건물인 피정의 집이 있습니다. 피정의 집은 건물이 정말 길고 커서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습니다.

피정의 집 가는 길
한티순교성지 피정의 집
정말 기다란 피정의 집

 

피정의 집 앞에는 드넓은 잔디밭이 깔려있고 약간 언덕진 곳이라서 전망도 좋습니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팔공산 너머 멀리가야산까지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티순교성지 피정의 집
한티순교성지 피정의 집
피정의 집 잔디밭

 

돌아가는 길에 순례자 성당 옆에 있는 한티순례자의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갔습니다. 안에는 약간의 기념품과 음료수 자판기가 있고 정수기가 있어 물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지친 몸을 풀어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인 듯합니다.

한티 순례자의 집
한티 순례자의 집 내부
한티 순례자의 집 자판기와 기념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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