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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팔공산 영천 은해사에서 운부암 가을 산행

by 취생몽死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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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비 및 입장료 무료

운부암까지 차량 통해 가능

은해사 - 운부암 약 4km, 신일지 - 운부암 약 2.5km


운부암 가는 길
운부암 가는 길의 소나무와 옅은 가을빛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팔공산을 대표하는 사찰 은해사는 나날이 주변이 깔끔해지고 있다. 넓고 쾌적한 외부 주차공간, 깨끗하게 단장된 은해사 공원, 그리고 상가 시설은 이리저리 난무하지 하고 한 곳에 모아 놓았다. 공원을 지나면 산문이 나오는데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일단 차량 출입을 통제하지만 운부암이나 다른 곳에 간다고 하면 열어준다. 그런데 목적지가 은해사 까지라면 굳이 차를 몰고 들어갈 이유는 없을 거 같다.

은해사공원
은해사 천왕문
은해사 식당 상가. 카페 르산테?

 

천왕문 안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먼저 반긴다. 산문 입구에서 보화루까지 이어지는 소나무숲은 은해사의 보물과 같다. 하늘을 찌를 듯이 키 큰 노송들의 자태가 너무도 아름답다. 최근 이 노송들 사이에 야자 매트를 깔고 송천길이라 새로이 명명하였다.

은해사 천왕문 앞 소나무숲
은해사의 키 큰 노송들
은해사 송천길

 

기존의 시멘트 길로 가다 보면 은해사 부도군, 연리목 등을 먼저 볼 수 있고 은해교를 지나 보화루에 닿는다. 은해교 밑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계곡 한쪽에는 커다란 단애가 형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은해교에서 단애 반대쪽을 보니 단풍이 울긋불긋 예쁘다.

은해사는 차로인 인도가 분리되어 있다.
은해사 계곡
은해사 계곡
은해사 계곡의 단애

 

최근 은해사에서 무슨 행사를 했는지 경내뿐만 아니라 보화루로 오는 길 내내 연등이 가득 걸려 있다. 은해사 경내는 향나무 보호수와 극락전의 경관이 멋진 법인데 연등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극락전은 원래 대웅전이었으나 아미타여래가 봉안되어 있기 때문에 극락전으로 바꾸었다. 원래의 대웅전 편액은 추사의 글씨였고 성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 외에 보화루 편액 역시 추사의 글씨이다. 극락전 외에 명부전, 설선당, 심검당, 조사전, 삼천불전 등의 전각이 있다.

부도군 앞 연등
은해교 앞 단풍
은해사 보화루

 

최종 행선지 운부암의 본찰 은해사는 9세기 초, 조카인 애장왕을 시해하고 즉위한 신라 41대 헌덕왕이 창건한 사찰이다. 이렇게 은해사는 죄를 뉘우치고 업장을 소멸하고자 했던 창건자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제12대 왕 인종의 태실을 지키던 사찰이었다. 지금도 신일지 앞의 산중에는 인종의 태실이 묻혀 있는데, 그런 연유로 봉우리의 이름을 태실봉이라 한다.

은해사 명부전과 삼천불전
연등이 다 겨려버린 극락전
성보박물관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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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부암 가는 길은 호젖하기 그지없다. 운부암을 향해 걷다 보면 길 옆의 작은 계곡이 발걸음을 따라온다. 은해사에서 신일지까지 가는 길도 소나무와 기타 활엽수들로 운치 있지만 역시나 이 길은 운부암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백미다. 켜켜이 사방댐을 지나서 소나무길 오르막을 조금 힘 들여 올라가면 신일지에 닿는다.

은해사에서 기기암으로 가는 들머리
은해사 사방댐과 산책길
발길을 따라오는 운부암 계곡

 

신일지의 가을이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신일지를 두르고 있는 낮은 산은 이미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신일지 곳곳에 통나무를 잘라 놓아 앉아 쉬면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운부암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신일지로 유입되는 합류 지점의 단풍이 예쁘다.

신일지의 가을
신일지의 단풍
신일지로 흘러들어가는 은해사 계곡

 

계곡의 형태와 단층은 백흥암 가는 길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가을 단풍은 백흥암·중앙암 쪽이 조금 더 나은 듯하다. 운부암 가는 길에 빨간 단풍나무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 와중에 발견한 빨간 단풍나무가 귀하게 느껴져서일까 유독 예쁘게 보인다.

운부암 가는 길
운부암 가는 길의 빨간 단풍

 

단풍나무는 많이 없지만 계곡의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물길이 좌우 여러 방향으로 굽어지면서 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낸다. 계곡 절벽 위에 웃기게 생긴 미니 석가여래좌상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저런 곳에 불상을 놓을 생각을 했을까.

은해사 운부암의 계곡
은해사 운부암 계곡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좌불상

 

 

불상 아래에는 앙증맞은 폭포가 떨어지는데 폭포 사이즈에 맞지 않게 소는 매우 깊다. 운부암 계곡 전 구간 가운데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은해사 운부암 계곡의 작은 폭포
폭포는 작지만 물은 아주 깊다

 

거의 절반 지점에 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신원리캠핑장까지 5.7km라고 되어 있다. 신원리캠핑장은 국보 영산전과 오백 나한상으로 유명한 거조암 근처에 있다.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이 길로 가면 백흥암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신원리캠핑장 갈림길과 쉼터
계속 이어지는 계곡

 

운치 있는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운부암 500m 이정목 갈림길에 닿는다. 쇠줄이 쳐진 것으로 봐서 정식 탐방로는 아닌 듯한데 이쪽으로 가도 백흥암과 통하지 않을까.

운부암 전방 500m 이정목
비법정 탐방로

 

운부암 도착 300m 쯤 남겨두고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키 큰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거의 다 왔다. 좁은 바위틈을 따라 물이 흐르는 특이한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둑을 쌓아 연못으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계곡물은 흐르도록 놔두어야지, 관리도 제대로 안 할 거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해놓는지 모르겠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보이고 경사가 가팔라지면 거의 다 왔다.
바위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물길을 막은 둑
운부암 계곡의 단풍

 

여기서 운부암이 나무 사이로 보일 듯 말듯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운부암의 가장 아래층 연못이 나온다. 연못에 비친 소나무의 반영이 예쁘다.

운부암 연못의 소나무와 반영
운부암 입구와 주차장

 

운부암 앞에 마련된 주차공간이 꽤 크다. 이날은 웬일로 차량이 한 대도 없다. 멀리 달마대사상이 보이고 두 번째, 첫 번째 연못이 차례차례 나온다.

운부암 입석과 뒤로 보이는 달마대사상
운부암의 달마대사상
운부암의 중간 연못

 

연못의 풍경은 인공적인 것이긴 하지만 조경이 꽤나 운치 있게 만들어졌다. 운부암 뒷산에서부터 작은 계곡물이 내려오는데 그 물을 가두어서 연못을 만든 것이다.

연못에 비친 달마대사
운부암과 달마대사상

 

연못 앞에서 불이문과 보화루가 차례차례 보인다. 불이문은 뭔가 만들다 만 듯한 인상이 있는데, 다름 아닌 「도마뱀」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세트 중 일부로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불이문은 원래부터 운부암에 있던 건물이 아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듯, 없어야 할 것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왠지 모를 부조화로움이 완전해지고자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 해탈로 가는 입구처럼 느끼게 한다.

운부암 불이문
운부암 불이문과 보화루

 

운부암은 보화루 옆의 커다란 은행나무와 뒷배경의 경치가 정말로 아름다운 암자이다. 특히 지금의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운부암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연못 앞에 서면 운부암과 연못을 한 컷에 담을 수도 있다.

노란 은행나무와 운부암의 전경
보화루와 은행나무
운부암의 가을

 

달마대사상이 세워진 연못 역시 예쁘다. 달마대사상 뒤로 단풍이 물든 모습이 연못에 반영으로 비친다. 운부암 경내로 들어가기 전에 선원을 빙 돌아서 속이 텅 빈 느티나무부터 가본다. 산 위로 올라가면 작은 계곡이 흐르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각이 지어져 있다.

운부암 연못의 가을
운부암 뒤 작은 계곡과 산길

 

줄기 속이 뻥 뚫린 느티나무는 놀랍게도 생육에는 전혀 지장 없어 보인다. 속이 빈 것에 대해 벼락을 맞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썩은 것인지 그 연유는 알 수 없다. 느티나무의 이파리는 물드는 시기가 지나버려 이제는 검붉은 색깔로 말라가고 있다.

운부암 느티나무
운부암의 속이 빈 느티나무

 

저렇게 속이 빈 채로 겉껍질 반만 남아 있는데도 어떻게 살아 있는 건지, 그것도 어떠한 수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잘 살아 있는 건지 너무도 신기하다.

신기한 느티나무의 속
느티나무 구멍
느티나무에서 바라본 운부암

 

 

다시 아래로 내려와서 운부암 옆으로 들어서니 삼성각 밑에 못 보던 전각 하나가 세워져 있다. 향곡샘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향곡선사 마시든 샘이라고 적혀 있다. 뭘까?

향곡선사가 마시던 샘?

 

삼성각 아래 마당에서 보니 속 빈 느티나무가 잘 보인다. 아래에서 보면 영락없이 정상적인 노거수처럼 보인다. 이러한 신기한 느티나무가 운부암에 있다는 사실을 이곳 방문객들은 잘 모르지 싶다.

향곡샘과 낮은 언덕. 좌측에 느티나무가 보인다.
여기서 보면 느티나무는 온전해 보인다.

 

활짝 핀 연꽃을 닮아 연화지라고 불리는 자리가 운부암이 위치한 곳이며 성스러운 구름이 일어났다 하여 운부암이라 한다. 운부암에 연못을 많이 만든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듯하다.

연못에는 연꽃은 없고 연등만 남았다

 

다시 앞마당으로 들어가서 보화루 위로 올라간다. 보화루 위에는 원통전이 있는 운부암의 중심 마당이 있다. 보화루 앞에는 돌사자 두 마리가 법당을 지키고 앉았고, 원통전 마당 가운데에는 몸돌 없이 지붕돌만 남은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원통전 내에는 보물 문화재인 운부암 금동보살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운부암을 지키는 돌사자
운부암 보화루
운부암 삼층석탑과 선인상
운부암 원통전
원통전 내부와 금동보살상

 

 

운부암 경내를 나와 연못 쪽으로 천천히 내려온다. 연못 곳곳에 배치된 석등이 있는 듯 없는 듯 멋스럽게 느껴진다. 연못과 함께 한 프레임에 담은 운부암의 전경이 너무 멋지다.

운부암 원통전 마당
연등과 달마대사
한 프레임에 담은 연못과 운부암

 

이제 다시 계곡을 따라 신일지로 돌아간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빨간 단풍나무도 한 컷 담아본다. 절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은해사로 다시 들어가서 성보박물관에 들렀다. 박물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여서 사진이 없다. 박물관에는 보물 2점, 유형문화재 2점 외 다수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으니 한번 구경해 볼 만하다.

운부암 가는 길의 예쁜 단풍나무
다시 만난 신일지의 가을
은해사 성보박물관

 

성보박물관을 나와서 차가 있는 곳으로 가다 보니 길 가에 있는 단풍나무가 예쁘게 물들었다. 운부암에서 많이 보지 못한 단풍나무를 이것으로 위안 삼는다. 절 밖으로 나가서 공원 옆 하천이 흐르는 곳으로 잠시 갔다가 집으로 향한다.

은해사 담벼락 옆의 빨간 단풍
은해사공원 옆을 흐르는 하천
은해사와 마을을 이어주는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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