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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절인가 납골당인가 영천 만불사, 경치 좋은 영천 도계서원

by 취생몽死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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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천 만불사

영천에서 국도를 이용해 대구로 가다 보면 산 위에 세워진 커다란 황동 부처상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불상이 있는 곳이 바로 만불사라는 사찰로 한 번쯤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 만불사는 일반 절과는 경내의 분위기부터가 확연히 다른 곳으로 저도 수많은 절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절은 처음입니다.

 

이 절의 연혁을 찾아보려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단인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며 만불회라는 독자적인 단체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학성이라는 승려에 의해 포교원을 거쳐 1995년 이곳 만불산에 개창되었다고 합니다.

만불사 입구
만불산 만불사

 

- 절이야? 소림사야?

한자로 만불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있는 입구를 지나면 도로 양쪽으로 소나무가 심겨 있고 곧이어 주차장이 나옵니다. 온통 벌건 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이국적이라면 이국적이고 자칫 '사'자의 느낌을 심어줄 우려도 있어 보입니다. 주차장과 불전이 있는 장소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한 흔적이 보이고 붉은 외벽의 철제 건물과 휑한 공간은 왠지 소림사를 연상시킵니다.

만불사 주차장과 건물들
대규모 토목 공사한 흔적이 보인다.

 

모든 것을 크게만 만들었을 뿐, 미적인 완성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규모가 커지다 보니 최대한 재정적인 부담이 적은 자재를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차장에서 왼쪽 건물로 들어가면 부처님이 열반에 들 때의 자세를 형상화한 와불이 있습니다. 불상은 싼 티가 나고 불상 뒤의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너무 휑합니다.

만불사 와불
만불사 와불

 

소림사를 연상시키는 만불사
와불 뒤쪽의 휑한 공간. 마치 소림사 같다.

 

중심에는 법당인 만불보전과 범종각이 있습니다. 법당은 이 만불보전이 유일한 것으로 보이고 범종각에 있는 종은 누구나 와서 타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만불산 언덕 위를 올려다보니 꼭대기에 서 있는 아미타영천대불이 보입니다.

만불사 범종각
만불사 범종각

 

만불사 범종
범종의 모습

 

- 아미타우스? 여기는 납골당이잖아!

여기는 부지가 워낙 넓은 데다가 길이 너무 지루해서 걸어서 이동하기는 힘듭니다. 차를 타고 붉은 건물을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도로 좌우로 부처상이 줄지어 서있는데 이건 일반 부처상이 아니라 신도들의 기원 혹은 납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 불상 하나하나가 다 돈이라는 소리입니다.

아미타우스 가는 길
아미타우스 가는 길

 

절 위쪽에는 아미타우스라 이름 지어놓은, 쉽게 말해 납골당이었습니다. 아미타우스라는 합성어 자체도 우습거니와 여기서 이 절의 민낯이 드러난 셈입니다. 이곳은 대규모 납골당을 조성해놓은 공원묘지와 다름없는 절이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신도들의 보시로 운영되는 절이 아닌 장례 사업을 통해 돌을 벌고 있는 절입니다. 세속적으로 보면 이게 돈이 훨씬 많이 되니 머리를 잘 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납골당인 아미타우스
아미타우스

 

- 아미타영천대불

아미타우스 아래에는 넓은 노지 주차장이 있는데 그 끝에서 아미타영천대불로 갈 수 있습니다. 짧은 산책로가 조성되어있는데 그나마 만불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아래로는 만불사가 내려다보이고 곳곳에 단풍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산책로 중간중간에도 납골당이 조성된 것이 보입니다. 아무리 봐도 절이 아니라 공원묘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만불사 건물
위에서 내려다본 만불사. 동남아 절의 모양을 가져온 것 같기도 하고.

 

만불사 단풍
만불사의 단풍

 

꼭대기에 올라가면 가운데 아미타영천대불이 있고 양 옆으로는 불상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이들 불상 역시 납골을 한 것으로 보이며 여기가 가장 비싼 위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이런 곳에 부처상 가까이 안치를 하면 살아생전 나쁜 짓을 실컷 하고도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아미타영천대불의 모습
만불사 아미타영천대불

 

납골로 사용되는 부처상
납골로 쓰이고 있는 부처상

 

- 영천 도계서원과 박인로

만불사를 나와서 인근에 있는 영천 도계서원으로 향했습니다. 도계서원은 북안면 도천리 골짜기에 위치한 조선시대 서원으로 노계 박인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입니다. 박인로는 조선 중기의 무신이자 문신으로 임진왜란 때에 수군으로 참전하였고 만호까지 역임하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재주가 있었던 가사문학의 선구자 박인로는 정철, 윤선도와 함께 조선 3대 시가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도계서원
영천 도계서원

 

- 고즈넉한 분위기의 도계서원

도계서원은 영천의 임고서원에 비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도계서원이 훨씬 좋습니다. 서원과 함께 이곳에는 몇 년 전 건립된 노계문학관이 있고 바로 옆에는 노계 선생 묘소도 있습니다. 차는 노계문학관 주차장에 대야 하지만 그냥 도계서원 앞까지 가서 길가에 대었습니다. 서원 앞에는 소류지인 원두평 저수지가 있고 소류지와 함께하는 서원의 풍경이 꽤나 운치 있어 보입니다.

원두평 저수지에 비친 도계서원
원두평 저수지와 도계서원

 

도계서원의 문화재인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68호 박노계집판목은 박인로의 문집인 「노계집」을 간행하려고 만든 것으로 도계서원에 보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목이란 서적을 인쇄하기 위해 글자나 그림을 새긴 나무판을 말하며 판목을 직접 볼 수는 없고 단지 서원 건물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박노계집판목 설명
박노계집판목 설명판

 

도계서원 입구
도계서원 입구

 

- 원두평 저수지에서 본 도계서원

서원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많이 작고 서당 혹은 사당 느낌이 듭니다. 건물은 단 두 채이며 첫 번째 건물은 강당, 두 번째 건물은 사당입니다. 강당 건물은 정면 세 칸의 건물로 양 옆으로 온돌방, 가운데는 마루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1월인데도 마루 한켠에 선풍기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선풍기가 굉장히 오래되어 보입니다. 1980년대 혹은 최소 1990년대 초반의 모델 같아 보이는 선풍기가 유물같이 느껴졌습니다.

도계서원 강당 건물
도계서원 강당 건물

 

선풍기
오래된 선풍기

 

밖으로 나와 노계 선생 묘소로 가봤습니다. 많이 걸어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소류지 옆의 언덕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박인로 묘 외에도 선친과 후손의 것으로 보이는 무덤들이 집단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박인로의 비석 뒤로 두 개의 무덤이 같이 있는 것으로 봐서 부부 묘인 것으로 보입니다.

노계 선생 묘소
노계 선생 묘소

 

박인로 묘소에서 나와 원두평 저수지 물가로 내려가 보니 도계서원 최고의 뷰가 펼쳐집니다. 도계서원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서원을 감싼 뒷산이 저수지의 반영으로 비쳐져 아름다운 가을 그림을 만들어줍니다.

원두평 저수지에 비친 도계서원
원두평 저수지에 비친 도계서원

 

도계서원과 반영
도계서원과 반영

 

- 노계문학관

서원을 뒤로하고 노계문학관으로 가봅니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무척 깨끗합니다. 주차장과 화장실 역시 깨끗합니다. 기대하지 않고 와서 그런지 도계서원이라는 곳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노계문학관 전시관은 1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이라서 볼거리가 많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박인로라는 인물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영천의 들녘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면서 아직도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이 보입니다. 주차된 곳으로 향하며 도계서원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노계문학관
도계서원에서 바라본 노계문학관

 

노계문학관 전시실
노계문학관 전시실

 

무인이자 무인인 박인로
무인이자 문인이었던 박인로

 

노계문학관 뒤의 농촌 풍경
노계문학관 뒤쪽 농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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