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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땐뽀걸즈

땐뽀걸즈 프롤로그 - 리뷰를 시작하며

by 취생몽死 2018.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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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땐뽀걸즈라는 미니시리즈 드라마 하나에 제대로 꽂혀버렸다. 본방을 보기 시작한 건 드라마가 끝나기 전 3회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그 이전 편들은 다운로드 받아 1편부터 정주행했다. 원래 드라마는 유치해서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정주행하고 본방을 기다리며 시청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맨날 하는 내용이란 게 출생의 비밀, 불륜 같은 막장 스토리에 뻔한 캐릭터들이 모여 펼치는 멜로와 코믹만 보다가 땐뽀걸즈를 보는 순간 눈이, 아니 뇌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땐뽀걸즈는 2017년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원작이다. 그런데 원작이라 하기도 좀 애매한 건 드라마 땐뽀걸즈는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실제 다큐 속 인물을 드라마로 가지고 오지만 김시은과 권승찬이라는 가상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드라마는 시은이가 땐뽀걸즈라는 동아리(이하 땐뽀반)에서 겪게 되는 부침과 질풍노도의 시기에 겪는 부모와의 불화, 실업계 여고생만이 겪는 특별한 고민들, 그리고 승찬이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한 성장 스토리를 16부작으로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드라마 땐뽀걸즈는 총 16부작이라고는 하지만 한 편에 30분씩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특이한 구성으로 사실상 8부작의 미니시리즈다. 과거에도 느낀 거지만 미니시리즈 중에 8부작 내외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대게(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완성도가 높고 재밌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또 한 가지는 사투리다. 배경이 거제도이기 때문에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가 될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에서 사투리는 너무 귀여웠다. 같은 경상권 사람으로서 경상도 사투리가 이렇게 귀엽게 느껴진 것은 난생처음이다. 김시은 역을 맡은 박세완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예쁘게 생긴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 부산 출신이라서, 그냥 사투리를 잘 써서 잘하는 게 아니고 연기를 하는데 숨소리 하나까지 디테일이 살고 어떨 때는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다. 첫 주연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남자 주인공 승찬 역의 장동윤과는 제대로 찰떡궁합, 연기 합도 잘 맞고 정말 잘 어울린다.


 모르긴 해도 이 드라마의 감독은 연출 공부를 꽤 많이 한 것 같다. 그냥 방송국에 시험 치고 들어와서 선배 PD 밑에서 야전으로 익힌 솜씨가 아니다(근데 방송국 감독인지 외주 감독인지 잘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수시로 '영화 같다'라고 느낄 정도로 영상미가 세련되어 있다(촬영감독의 공도 크겠지만). 그냥 화면 비만 16 대 9로 한다고 드라마가 영화 같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플롯은 《라라랜드》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 영상은 왕가위 영화 특히 《중경삼림》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봐온 드라마 중에 최고로 섬세한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그런 경우가 좀 적은데 영화는 미장센이 좋지 않으면 아웃포커싱 시켜도 화면이 좀 어색해진다. 그래서 드라마는 미장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땐뽀걸스는 워낙에 화면비부터 영화 느낌이라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쓴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신경만 쓴다고 다 미장센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이것도 감독 능력이 거의 절대적이다(미적 감각에 가깝다). 특히 시은의 방이 나오는 신을 보면 이 드라마가 미장센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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