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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경주 남산 산행 - 동남산 칠불암 거쳐 금오봉까지

by 취생몽死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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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산 염불사지 - 칠불암 - 금오봉

 

얼마 전 경주 남산 이무기 능선으로 해서 고위봉까지 다녀왔었는데, 연달아 남산을 또 갔다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동남산 염불사지에서 시작해 칠불암을 거쳐 금오봉까지 간 다음 동남산탐방지원센터(남산동 통일전 근처)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경주 남산 칠불암

 

봉화대 능선에서 바라본 금오봉

 

염불사지에서 시작하는 칠불암 코스는 삼릉 코스와 용장사지 코스, 이무기 능선 코스, 새갓골 코스와 함께 제가 남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탐방로 중 하나입니다. 염불사지에서 칠불암 가기 전 2.5km가량의 등로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가 매우 편안하고, 또한 칠불암은 남산에 소재한 사찰 가운데 가장 경치가 빼어난 절입니다. 또한 칠불암은 산객과 불자를 막론하고 이곳을 찾는 모든 이를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산사입니다.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날씨는 오전 흐림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요즘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는 적이 거의 없어 그냥 갔더니, 역시나 구름만 조금 있고 날씨가 너무 화창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파란 하늘 본 거 같습니다. 들머리인 염불사지로 갔습니다. 주차는 염불사 주차장 내지 남산동공용주차장에 하면 되겠습니다. 주말에는 여기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찍 가거나 통일전 주차장에 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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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사지 주차장과 남산동공용주차장

 

염불사지에는 염불사(아니면 남산사?)라는 절이 들어서 있고 잔디밭 가운데 남산 전 염불사지 동·서 삼층석탑이 서 있습니다. 7 ~ 8세기의 신라 석탑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09년 해체 복원하였습니다. 석탑 뒤로는 이거사지석탑부재가 놓여 있는데, 동탑의 석재를 1963년 불국사 역 앞에 있었던 도지동 이거사지 삼층석탑의 부재와 합하여 탑을 세우는 데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염불사지의 발굴 조사로 인해 염불사지 삼층석탑 동탑의 석재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갔고, 이거사지 삼층석탑 부재는 이거사지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염불사지 뒤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염불사지 삼층석탑의 동탑과 서탑

 

이거사지 석탑부재

 

주차장에서 과수농가를 지나면 어느새 시멘트 포장길은 산길로 바뀌고 길 좌측에는 수량은 적지만 계곡물이 졸졸 흘러내려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농가 앞 무인판매대에는 생수와 감식초를 팔고 있습니다. 물을 준비하지 못하셨으면 여기서 사도 될 거 같습니다. 여기서 칠불암까지 1.9km이지만 칠불암 바로 전 고바위를 제외하면 길이 완만하여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한동안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집니다. 얕은 계곡물 안을 들여다보니 버들치 치어들이 바쁘게 헤엄치고 다닙니다. 남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생태계가 살아있는, 역시 국립공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남산 칠불암 탐방로 초입과 무인 가판대

 

칠불암 탐방로의 계곡. 어딜 가나 계곡에는 돌탑이.. 우리나라 사람들 탑 쌓는 거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드디어 칠불암 약수터에 도착,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공사 중이어서 주변이 무척 어수선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대안당에서 한참을 쉬다 갔을텐데, 공사 인부들 때문에 그냥 지나칩니다. 대숲을 따라 놓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칠불암에 닿습니다. 그리고 칠불암의 하이라이트,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의 아름다운 자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안당 아래 샘물. 물이 엄청 깨끗함. 물을 채워서 올려 달라는 문구가 너무 정겹다.

 

칠불암 대안당

 

칠불암이라는 명칭에 관한 내력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연관이 있습니다.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동쪽을 향한 바위면에 본존불과 두 협시보살이 새겨져 있고, 그 앞의 사각 돌기둥의 사면에 사방불이 새겨져 총 7구의 불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7구의 불보살이 새겨진 곳이라 하여 이곳이 칠불암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경주 남산 칠불암 경내

 

국보 칠불암 마애불상군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남산에 산재한 불교 미술 유적 가운데 유일한 국보이고, 삼존상과 그 앞의 사면불상의 조각 상태가 매우 정교하여, 불상에 대한 조예가 없다 할지라도 그 완성도에 탄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산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 이 불상만을 보기 위해서 칠불암에 올라오게 만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칠불암 마애불상군의 삼존상

 

칠불암 마애불상군의 삼존상과 사방불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칠불암은 경치도 좋고 지나치는 산객을 위한 배려와 정성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기거하시는 스님들의 인상도 매우 좋으십니다. 단 두 채인 칠불암의 불전 앞에는 남북으로 뻗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남산의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인근에는 칠불암 코스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는 신선암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제 칠불암에서 신선암으로 향합니다.

칠불암 마당의 석탑

 

칠불암에서 바라본 남산 전경

 

대숲을 지나 신선암으로

 

신선암으로 가는 길은 짧은 암릉 구간으로 계속해서 조망이 터집니다. 가까이는 남산의 암릉 줄기부터 바람재 능선, 거쳐온 남산동과 동방동 일대 농경지와 멀리 토함산 줄기까지 시원하게 조망됩니다. 이날 때마침 날씨까지 좋아 암릉에서 보는 경주평야와 파란 하늘에 넋을 놓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 멋집니다.

신선암 암릉에서 바라본 남산동 일대 농경지

 

신선암 암릉에서 바라본 동쪽 산줄기와 남산의 바람재 능선

 

신선암을 향해서 암릉을 지난다.

 

신선암 가는 길에서

 

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커다란 바위 표면에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이 있습니다. 바위 표면을 감실 형태의 오목한 배 모양으로 파낸 다음 불상을 돋을새김한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역시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구름이 대좌를 떠받들고 있고,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한 손에는 꽃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이곳은 남산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정말 최고의 경치를 보여줍니다.

신선암 파노라마

 

신선암에서 바라본 남산과 경주평야

 

신선암 가는 동안 절경은 계속된다.

 

신선암의 절경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신선암에서 내려다본 칠불암

 

신선암에서 갈림길로 되돌아가 금오봉 방향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금오봉까지는 3km, 꽤 먼 거리입니다만 급경사와 같은 힘든 구간은 별로 없습니다. 기다란 안부를 지나 경주 남산 용장계 지곡 제3사지 삼층석탑에 들르기 위해 잠시 샛길로 빠집니다. 몇 년 전까지 이 석탑은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공사가 마무리되어 있었습니다. 용장계 지곡 제3사지 삼층석탑은 모전석탑이며, 옥개석의 낙수면에도 층이 나 있는 것과 이형기단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석탑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 탑이 서악동 삼층석탑과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의 동탑과 동일한 형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선암 갈림길과 이정표. 금오봉으로.

 

남산 용장계 지곡 제3사지 삼층석탑

 

남산 용장계 지곡 제3사지 삼층석탑

 

이제 금오봉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봉화대 능선을 지나 이영재 방향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봉화대 능선을 걷다보면 고위봉 조망바위가 나오고 금오봉과 태봉(쌍봉), 이무기 능선, 바람재 능선, 내남면 일대의 농경지까지 시원하게 조망됩니다.

봉화대 능선 중간 조망점

 

봉화대 능선을 지나며

 

봉화대 능선의 고위봉 조망바위에서의 풍경

 

고위봉 조망바위

 

고위봉 조망바위에서 본 태봉의 모습

 

봉화대 능선을 지나 편안한 흙길이 이어지고 이영재에 도착합니다. 이영재 갈림길은 남산 산행을 하다보면 여러 번 거치게 되는 곳으로 매우 낯이 익은 곳입니다. 금오봉 쪽으로 난 임도 겸 등로를 따라 걷습니다. 그리고 삼화령에 도착합니다. 삼화령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생의사에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는 곳으로 삼화령 애기부처로 불려졌던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이 출토된 곳이 삼화령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었습니다. 이 삼화령에서 보는 남산의 조망 역시 만만치 않게 멋집니다.

이영재 도착. 좌측은 통일전, 우측은 칠불암 방향이다.

 

금호봉 방향으로 진행

 

삼화령에서 잠시 쉬다 산행을 계속 이어나갑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금오봉까지 가는 거리는 멀지만 경사도는 거의 없어 그리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곧이어 공원지킴터와 화장실이 나오고, 마지막 200m만 계단을 오르는데 힘을 쏟으면 금오봉 정상에 닿습니다. 금오봉 역시 고위봉과 마찬가지로 정상 조망은 없습니다. 벤치에 않아 수분 보충을 하면서 쉬다가 하산을 합니다.

경주 남산 삼화령

 

삼화령에서 바라본 고위봉과 내남면 일대

 

금오봉 200m 아래 화장실

 

경주 남산 금오봉 정상

 

하산길은 화장실로 되돌아가 포석정주차장 쪽으로 간 다음에 또다시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면 통일전주차장(and 팔각정터)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갈림길에서 기다란 돌계단으로 올라가면 이내 사자봉과 그 위에 세워진 비석을 볼 수 있습니다. 바위 위에 세워진 비석이 왠지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화장실에서 포석정 방향으로 진행

 

금오봉 인근 헬기착륙장

 

갈림길에서 통일전주차장으로 진행

 

경주 남산 사자봉

 

곧이어 오래 전 팔각정이 있었다가 해체된 장소가 나옵니다. 평평한 지대라서 점심 먹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슨 연유로 해체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팔각정터를 지나 피치를 올려 하산합니다.

경주 남산 팔각정터

 

팔각정터에서 바라본 이무기 능선

 

이날 산행의 마지막 조망점, 남산부석에 도착합니다. 남산부석은 멀리서 보면 바위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부석이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가까이 와서 보니 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바위가 매우 거대합니다. 부석 아래로 내려서면 남산의 기암괴석과 남산동 방면 농경지, 토함산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 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깨끗해서 토함산의 풍력발전소 바람개비가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경주 남산부석

 

남산부석에서 바라본 기암괴석

 

남산부석에서 바라본 풍경

 

남산부석을 지나 지암골 갈림길에 닿습니다. 한쪽은 지암골, 한쪽은 국사골 방향이나, 어느 쪽으로 가든 동남산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집니다. 저는 국사골 쪽으로 갔습니다. 지암골과 국사골은 계곡 탐방로인데다 숲이 우거져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가다 보면 돌탑과 동굴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 전기까지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며 자연동굴에 불상을 안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암골 갈림길

 

경주 남산 국사곡 제5사지의 돌탑

 

경주 남산 국사곡 제5사지의 동굴

 

경주 남산 국사골

 

 

드디어 동남산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여 남산동 마을을 지나 차량을 회수하러 염불사지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축사 안에 있는 소를 발견했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소가 저를 쳐다봅니다. 소는 너무 예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슬픈 눈을 가졌습니다.

동남산탐방지원센터

 

남산동 마을을 향해서

 

된장 파는 집과 아카시아

 

나를 쳐다보는 한우

 

중간 크기 송아지. 옆에는 더 작은 송아지가 있었음.

 

염불사지에서 나와서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과 서출지를 잠시 구경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의 동탑은 모전석탑입니다.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있고, 외형이 아름다우며 균형 잡힌 석탑입니다. 서탑은 전형적인 신라시대의 삼층석탑 형식으로 미적 수준이 동탑에 미치지 못합니다.

경주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

 

남산동동서삼층석탑 동탑의 아름다운 자태

 

남산동동서삼층석탑의 동탑과 멀리 보이는 서탑

 

서출지와 이요당은 언제 봐도 풍경이 예쁜 곳인 거 같습니다. 서출지는 신라시대 때부터 있었던 역사가 아주 오래된 못이며, 「삼국유사」에 소지왕과 관련된 설화가 내려오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출지와 남산동 동서 석탑을 가볍게 둘러본 후에 동남산에서의 하루를 마칩니다.

경주 서출지와 이요당

 

서출지와 이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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