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교에서 캠핑하기 좋은 곳으로 의성 빙계계곡이 있다. 빙계계곡은 대구에서 약 1시간만 가면 된다. 북구 칠곡에서 출발한다면 1시간도 안 걸릴 정도로 더 가깝다. 그리고 빙계계곡 야영장은 유료와 무료 두 군데가 있으며, 유료 야영장도 꽤 저렴하고 시설도 좋다. 또한 빙계계곡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최근에 유명해진 점곡계곡도 있다.
의성 빙계계곡 - 빙계 군립공원
빙계계곡은 1987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과거 휴가철만 되면 계곡에 사람과 차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엄청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영광은 누리지 못하는 듯하다.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이 알려진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빙계계곡은 밀양 얼음골과 비슷한 빙혈과 풍혈이라고 부르는 결빙지가 있다. 그래서 빙계리 얼음골은 밀양 얼음골, 청송 얼음골과 함께 국내 3대 얼음골 가운데 하나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밀양 얼음골도 천연기념물).
1. 빙계얼음골야영장
내비게이션에 빙계계곡을 입력하고 가면 알아서 코앞까지 잘 안내해준다. 주차장은 빙계서원에도 있고 무료 야영장 주위에도 있고 많다. 하지만 휴가철에는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남쪽에서 차를 타고 가면 빙계얼음골야영장을 가장 먼저 지나간다.
빙계얼음골야영장은 유료로 운영되는 야영장으로,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입구 앞에는 매점과 관리소가 있고, 야영장에 들어가 보면 최근에 만들어져서 아주 깨끗하다. 카라반도 있고, 텐트용 사이트, 캠핑카 사이트도 있다. 약간의 놀이시설, 샤워실, 화장실, 개수대 등 시설이 아주 좋다. 화장실도 깨끗하다.
주변의 산세와 풍경도 나름 괜찮은 수준인데, 캠핑장에서 물놀이할 곳은 마땅히 없다. 카라반 옆으로 물이 약간 흐르는데 물놀이할 수준은 아니다. 물놀이를 하려면 근처 빙계계곡이나 빙계서원 쪽으로 가야 한다. 물놀이 안 하고 캠핑만을 위한 거라면 추천할 만하다.
2. 빙계서원
빙계얼음골야영장에서 빙계서원으로 향한다. 빙계서원은 이언적, 류성룡, 김성일 등을 배향하는 곳으로,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었다가 2006년에 복원되었다. 빙계서원 앞에는 몇 대의 주차공간이 있고, 서원 옆의 다리 주위에서 물놀이하거나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에 복원된 서원이라서 고풍스러운 맛은 없다. 빨간색 다리와 절벽의 풍경이 조화롭지만 수질이 받쳐주지 못하는 건 아쉬운 점이다.
3. 빙계계곡과 빙혈 그리고 빙산사지 오층석탑
빙계서원에서 위쪽으로 더 올라가다 보면 멋진 절벽과 커다란 바위들이 계곡 사이에 놓여있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간다. 가운데 큰 바위 위에 경북팔승지일이라고 적힌 표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감입곡류가 나오는데 이곳은 거기와 함께 풍광이 가장 좋은 곳이다. 빙계상회와 무지개다리를 지나면 마을 주민들이 농기계 등을 세워두는 공터가 있는데 아침 일찍 가면 차 세워둘 공간이 남아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빙혈로 가는 길이 있다.
앞에는 아까 이야기했던 감입곡류가 흐르는데, 경치가 아주 좋다. 빙혈로 가는 데는 마을을 지나서 5분만 가면 된다. 빙혈 가기 전 보물로 지정된 빙산사지 오층석탑이 먼저 나온다. 이 모전석탑은 같은 의성에 있는 탑리오층석탑을 모방한 것이다. 탑리오층석탑보다 제작 연도도 뒤쳐지고 크기도 작지만 보존 상태는 아주 좋다.
빙산사지오층석탑 반대쪽을 보면 빙혈이 바로 보인다. 빙혈의 외부는 벽돌로 아주 단정하게 마감해놓은 모습이다. 주위에 차가운 허연 연기가 풀풀 난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시원한 냉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습하기도 하다. 냉기가 나오는 곳에는 온도계가 있는데, 3.6도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두 벽면에는 지금까지의 빙혈의 역사를 한글과 한자를 섞어 새겨놓았다. 하지만 한자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기가 어렵다.
빙혈에서 나와서 계단 위로 올라가면 풍혈이 바로 있다. 풍혈은 바위에 굴처럼 뚫린 공간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곳이다.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듯,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빙혈에 들어갔다가 풍혈에 가서 그런지 별 감흥은 없다.
여기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무료 주차장과 캠핑장이 나온다. 무료이기 때문에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이날은 평일인 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캠핑장 옆으로 빙계계곡의 물이 흐른다. 시간이 되면 다리 주변으로 분수도 가동된다.
빙계계곡의 아쉬운 점은 수질이다. 혹자는 쌍계천이라고 하며 계곡이 아니라고 하기도 있지만, 하천의 형태가 계곡의 형태를 하고 있다. 계곡의 분류는 수질이 기준이 아니라 하천의 형태를 보고 말하는 것이다. 옥계계곡과 하옥계곡도 하천 이름이 있으나 계곡이라고도 부른다. 아무튼 빙계계곡의 수질은 내가 봤을 때 군위 학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골 하천 수준의 수질이라고 보면 되는데, 물놀이 못 할 건 없지만 크게 추천할 정도는 아니라는 소리다. 특히 올해 경북은 최악의 가뭄을 맞고 있는 터라 빙계계곡의 수질은 더욱 좋지 않아 보인다. 한 5년 전에 왔을 때는 이거보다는 나았었다. 아무튼 계곡 바닥에는 퇴적물이 많이 쌓여 있고 부유물도 많이 떠다닌다. 집중호우가 와서 한번 확 쓸려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날파리들이 엄청 많다. 지역별로 날파리들의 양상은 조금씩 다른데 이 빙계계곡 날파리들은 조금 큰 편이다. 걷다 보면 날파리들이 얼굴 주위로 몰려들어 엄청 성가시게 하는데, 등산모자(야구모자 X)와 선글라스가 많은 도움이 된다. 내 경험 상으로 날파리는 모기와 다르게 해충 퇴치제가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
의성 점곡계곡
빙계계곡이 아쉬우면 보다 북쪽에 있는 점곡계곡으로 가야한다. 점곡계곡 주변에는 넓은 자갈밭이 깔려 있어서 노지 캠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갈밭 안으로 차량은 들어가지 못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점곡계곡에 도착하면 주차장 엄청 넓다. 그러나 이 넓은 주차장도 휴가철에는 차들로 꽉 찬다. 의성은 물놀이나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 아닌데 이런 데로 몰리는 건 아무래도 무료 캠핑과 취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차장 한쪽에 보면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고 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계곡 앞의 육중한 절벽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물가로 내려가 봤더니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수질은 빙계계곡보다 낫다.
청정 계곡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이 정도면 물놀이할 수준은 된다. 가끔 물 위로 부유물이 떠다니기도 한다. 수심은 절벽 쪽으로 가면서 점점 깊어진다. 수영하는 애들도 많이 보이고 족대질을 하는 걸 보니 물고기도 있는 듯하다. 물놀이 안전요원도 상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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