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만어산에는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만어석의 전설이 깃든 만어사가 있습니다. 만어산 정상 부근 고지대에 소재한 만어사에 올라서면 산비탈의 바윗덩이들이 산 아래로 흘러가다 멈춘 돌강을 볼 수 있습니다. 전설 속의 만어석은 이 암괴류 혹은 돌강이라 부르는 돌덩이에 이야기를 입힌 것입니다.
만어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와 비슷한 종류로는 역시 천연기념물인 대구의 비슬산 암괴류가 있습니다. 만어사 남쪽 끝에 홀로 세워진 미륵전 아래를 만어산 어산불영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지칭하고 있습니다. 어산불영은 '어산에 서린 부처님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이에 관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습니다. 가야의 수로왕이 독룡과 나찰녀를 부처님의 도움으로 물리치는데, 이때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들이 부처님의 교리에 감복하여 만어산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고, 수로왕은 부처님의 은덕에 감사하며 만어사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만어사까지는 차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산 정상부에 올라오는 것 치고 길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일부 교행이 불가능한 구간도 있으나 생각보다 길이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 단축을 위해서 법흥리 마을에서 좁은 임도로 올라왔는데 정말 비추입니다. 완전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도로로 반대편에서 차량을 만났을 때 피해줄 만한 공간도 없습니다. 만어사에 도착하기까지 약간 조마조마했습니다.
주차장은 산꼭대기에 있는 외딴 절 치고 넓은 편입니다. 제가 왔을 때, 이미 너댓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이런 오지에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게 신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만어사의 건물 몇 동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절 마당 쪽으로 올라가 봅니다. 마당에 올라가면 천연기념물 돌강이 모습이 잘 관찰됩니다. 산비탈이 돌강으로 덮여버린 모습입니다. 지금까지의 산행 경험으로 봐서 암괴류 지형은 대구 팔공산에서 비슬산, 영남알프스, 그리고 남해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당에는 대웅전과 삼층석탑, 삼성각, 그리고 마애불 등의 건축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 중 만어사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된 고려 중기의 석탑으로 만어사를 지을 때 함께 세워진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절 마당 앞으로 보이는 암괴류와 멀리 펼쳐지는 주변 산세의 파노라마가 끝내주게 아름답습니다.
흘러내리는 돌강을 경계로 절 마당에서 외따로 떨어진 미륵전이 보입니다. 이 미륵전 아래에 펼쳐진 암괴류 지대가 처음에 언급했던 만어산 어산불영입니다. 미륵전 앞에는 배롱나무꽃이 아주 예쁘고 폈고 돌강과 그 뒤로 펼쳐진 산줄기들의 경치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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