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하면 주로 대구를 생각하지만 이 팔공산이 동서로 길이가 워낙 길고 덩치가 꽤 커서 대구, 경산, 영천, 군위, 칠곡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지금 포스팅하는 촛불암은 칠곡군 기성리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기성리 전원주택 마을 뒤쪽 계곡에 있으며 대구시 칠곡에서도 가깝습니다.
군위 방향으로 가좌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우측 길로 빠져서 묘향사 방향으로 계속 들어가면 길 좌측에 촛불암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여기는 예전에 다른 곳을 찾다가 한 번 지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보다 주위가 좀 깨끗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암이라는 이름부터가 뭔가 좀 구리고 정체가 불분명합니다. 절인지 점집인지 기도당인지 겪어보질 않았으니 알 수는 없으나 이날 경험 상 그러했습니다. 이 나라에는 종교의 탈을 쓴 사기꾼들이 너무 많죠.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무당인지 스님인지 분간이 안 가는 사람이 나오더군요. 그 사람을 가르친 사람이 또 있던데 거기는 경주의 모 사찰이었습니다. 경주를 돌아다니며 문화재를 답사할 때 지나쳤던 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뭐 여기가 그곳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숲길을 따라 계곡 아래로 내려가봤습니다. 스님으로 보이는 분과 마주쳤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했지요. 나를 보더니 대뜸 어니 가냐고 묻습니다. 제가 그냥 계곡 구경하고 사진 찍을 거라고 하니까 여기는 사유지라면서 못 들어간다고 하네요. ㅋㅋ 절은 다 사유지 아닌가요? 그러면 들어가게 해주는 절은 다 무엇인가요? 난 그냥 계곡과 바위를 보고 싶었을 뿐이고 절인지 뭔지는 관심도 없는데??
분명히 머리는 깎았고 중의 행색은 하고는 있는데 말하는 뽄세는 이미 중이 아닙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까 아예 근처도 못 오게 한 거 같은데 그냥 일반적인 절이라면 사진에 담아 가면 홍보도 되고 좋지요. 그게 아니라면 뭔가 냄새가 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암'자만 붙이고 머리만 깎으면 그게 다 절이고 중인가? 계곡에 떡하니 절 코스프레나 하고 있는 점집이라..
대구 칠곡 운암지가 있는 함지산 산중에도 이런 절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는 본래 굴러다니는 불상 하나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천막이 생기고 가건물이 생기더니 절 흉내를 내고 있는 거죠. 거기에는 보살이라는 여자 한 명이 있고 또 머리 깎은 남자 한 명이 있는데 예전에 제가 갔을 때 카메라를 보더니 어디서 왔냐? 뭐 하러 왔냐? 하면서 따라다니면서 캐묻는데 짜증이 나서 정말 ㅋㅋ.
아무튼 뭐 문전박대하는데 별 수 있나요, 그냥 나오는 수 밖에요. 나와서 계곡 옆 길로 쭉 따라가 봤습니다. 살짝 계곡이 보이기는 했지만 워낙 깊은 계곡에 나무가 많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길 끝까지 가니 다리가 하나 나오고 묘향사로 가는 길이 나오네요. 솔직히 말하면 묘향사라는 이 절도 좀 구립니다.
묘향사 역시 신도가 아닌 일반인, 등산객 등의 출입을 못하게 하는 곳입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대며 현수막을 걸어놓았지만 사실 옛날부터, 제가 여기 지나쳤을 때도 출입을 못하게 했습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개방을 하지 않는 곳은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것이죠.
묘향사 다리 앞에서 비교적 계곡이 잘 내려다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생각보다 계곡이 깊고 물도 깊어 보였습니다. 계곡은 멋진데 안전사고 나기 딱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에 그냥 지나쳤을 때보다 물이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팔공산의 숨겨진 비경이 있는 곳인데 치들이 이미 점거해놔서 안타까운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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