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는 가까운 것도 아닌데 정말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사과축제할 때 가서 감홍 사과 사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부석사는 매표소에서 입구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길과 천왕문에서 무량수전까지의 긴 오르막길이 정말 인상적인 절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절입니다.
많은 사찰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그중 부석사는 정말 합리적인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절에 비하면 싼 편에 속합니다. 주차비는 아예 받지 않고 있고 관람요금은 어른 기준 겨우 2,000원 밖에 하지 않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입장료를 올리는 법주사에 비하면 정말 착한 절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까지 넓은 주차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주차장도 매우 넓지만 한창 성수기 때에는 이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어찹니다. 이날은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9시 이전에 도착해서 부석사로 올라갔습니다. 조금만 늦게 오면 인산인해가 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갑니다. 23일에 찍은 사진이라 은행잎이 아직 파랗습니다. 지금쯤 더욱 노래졌을 거 같은데, 주말에는 완전히 노랗게 물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단풍잎 역시 이때는 아직 파랗습니다. 단풍 절정기에 부석사는 정말 너무 예쁘죠.
천왕문 가기 전 부석사 당간지주가 보입니다. 보물 255호인 부석사 당간지주는 부석사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입니다. 다른 당간지주들보다 길이가 길고 양 지주 사이에는 당간을 고정하는 받침돌이 있습니다. 천황문을 지나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면 봉황산 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린 누각이 보입니다. 사진의 뷰가 멋지게 나오는 곳이죠. 단풍나무가 앞에서 쳐지는데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전경에 넣어서 찍으면 사진이 예쁩니다. 아쉽게도 이때는 단풍잎이 파랗네요.
누각을 지나면 동서 쌍탑인 부석사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30호로 두 탑은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원래 이곳에 있던 탑은 아니고 부석사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절터에 있던 것을 1966년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입니다. 수평을 이루다가 양 끝에서 살짝 치솟은 옥개석의 처마가 매우 세련되어 보입니다. 작은 크기에 비율이 예쁜 통일신라 후기의 석탑입니다.
삼층석탑을 지나서 계속 올라가니 부석사 안양루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양루 쪽의 뷰도 정말 예쁩니다. 그리고 안양루 뒤에 있는 건물이 그 유명한 무량수전입니다. 안양루에서 보이는 첩첩산중 소백산맥의 산줄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과장해서 무량수전까지 가는 데는 등산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죠. 과거 1박2일의 영향이 큰 거 같은데 가람 배치가 평지인 여타 젤에 비하면 힘들게 가야 하는 게 맞지만 솔직히 70대 노인도 올라옵니다. 국보 18호인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이며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할 때 지었다는 설이 있지만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크기로 팔작지붕과 주심포 양식의 공포에 배흘림기둥이 특징적인 건축물입니다. 무량수전은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이며 현판 글씨는 공민왕이 쓴 것입니다. 팔작지붕과 주심포가 합쳐지면서 수수하면서도 화려한 미가 합쳐진 정말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좌우가 긴 편인 데다 앞쪽에 공간이 별로 없어 카메라 프레임에 다 들어오지 않네요.
무량수전 바로 앞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 역시 국보이며 제17호입니다. 무량수전 앞 석등은 연화 무늬가 있는 화사석에 8각 형식의 탑신부로 구성된 가장 일반적인 석등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석등은 통일신라시대 석등 가운데 가장 조각 솜씨가 훌륭하고 비례감이 좋은 석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입장한 지 불과 1시간도 안 된 거 같은데 어디서 사람들이 늘어났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카메라 프레임에 사람 머리가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이 머리 때문에 곤란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부석사 올 때는 매번 이랬습니다.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면서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무량수전의 우측 산길로 올라가면 조사당이 나옵니다. 먼저 영주 부석사 삼층석탑이 보이며 이 석탑은 보물 249호입니다.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삼층석탑과 명칭 상 혼란이 오지만 다른 석탑입니다. 이중 기단과 3층의 탑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통인신라 시대의 석탑이며 상륜부는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 탑이 법당 앞에 있지 않고 동쪽 끝에 있는 것이 좀 신기합니다.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부석사 조사당이 나오고 이 건물은 국보 1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부석사 조사당은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를 모시는 전각으로 1210년(고려 신종 4)에 단청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이후 여러 번 중수를 거쳤습니다. 고려시대 대표 건축 양식인 주심포계 맞배지붕 건물이며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에서 가지가 돋고 잎이 피었다는 전설의 선비화(골담초)가 있습니다.
조사당에서 내려오니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더 몰리기 전에 서둘러 내려갑니다. 내려갈 때는 계단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 옆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거의 만차네요. 주차장 앞 인공폭포 사진 한 컷 찍고 다음 행선지인 소수서원으로 갑니다. 소수서원 포스팅은 이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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