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방문할 때 필수적으로 가야 할 곳을 꼽으라면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그리고 봉정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신문화의 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유교의 도시 안동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 하나가 끼여 있다는 게 조금은 이채로울 법도 하지만, 그만큼 봉정사는 문화적, 종교적 가치가 뛰어난 사찰입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봉정사는 안동 편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안동 여행책자에 봉정사는 북서부 권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천동 마애여래입상과 딱 두 군데입니다. 봉정사는 가치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거 같지는 않은데, 제가 갔을 때마다 한산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비수기나 평일에 찾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기는 하네요.
주차장은 봉정사 매표소 바깥에도 있고 안에도 있습니다. 별도의 주차료는 없고 입장료 2,000원만 매표하면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천등산봉정사'라고 적힌 일주문을 통과해서 절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댑니다. 참고로 일주문 앞에도 주차장이 있습니다.
절 안으로 들어서면 180살 먹은 커다란 소나무 보호수 한 그루가 보입니다. 일부 나무들은 벌써 이파리가 떨어지고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하네요. 대웅전으로 가는 관문인 만세루가 보입니다. 2층의 누각 건물인 만세루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2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세루를 지나면 바로 대웅전이 보입니다. 국보 311호인 봉정사 대웅전은 봉정사의 대표 건축물인 극락전 못지않게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건물로 팔작지붕 다포양식을 하고 있으며 1435년(세종 17)에 중창했다는 묵서명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불상이 하나 있습니다. 안동 안정사 석조여래좌상이라는 이 불상은 원래 안정사에 보관되었던 것인데 안동댐 건설로 절이 폐사되면서 1973년 봉정사에서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결가부좌를 한 모습과 항마촉지인을 한 수인으로 보아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 경의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봉정사의 자랑은 역시 국보 15호이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입니다. 통일신라 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른 고려시대의 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은 주심포 양식의 배흘림기둥과 맞배지붕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정면 3칸, 측면 4칸의 아담하고 수수한 외관을 가진 이 건물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락전 금당 가운데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82호인 봉정사 삼층석탑이 있고, 좌측에는 보물 449호인 봉정사 고금당이 있습니다. 봉정사 삼층석탑은 기단부의 일부가 파손되었고 상륜부의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완전한 3층 석탑입니다. 극락전과 건립연대가 같을 것으로 추정되며 작지만 수수한 외관을 지닌 정이 가는 석탑입니다.
봉정사 고금당은 현재 요사채로 사용되는 건물입니다. 1969년 해체 복원 당시 상량문에 광해군 8년(1616년)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나왔으나 최초 건립 연대는 알 수 없고 건축 양식으로 봐서 조선 중기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10대 정원이자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나랏말싸미」의 촬영지인 영산암으로 갑니다. 봉정사 영산암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26호 지정된 나한전으로 19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산암은 'ㅁ'자 형태를 한 전통적인 구조의 건물이며 일본식 정원이 아닌 한국 전통 정원 특유의 미적 극치를 보여줍니다.
영산암을 마지막으로 봉정사를 나옵니다. 겨울에 왔을 때도 정말 좋았었지만 추워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좋은 가을에 와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영산암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여행과 답사 > 경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 부석사의 가을과 무량수전 (0) | 2021.10.29 |
---|---|
안동 월영교 야경과 안동 석빙고, 선성현 객사 (0) | 2021.10.28 |
안동 임청각과 법흥사지 칠층전탑 그리고 운흥동 오층전탑 (2) | 2021.10.26 |
안동 화천서원에서 부용대, 그리고 겸암정사까지 - 부용대에서 본 하회마을 (0) | 2021.10.25 |
유네스코 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부용대 가을 풍경 (0) | 2021.10.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