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무섬마을도 지금 시즌이나 주말에 가면 엄청 붐빕니다. 이른 아침 시간을 제외하고 무섬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할 수 있는 곳 찾기가 어려워요. 지금부터 무섬마을과 주차와 관련해서 천천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섬마을은 오래전 예능 프로 1박 2일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곳입니다. 특히 내성천 위로 가로놓인 외나무다리는 무섬마을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여겨지며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무섬마을에 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도는 곳에 모래톱이 쌓이고 그곳에 한옥 전통마을이 형성된 곳으로 지형과 특징이 하회마을과 거의 유사합니다. 무섬마을은 반남박씨와 선성김씨의 세거지이고 입향조인 박수가 이 마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으며 선성김씨는 박수의 증손녀 사위 집안입니다. 100년이 넘은 조선시대 가옥이 많아 한옥마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고 각종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도 많습니다.
무섬마을은 소수서원에서 차로 40분 안쪽에 있는 거리로 가까운 것도 아니지만 멀지도 않습니다. 영주 여행에서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마을 방문을 계획했다면 경로 상 부석사 → 소수서원 → 무섬마을 순으로 가든지 아니면 그 역순으로 가면 됩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차례대로 위치해 있어서 소수서원은 무조건 가운데 놓는 게 동선이 자연스럽습니다.
소수서원에서 출발해 무섬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안은 이미 차들로 가득찬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마을 내에 주차하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내성천 건너 외나무다리 끝 지점으로 가세요. 마을 밖에도 차를 댈 수 있는 넓은 임시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보다는 외나무다리 끝에 주차하고 내성천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재밌고 운치도 느껴지고 좋을 겁니다.
수도교를 건너서 언덕을 한 바퀴 빙 돌아 천지인 전통사상체험관을 가로지릅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외나무다리 끝 지점, 그리니까 무섬마을 건너편에 당도하게 됩니다. 확실히 여기는 건너온 사람들은 좀 있지만 차가 많지 않고 조용한 편입니다.
이제 주차를 했으니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무섬마을로 들어갑니다. 굽이쳐 흐르는 내성천과 외나무다리의 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해질녘이었는데 붉게 해가 넘어가는 풍경도 정말 환상적인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 온 지가 좀 오래되어서 내성천 물이 많이 말랐네요.
교행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폭이 좁아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과 만나면 어떻게 할까 싶지만 중간중간 옆으로 피해주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알아서 잘들 피해주기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물이 흘러가는 구간은 다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흐르는 물이 시야에 자꾸 들어와서 어지럽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고 병인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다고 하더군요.
드디어 무섬마을에 입성했습니다. 마을 분들이 나와서 농산물도 파시고 음식점, 카페도 꽤 많습니다. 저는 관광지 내에 있는 음식점들은 비싸고 돈 값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르는 편입니다. 무섬마을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여기는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이런 데는 맛은 포기하고 분위기로 먹는 게 사실이죠. 아무튼 천천히 무섬마을 가옥들을 둘러보겠습니다. 무섬마을 중심 건물은 만죽재 고택과 해우당 고택 같습니다. 가장 먼저 영주 수도리 김정규 가옥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1920년 무렵에 지은 살림집이라고 하며 초가지붕의 까치구멍집입니다. 까치구멍집이란 태백산맥 일대에 주로 분포하며 특히 경상북도 북부 지방에 많은 폐쇄형 가옥을 일컫습니다. 김정규 가옥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6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본 건물은 영주 수도리 김덕진 가옥(아석 고택)입니다. 이 가옥은 1885년(고종 22)에 지어졌다고 알려진 살림집입니다. 원래 반남 박씨 가문에서 지었지만 지금은 선성 김씨 가문에서 살고 있다고 하네요. 조선 후기 가옥 가운데 비교적 옛날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며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1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무섬마을의 문화재 가옥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마을 안쪽으로 나 있는 골목으로 쭉 들어가야 합니다. 보통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관심이 없다면 굳이 골목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영주 수도리 김위진 가옥(조은 구택)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60호입니다. 고종 30년(1893)에 지은 살림집으로 사랑채와 안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채에 부엌이 붙어있는 옛날식 가옥의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섬마을의 가옥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 혹은 일제강점기 시기에 지어진 것들이네요. 영주 수도리 김규진 가옥 역시 조선 후기에 지어진 집으로 수해를 입어 1930년대 새로 지은 살림집입니다. 김규진 가옥은 월미산초당으로 불리기도 하며 초가 건물에 가장 처음에 보았던 김정규 가옥과 마찬가지로 까치구멍집입니다. 김규진 가옥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361호입니다.
영주 수도리 박천립 가옥(사무당) 역시 일제 강점기인 1923년에 지은 초가집이자 까치구멍집입니다. 지금까지 둘러본 가옥 중에 가장 작고 아담한 건물이며 현재 초가카페라는 이름의 카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무섬마을의 중심 건물 중 하나인 만죽재 고택입니다. 가옥의 외형과 규모에 있어서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포스가 남다르네요. 만죽재 고택은 무섬마을 입향 시조 종택으로 현종 7년(1666)에 박수가 처음 무섬마을에 들어와 지은 집입니다. 다른 가옥에 비해서 마당도 넓고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중문도 따로 있네요. 만죽재 고택은 조선 후기 경북지역 사대부 가옥의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죽재 고택에서 나와 해우당 고택으로 가는 길 중간에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18호인 영주 수도리 김뢰진가옥(만운 고택)이 있습니다. 여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이라 문이 잠겨 있고 볼 수 있는 건 문간채뿐입니다. 설명에 의하면 사랑채는 기와건물, 안채는 까치구멍집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길을 따라 해우당 고택으로 갑니다. 내성천 건너 누각이 한 채 보입니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2호인 해우당 고택은 선성 김씨 가문에서 1830년에 지은 살림집입니다. 해우당이라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글씨라고 하네요. 만죽재 고택과 함께 무섬마을을 대표하는 가옥으로 역시 조선 후기 가옥을 대표하는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우당이라는 이름에서 자꾸만 해우소가 생각나는 건 저뿐인가요?
해우당 고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봤습니다. 별 거 없어서 다시 돌아왔지만 돌담과 장독대가 정겹네요.
김뢰진 가옥 뒤로 난 골목길을 따라서 정자 건물이 있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정자 옆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초가가 있고 황토가 섞이지 않은 자연 돌담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돌담 위로는 호박 덩굴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약간 높은 곳에 지어진 정자지만 그다지 전망은 없습니다. 해우당 고택의 뒤쪽이 조금 보일 뿐이네요.
이제 무섬마을에서 다시 외나무다리를 건너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영주 무섬마을은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정말 기분 좋은 공간인 것 같습니다. 옛날 해질녘에 왔을 때도 좋았지만 이렇게 낮에 와서 여유롭게 둘러봐도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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