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영주 부석사에 갔다가 사적 55호이자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소수서원으로 향했습니다. 영주 답사에서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마을은 필수 코스처럼 묶여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조금 아쉬운 영주 여행이 될 겁니다. 부석사는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아침 일찍 갔는데도 불구하고 1시간도 안 돼서 사람들이 급속도로 많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가 어느 순간 늘어나기 시작하니까 어떤 분은 정말 의아해하며 '갑자기 어디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졌지'하는데 좀 웃겼습니다.
그래도 일찍 서둘러서 그나마 부석사에서 빨리 나와 소수서원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과 같이 복잡한 시즌에는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을 선택하여 가장 먼저 답사를 끝내고 다음 순서대로 이동하는 것이 최대한 번잡함을 피하는 나름의 노하우입니다. 소수서원 역시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부석사에 비하면 여유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소수서원은 주차료가 없고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입니다. 소수서원의 입장료는 박물관과 선비촌까지 포함된 것이니 모두 둘러보시면 됩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소수서원 소나무 숲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정말 장관입니다. 다른 서원과 다르게 소수서원이 규모가 크고 좀 더 관광지 느낌이 나는 이유는 바로 이 소나무 숲 때문인 거 같습니다. 이 숲의 소나무들은 겉과 속이 모두 붉은 적송으로, 수령이 수백 년에 달하는 것이 많다고 하네요.
소나무 숲 뒤로 당간지주가 보입니다. 서원에 웬 당간지주인가 싶지만 이것은 여기에 서원이 들어서기 전 절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입니다. 영주 숙수사지 당간지주라는 이름에서 알려주듯이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숙수사가 이곳에 있었고 출토 유물과 유적으로 미루어봐서 부석사 못지않게 큰 절이었다고 합니다. 부석사 당간지주와 마찬가지로 세로 윤곽선이 있고 길게 제작된 것이 특징으로, 보물 5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소나무 숲 아래로 개울이 흐르고 정자 건물인 취한대가 보입니다. 예전에는 아래로 내려가 돌다리를 건너 취한대로 갈 수 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진입구를 막아놓았습니다.
소수서원 입구 앞에 육중한 덩치의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중 경렴정 옆에 있는 나무는 어딘가 아픈지 수술을 준비하는 듯 보입니다. 경렴정은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로 소수서원 입장 전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입니다.
소수서원은 안동의 도산서원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도산서원은 건물 배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반해 소수서원의 건물 배치는 한층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앞의 제일 큰 건물이 보물 1403호인 강학당입니다. 강학당은 요즘 대학의 강의실이라고 보면 됩니다.
주세붕이 최초로 세운 소수서원의 원래 이름은 백운동서원이었고 명종이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림으로써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습니다. 강학당에는 '백운동' 편액과 명종이 직접 쓴 '소수서원' 편액이 같이 걸려 있습니다.
강학당 뒤로는 지락재와 학구재, 일신재와 직방재가 위치하고 왼쪽에 장서각이 있습니다. 일신재와 직방재는 숙소이며 하나의 건물입니다. 그리고 장서각은 책과 목판을 보관했던 곳입니다.
강학당의 왼쪽으로 제향영역이 있습니다. 제향영역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보물 1402호 문성공묘와 영정각 등의 건물이 있습니다. 문성공묘는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인 회헌 안향의 위패를 모신 사묘로 1542년 주세붕이 세웠습니다. 문성공묘는 제를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서원과 마찬가지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제 문 밖으로 나오면 강학영역과 제향영역으로 구성된 소수서원은 끝입니다. 하천을 지나 다리를 건너 소수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소수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건물이 생각보다 큽니다. 박물관 별관 기획전시실도 있습니다. 현재 '순흥'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바느레고분이라는 신라의 횡혈식석실분이 하나 있습니다. 순흥면에 있는 고분을 발굴 기념하여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박물관에는 안향과 주세붕에 관한 것, 그리고 소수서원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선비촌으로 갑니다. 박물관, 소수서원, 선비촌은 서로 붙어있어 이동이 쉽습니다. 선비촌은 민속촌 비슷한 개념으로 집성촌은 아니지만 정통 한옥마을을 체험하고 숙박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입니다. 구경하다 보면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들도 꽤 많습니다.
가다 보니 마차 앞에 매어놓은 당나귀 한 마리가 보입니다. 먹이 주라고 당근 넣어놓고 천 원에 팔고 있네요. 당나귀 무지 귀엽습니다만 냄새가 좀 많이 났습니다.
선비촌의 경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숙박과 고택체험을 하는 데 쓰이는 것 같고 집들의 관리상태는 매우 좋아 보였습니다. 고택 하나씩 들어가서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81호 우금촌 두암고택은 선비촌에 있는 가옥 중 가장 오래된 고택입니다. 안에 들어가니 대감집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우금촌 두암고택에서 나와 걷다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8호인 화기리 인동 장씨 종택이 보입니다. 이 고택의 본채는 특이하게 대청을 두고 한 칸은 정자, 두 칸은 온돌방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집도 굉장히 넓어요.
나와서 다시 걷다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93호인 만죽재 고택이 나옵니다. 이 건물은 앞으로 갈 곳인 무섬마을의 입향시조인 박수가 건립한 가옥으로 북부지역의 'ㅁ'자형 평면구조를 잘 간직한 건물입니다.
선비촌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소수서원으로 넘어갑니다. 일주일 전의 사진이라 아직 잎들의 단풍이 덜 들어있습니다. 지금쯤 단풍이 많이 들었을 거 같네요. 소수서원 역시 영주 여행에서 빠지지 않을 좋은 답사지입니다. 아직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좋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오는 길에 소나무들을 다시 담아봤습니다. 소나무 숲은 다시 봐도 운치가 있네요. 나가는 길에 보니 입장권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네요. 다음 행선지인 무섬마을도 함께 포스팅하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따로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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