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 임청각
안동 임청각은 안동의 주요 관광지 중에 그나마 조용한 편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과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이 있습니다. 임청각은 상해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냈으며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독립투사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보물 18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이 안동을 방문하면서 들르기도 한 곳이죠.
임청각은 1519년 이명에 의해 지어진 집이며 현판은 퇴계 이황의 글씨입니다. 원래는 99칸의 대저택이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사당, 별당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상룡 선생은 경술국치 이듬해 임청각을 팔아 독립자금을 마련하였고,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게 됩니다. 임청각은 1942년 일제에 의해 마당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로가 만들어지면서 50여 칸의 건물이 헐리는 수난을 겪게 됩니다. 몇 년 전까지 임청각 옆으로 시끄러운 기차가 수시로 지나갔었는데 철로 이전사업에 의해 현재는 철로가 싹 치워졌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군자정이 보입니다. 현재 임청각 역시 코로나로 인해 관람 제한을 두고 있는데 군자정과 일부 건물만 관람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군자정은 '丁'자 모양 누각의 별당 건물로 안에는 농암 이현보 등이 지은 시가 걸려 있습니다.
안채로 들어가봤습니다. 안채에는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으로 보였고 안에서 사람 소리도 들렸습니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 입장에서는 수시로 드나드는 관광객이 그리 달갑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채와 중채, 사랑채가 'ㄷ'로 배치되어 있고 마당 가운데에는 우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당의 흙은 싸리비로 깨끗하게 쓸려 있는 모습입니다. 조용히 구경하다가 사진을 찍고 밖으로 나옵니다.
-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신세동 칠층전탑)
안동은 전탑의 고장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국내에 남은 총 5기의 전탑 중 3기가 안동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3기 중 임청각 옆에 있는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탑으로 국보 1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법흥사에 있던 탑으로 18세기 초 절이 폐사되면서 이 전탑만 남게 되었습니다.
법흥사지 칠층전탑의 첫인상은 정말 엄청 거대하다는 것이었고 수지로 지나가는 기차 소음과 좁은 공간에 갇힌 모습이 조금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철로가 철거되면서 기차가 지나가며 생기는 진동에 의한 훼손은 사라지게 되었고 주위 환경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공사가 끝이 나면 더욱 깨끗한 모습으로 단장되리라 예상됩니다.
전탑 기단부의 각 면에는 특이하게 팔부신중과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고 기단 상단부는 1914년 일제에 의해 시멘트를 발라 보수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형태가 매우 안정적이고 보존 상태도 양호합니다. 상륜부는 노반만 남아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1487년 탑을 보수하면서 금동 장식을 없앴다고 하네요. 또한 탑신부 옥개 일부에 남아있는 기와는 목탑을 모방한 흔적으로 보입니다.
법흥사지 칠층전탑 옆에는 국가민속문화재 185호 안동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이 있습니다. 문이 잠겨 있고 내부를 볼 수 없어 전탑 볼 때 단지 참고만 할 수 있으며, 이곳이 원래 법흥사가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탑동파 이름의 유래도 전탑이 종택 앞에 있다 하여 탑동파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 안동 운흥동 오층전탑(동부동 오층전탑)과 운흥동 당간지주
보물 56호인 운흥동 오층전탑은 법흥사지 칠층전탑, 조탑동 오층전탑과 더불어 안동에 소재하는 3기의 전탑 중 하나입니다. 역시 통일신라시대의 전탑으로 구체적인 제작 연대는 전하지 않고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에 범림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탑 옆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00호인 운흥동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탑과 당간지주가 몇 발자국 거리로 바로 붙어있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이 부근이 사찰이었다는 사실을 이 두 건축물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구 안동역 앞 구석진 자리에 있는 이 전탑은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거의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어 일부러 찾아가기도 애매합니다. 전탑 바로 옆이 유료주차장이고 주차료가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뭔가 이걸 보기 위해서 주차료까지 내기까지는 아.. 좀 그렇죠. 전 주차장 옆 일직식당에서 간고등어 먹고 무료주차했습니다. 일직식당에서 밥 먹으면 주차권에 도장 찍어 줍니다.
주차장에 내리면 멀리서도 전탑은 잘 보입니다만 도로 쪽으로 나가면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탑의 상태는 깨끗하고 좋아 보입니다만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면 벽돌에 온갖 낙서가 그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수십 년 전에 행해진 행위들이겠죠.
이 탑은 원래 7층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붕괴된 것을 5층으로 개축하였고 상륜부의 금동장식도 명나라 군사에 의해 철거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6·25 전쟁 때에도 일부 파괴되어 1962년 복원되는 등 여러 번의 보수로 인해 원형이 손상되었습니다.
탑신부를 보면 옥개 부분 상층에 기와가 올라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흔적만 남아있는 법흥사지 칠층전탑과는 달리 거의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탑이 목탑을 모방한 잔재로 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목탑 → 전탑 → 석탑으로 이어지는 탑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층마다 감실이 설치되어 있고 2층 남면에는 인왕상 2구를 조각한 판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직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간고등어 정식 11,000원입니다. 고등어 반마리고, 안동 물가가 그리 싼 편은 아니죠. 반찬은 많이 나오는데, 반찬 없이 고등어 한 마리 나오는 경주 휴게소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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