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교는 한국에 있는 목책교 중 가장 길이가 긴 다리로 알려져 있죠. 여기도 안동 시내와 가까워서 주말에는 항시 사람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원이엄마의 애틋함을 담아 만든 다리로 먼저 간 남편을 생각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의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2003년에 개통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월영교는 많이 와봐서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해 지는 시간이 얼추 맞아 월영교 야경이나 찍어볼까 하고 들렀습니다. 해가 저물기 1시간 전쯤에 와서 천천히 돌아다니며 월영교와 석빙고, 선성현 객사를 담아봅니다. 다리 가운데에는 월영정이 있고 월영정 앞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낙동강변에 심겨 있는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가고 햇빛은 부드럽게 낙동강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월영교를 건너 조금 더 가니 안동 석빙고(보물 305호)와 선성현 객사(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9호)로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면 석빙고가 나오고 석빙고에서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선성현 객사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유적지들입니다. 석빙고는 경주 석빙고가 유명하고 대구에도 있고 창녕에도 있죠. 안동 석빙고는 낙동강에서 많이 잡히는 은어를 왕에게 올리기 위해 조선 영조 13년(1737)에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빙실 가까이 가면 불이 켜지는데 들어가 볼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놔서 좋았고, 아치형으로 돌을 쌓아 만든 천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석빙고에서 몇 발자국만 떼면 선성현 객사가 보입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이게 뭐하는 건물인지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곳을 다니며 객사가 어떤 곳인지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객사는 관아의 부속건물이며 가운데 정당이 있고 좌우에 날개집이 붙어있는데 선성현 객사는 그런 일반적인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죠. 객사의 좌우 날개집은 사신이나 관리들의 숙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선성현 객사는 안동댐 건설로 1976년에 도산면 서부리에 있던 것이 현재의 위치로 옮겼졌습니다.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아래로 내려오니 해가 지려고 합니다. 월영교 다리 옆에는 원이엄마에 관련한 설명판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는 만큼 점점 빛이 바래고 있네요. 원이엄마는 영가대교 아래에 있는 귀래정과도 연관이 있는데 원이엄마의 남편이 고성이씨 귀래정파의 이응태라는 사람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래정 옆에는 원이엄마 테마공원이 만들어져 있지요.
이제 월영교에 불 켜지기만을 기다립니다. 생각보다 빨리 켜주지를 않네요. 주위의 다른 불은 다 켜졌는데 월영교만 불을 켜주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니 월영정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해가 지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핫팩이라도 가지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가 지고 20분 정도 기다렸나, 드디어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그런데 불이 그렇게 예쁘게 켜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월영정과 다리 주위로 노란 불만 켜주는 정도네요. 그래도 완전 깜깜해지기 전까지 월영교 야경을 계속 담아봅니다.
위에서 찍다가 내려와서 월영교를 지나는 동안 계속해서 야경을 담습니다. 한번씩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심령사진이 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추워서 대충 찍고 얼른 다리를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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