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여행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아마도 하회마을일 겁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 역시 하회마을입니다. 그리고 도산서원, 월영교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동이 아주 오래전에는 관광도시로서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었는데 경주와 더불어 세월이 지나며 점점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하회마을 포스팅을 하고 도산서원, 월영교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하회마을 답사를 할 때, 부용대에 꼭 올라가 볼 것을 추천하는데,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부용대 오르는 길은 현재는 화천서원과 겸암정사에서 올라가는 길 뿐이며 하회마을을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먼저 병산서원에 대한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가깝기 때문에 보통 함께 답사를 많이들 하시는데, 병산서원은 제일 불편한 게 2.2km의 진입로가 비포장길이라는 것이죠. 포장을 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 예상에 아마도 병산서원 측, 아니면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 보존 차원으로 도로포장에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비포장도로의 일부구간의 포장 공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1월 16일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병산서원까지의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 통행은 11월 1일부터 가능하다고 하니 병산서원 가시려는 분들은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회마을 입장은 9시부터 가능하며 요금은 어른 5000원, 주차료는 무료입니다. 그리고 하회마을은 마을 안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는 조금 걸어가야 하며 그 중간에 하회장터가 있어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모여 있습니다. 셔틀버스는 표 확인을 한 다음 매표소 앞에서 타면 되겠습니다. 참, 네이버에서 입장권 예매하면 500원 할인 적용이 되니 참고하시고, 입장 1시간 전에 예매해야 대기 시간 없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하회마을의 중심 건물은 류성룡의 종가인 충효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물로 등록된 문화재는 이 충효당과 바로 건너편에 있는 양진당 두 가옥입니다. 그외 다수의 국가민속문화재가 있으며 이들을 꼼꼼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하회마을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안내책자를 가지고 뒷면의 지도에 표시된 번호 순서대로 따라가야 동선이 꼬이지 않을 겁니다. 그게 아니고 문화재 그런 거에 관심 없다 하시는 분이면 그냥 마음대로 돌아다니시면 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입향조기적비입니다. 이건 문화재는 아니고 안내책자에 1번으로 표시된 비석이며, 풍산 류씨 입향조인 류종혜의 내력을 기록한 것입니다. 참고로 입향조란 한 집성촌에 가장 먼저 터를 잡아 정착한 조상을 말합니다.
마을 앞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이제 곧 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회탈 가게를 지나 계속 걸어가면 가장 먼저 하동고택을 만납니다. 하동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177호이며 하회마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하동'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하동고택보다 동쪽에 있는 집이 더 많은 거 생각하면 이름의 유래가 좀 이상하네요. 하동고택은 문이 잠겨있어 안은 구경할 수 없습니다.
하동고택을 지나 사람이 잘 안 가는 쪽으로 가니 농가와 주택들이 보이고 멀리 하동교회의 종탑도 보입니다. 누런 논과 함께 배추밭, 목화밭도 있습니다. 다시 마을 안으로 돌아가 염행당으로 갑니다. 염행당의 다른 이름은 남촌댁이며, 1954년 화재로 문간채와 별당, 사당만 남기고 소실된 것을 2011년 복원하였습니다. 염행당은 지정문화재는 아니며,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는 가옥에는 한복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이 한두명 씩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에는 사람을 배치한 것 같은데 잠시 멈칫하게 하지만 안에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염행당에서 하회마을 중앙으로 이동해 양오당으로 갑니다. 양오당은 국가민속문화재 91호이며 류성룡의 종손 류만하가 충효당에서 분가해서 지은 집이라고 하네요. 양오당 역시 들어가 볼 수 있으며 담장 자체가 없고 안에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양오당 다음은 화경당입니다. 화경당의 다른 이름은 북촌댁이며 국가민속문화재 84호입니다. 화경당은 하회마을 북촌을 대표한다고 하여 북촌댁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화경당은 과거 관광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난 적이 있기 때문에 문은 열려있지만 들어가지는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쳐놓았습니다. 하지만 가옥 사랑채와 기타 건물 배치는 문 앞에서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화경당은 충효당과 양진당을 제외하고 하회마을에 있는 가옥 중 가장 정갈하고 깔끔하게 관리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경당에서 삼신당 신목으로 가야 하지만 잠시 경로를 벗어나 원지정사로 빠집니다. 원지정사는 류성룡이 강학을 위해 지은 건물로 강당과 누각이 있습니다. 원지정사에서는 부용대가 조망되고 바깥마당에는 수령 400년의 소나무 한 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원지정사는 국가민속문화재 8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삼신당은 원지정사와 담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삼신당 담장 너머 신목인 수령 650년의 느티나무 고목이 보입니다. 느티나무 고목이 그 세월을 말해주듯이 엄청나게 큽니다. 거대한 줄기 아래에는 금줄을 돌려 놓았고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쪽지가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삼신당의 삼신은 아기 점지에서 출산, 성장까지 관장하는 가신으로, 삼신할매의 그 삼신이 맞습니다. 지금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신성시하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지고 보시는 것처럼 관광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제 충효당과 함께 하회마을 보물 문화재 중 하나인 양진당으로 이동합니다. 양진당은 보물 문화재답게 이전의 다른 가옥들보다 확실히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들어가니 역시 한복 입은 아저씨 한 분이 대청에 앉아 있습니다. 이리저리 사진 찍고 돌아다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안심하시고 그냥 할 것 하세요. 양진당은 고려 말기에 풍산 류씨 하회마을 입향조인 류종혜가 처음 터를 잡은 곳에 지은 건물이며 사랑채의 처마 아래에 입암고택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대청 북쪽 벽에 양진당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참고로 입암은 류성룡의 아버지인 류중영의 호에서 따온 것입니다. 양진당은 보물 30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양진당을 나와 충효당으로 갑니다. 보물 414호인 충효당은 하회마을의 가장 중심 가옥이라 할 수 있으며 부지도 가장 넓습니다.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며 큰집인 양진당과는 약간 비켜서 서향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대문 바깥에는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구상나무가 있고 사랑채를 지나 옆으로 돌아가면 류성룡의 유품과 서책을 전시하고 있는 유물전시관인 영모각이 있습니다. 영모각은 1965년 박정희에 의해 최초 지어졌습니다. 충효당이 류성룡의 종택인 만큼 여러 모로 봐도 하회마을의 가옥 가운데 가장 예쁘고 깔끔합니다. 영모각 앞에 심어져 있는 반송 역시 충효당에 운치를 더해줍니다.
충효당에서 작천고택으로 가는 중간에 달봉이네를 지나칩니다. 코로나 이전에 카페 겸 매점인 달봉이네는 성업했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문을 닫은 건지 장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천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87호이지만 하회마을 내의 문화재 가옥 중 가장 볼품이 없는 곳입니다. 그냥 일반적인 살림집 느낌으로 실재 사람이 살고 있어 들어가 볼 수도 없습니다.
화회마을 둘레길을 따라 만송정 숲으로 가다가 국가민속문화재 86호인 빈연정사로 갑니다. 원래 양진당 뒤편에 있었으나 그곳에 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정사 건물 한동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구성으로 지금은 다도체험을 하는 곳이 되어 있습니다.
빈연정사 바로 아래에는 만송정 숲입니다. 만송정은 류성룡의 형 류운룡이 풍수사상에 기반해서 부용대 앞에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현재 수령 90~150년 된 소나무 100여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부용대 꼭대기에서 밧줄로 이어 불꽃을 피우는 줄불놀이가 매년 펼쳐지기도 하는 만송정은 천연기념물 47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송정 숲에서 정면으로 부용대가 바라다보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만송정에서 부용대로 넘어가는 배가 운행되기도 했었는데 코로나가 이 마저도 중단시킨 것 같습니다. 모래사장 중간쯤으로 내려가 봤더니 만송정에서 볼 때랑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부용대와 어우러진 낙동강의 풍경이 정말 멋집니다. 낙동강 물도 위쪽은 이렇게 깨끗하네요.
종종 하회마을을 두고 지붕만 보다 온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관람 비중의 80%가 가옥이다 보니 그런 불만도 있을테지만 여기가 마을이라는 것일 잊으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곳이 있느니 바로 하회세계탈박물관과 부용대 절벽 꼭대기입니다. 부용대 절벽은 화천서원 혹은 겸암정사 쪽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하회마을 방문 시 함께 가볼 것을 추천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포스팅을 하자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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