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세종대왕자 태실
성주는 크게 갈만한 데가 많지 않은데 알려진 곳이라면 성밖숲과 성산동고분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많은 포천계곡도 성주에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자 하는 곳은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로, 여기는 답사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꽤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실이란 태아의 태를 봉안하여 묻은 장소를 말하며 따라서 세종대왕자 태실은 세종대왕의 자손들의 태가 봉안된 곳이라는 뜻입니다.
사적 444호로 지정된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선석산 아래 태봉의 정상부에 위치해 있으며 세종의 장자 문종을 제외한 모든 왕자의 태실과 원손 시절 단종의 태실을 합쳐 19기가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를 별도로 처리하는 행위는 조선시대에 왕실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널리 행해졌는데, 이 장태 풍습이 성행한 이유는 사람이 나고 성장하는 데에는 이 태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태는 생명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신성시하고 그 존재를 특별하게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태를 태항아리에 봉안하는 왕실 혹은 반가와는 달리 일반 민간에서는 소태라고 하여 태를 왕겨에 싸서 태워서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왕겨는 겻불이라고 하여 서민들의 땔감으로 애용되던 것으로 불기운이 그리 세지 않아 여기에 태를 넣으면 고기 타는 냄새 없이 뭉근하게 태를 처리할 수 있었다 합니다.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은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세종대왕자태실 생명문화공원과 태실, 그리고 선석사입니다. 생명문화공원 앞에는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는 걱정할 일이 없고 한여름이 아니라면 주위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더운 여름에 온 관계로 각각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먼저 태실부터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태실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2, 3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세종대왕자 태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19기의 태실이 군집한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세종대왕께서 그만큼 애들을 되도록 많이 낳으려고 노력한 대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더운 여름에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태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더운 날씨에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그런데 한쪽 소나무 그늘 아래 서 있으니 인촌지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나게 시원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단종과 세조의 태실이 눈에 띕니다.
태실의 대략적인 구조는 지하에 태항아리를 보관하는 석함이 있고 지상에 앙련이 새겨진 기단석, 기단석 위에 중동석, 중동석 위에 복련이 새겨진 개첨석, 가장 상단에 보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9기의 태실 중 일부는 기단석만 남아있고 나머지 석물은 결실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는 수양대군의 즉위에 반대한 다섯 왕자의 태실로 그 당시 파괴된 것이며,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한 안평대군의 태실도 그중 하나입니다.
성주 선석사
세종대왕자 태실에서 내려와서 선석사로 향합니다. 선석사는 부드러운 육산인 선석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로서 신라 신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하며,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자 태실을 수호는 사찰로 통했습니다. 선석사로 향하는 길은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시원하게 그늘이 햇볕을 가려줍니다. 선석사 대웅전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74호로 지정되어 있는 유일한 지정 문화재 당우입니다.
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아담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낌이 괜찮은 절입니다. 다만 건물 배치가 가로 세로로 줄을 지어 늘어선 것이 왠지 사찰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사찰 내에는 수령 20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맞은편에는 태실법당이라는 당우가 있는데, 뭐하는 곳인지 봤더니 자녀의 태를 태항아리에 봉안하는 곳이라는 선전 안내판이 있습니다. 태항아리 하나에 50만원이라는 문구와 함께요. 쩜쩜쩜 --;
세종대왕자태실 생명문화공원
선석사를 나와서 마지막으로 세종대왕자태실 생명문화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 내에는 태실문화관이 있어 태실에 관해 설명과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고요, 야외에는 연못과 태실 미니어처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봄, 가을에는 한 바퀴 둘러보면 좋은데 한여름에는 그러기에는 너무 덥죠. 태실문화관으로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쇠면서 구경했습니다. 여러 가지 알아두고 싶은 것들이 있어 사진을 찍는데 촬영 금지라고 하더군요.
태실문화관은 시원해서 제일 좋았고 볼 만한 것들도 꽤 많습니다. 특히 현대인에게 생소한 태실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용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밖으로 나와서 덥지만 그늘로 순간 이동하며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야외 공간도 더운 계절이 아니라면 산책하기 좋게 꾸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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