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는 비슬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산줄기의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금강계단을 비롯한 많은 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용연사는 소정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으나 수년 전 무료화 되었습니다. 용연사 옆을 흐르는 골짜기와 이보다 남쪽에서 발원한 비슬산의 계곡이 옥연지로 합쳐지는데, 이들 계곡을 용연사 계곡이라 말합니다.
이날 답사는 용연사 매표소 주차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용연사 매표소 주차장에서 용연사까지는 꽤 먼 거리인데 무더운 여름에 걸어간다는 건 사실 상 어려운 일입니다. 참고로 이날은 용연사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계곡에만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용연사 사찰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용연사 계곡에서의 추억
용연사가 대구 시내에서 더 가까워서 그런지 유가사나 휴양림 쪽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용연사 계곡은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곳인데 차도 잘 없고 하던 그 옛날, 버스를 타고 물놀이를 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때만 해도 용연사는 오지 중의 오지였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당시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너무 힘들어 찡찡거린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짐 들고 올라가시는 부모님들이 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힘들게 도착했던 그때의 용연사 계곡은 정말로 맑고 투명했더랬죠.
더러워진 계곡
잠시 플래시백 했던 필름을 다시 현재로 돌립니다. 매표소에서 내려 계곡 쪽으로 가니 다른 곳과는 달리 물소리가 세차게 들립니다. 아래로 내려가 보니 많은 양의 물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 색깔이 매우 탁합니다. 냄새까지 나고 물의 수질은 들어갔다가는 피부병 걸릴 정도로 악화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러 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데 저런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가능한 지 이해 불가입니다. 원래 아래쪽은 수질이 그렇게 청정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오염원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여기서 고기까지 구워먹고 있습니다. 비위 좋습니다. 입장료 있을 때는 이런 경우가 전혀 없었는데, 이런 것 보면 사찰 입장료 징수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표소 아래에 있는 닭불고기 식당 쪽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닭불고기 식당 길 건너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 아래로 계곡이 이어집니다. 상황은 매표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탁한 물이 계곡을 따라 콸콸콸콸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류 쪽 계곡의 주오염원은 식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반송지
다시 위로 올라가서 용연사와 매표소 사이에 있는 반송지로 향했습니다. 그 중간에도 몇 군데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건지 위로 올라가니 물은 마찬가지로 더럽고 냄새는 더 나는 것 같습니다. 거의 뭐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수준입니다. 나의 추억이 서린 장소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것인지 통탄스럽습니다.
반송지에 도착해서 보니 저수지가 거의 말라 있고 물은 검은색을 띄고 있습니다. 계곡물이 더러운 원인은 아무래도 반송지의 물이 말라가면서 물이 썩어 들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용연사 아래 계곡물은 반송지를 거쳐서 내려가는데 원래 반송지는 깨끗했으나 날이 가물어서 고인 물이 점점 썩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거 완전 똥물인데 정화해서 내려보내야 하는 거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명적암과 용연사 계곡
반송지에서 용연사와 명적암으로 길이 나뉘는 극락교로 갔습니다. 극락교에서 명적암까지도 작은 계곡이 이어집니다. 극락교 앞에서 바라본 용연사 계곡은 물이 완전히 말라버려 처참한 광경을 보여줍니다.
명적암에서 내려오는 계곡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물 진짜 맑은 곳인데, 거의 뭐 물웅덩이 수준으로 변해 있습니다. 물고기는 다 말라 죽었는지 그 많던 물고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비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별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서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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