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자연휴양림
연일 비가 오지 않는 불볕더위에 비슬산자연휴양림의 계곡은 어떤 상태인지 한번 가봤습니다. 오랜만에 비슬산자연휴양림에 와봤더니 이제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네요. 이 비슬산자연휴양림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전국에 휴양림이 많이 없어서 희소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크고 작은 휴양림들이 너무 많죠.
달성군 유가읍의 비슬산 계곡은 유가사 쪽과 휴양림 쪽에서 발원한 두 물줄기가 기본을 이루고 있는데, 휴양림 쪽은 하천 정비(이게 생태 환경적으로는 좋지 않음)를 해놓아서 발목 깊이로 아이들이 놀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은 주차장이 여러 군데에 있는데, 저는 호텔 아제리아 앞에 주차했습니다. 호텔 아제리아 가기 전 반딧불이 전기차 타는 곳 앞에도 큰 주차장이 있습니다.
1. 비슬산자연휴양림 계곡
바리케이드가 있는 도로를 지나 치유의 숲 쪽으로 갑니다. 바리케이드 위로는 시설 이용객과 관계자 차량 외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보행자 길인 비슬산 산림 치유센터 쪽으로 가서 숲길을 빠져나오면 휴양림 계곡과 소재사가 나옵니다. 휴양림 계곡을 보면 돌과 공구리로 바닥 시공을 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곡을 계단식으로 직선화 시켜 놓으면 물의 자정능력도 좋지 않아지고 수중 생태계에도 악형향을 끼칩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 놓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아무튼 너무 가물은 날씨에 계곡에 물은 거의 마른 상태입니다.
다리 앞에는 장승이 세워져 있고, 다리를 건너가면 소재사 입구에 닿습니다. 소재사는 산책로 갔다가 오는 길에 들르는 것으로 하고 잠시 패스합니다. 산책로와 데크가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물이 군데군데 웅덩이에 고여있는 수준으로 진짜 안타까울 지경이네요.
오히려 상류로 계속 올라가니 물이 흘러내려오는 느낌입니다. 조금 신기한 느낌의 초가 건물 쪽까지 오니 그나마 계곡이 계곡다워지네요. 물이 그래도 여기에는 많이 내려오는 편입니다.
발목 깊이 물인데 발을 담갔더니 물이 엄청 차갑습니다. 비슬산이 아무래도 암괴류가 많이 형성되어 있는 지형이라 그런지 물이 많이 차가운 편입니다. 한여름인데도 오래 담그고 있으니 발이 살짝 시릴 정도로 차갑습니다. 한동안 여기서 쉬면서 목을 축인 후 다시 돌아갑니다.
2. 소재사
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텐트, 그늘막 금지, 취사, 입수 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네요. 딴 건 몰라도 입수는 하고 싶어도 물이 없어 못하겠네요.
마지막으로 소재사에 들러봅니다. 소재사는 창건 시기는 전해지지 않고 1358년(공민왕 7년)에 진보 법사가 중창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현존하는 문화재로는 대웅전과 명부전에 봉안된 목조지장보살좌상이 있습니다.
대웅전과 명부전은 둘 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이며, 목조지장보살좌상 역시 현종 15년(1674)에 제작된 불상입니다. 소재사는 요사채까지 더해서 총 4동의 건물이 있는 아담한 절입니다.
비슬산 유가사
휴양림을 나와 유가사로 이동했습니다. 유가사도 주차장이 여러 군데 있지만 절 이용객이나 물놀이 오신 분들은 유가사 안쪽 주차장에 많이 주차하십니다. 다만 주차장이 별로 크지 않아 사람들 많이 몰릴 때는 주차하기 힘듭니다. 보통 유가사 쪽에 오시는 분들은 유가사 내 골짜기가 아니면 절 바깥의 식당, 펜션 쪽에서 많이 물놀이를 즐기는데 요즘과 같은 때는 물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되네요.
1. 유가사 계곡
저는 유가사 주차장이 땡볕이라 수도암에 차를 대놓고 숲길을 걸어서 유가사로 이동했습니다. 수도암 옆에도 맑은 물이 흐르는데 역시나 수량이 너무 적습니다. 수도암과 유가사를 잇는 숲길은 시원하고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유가사 십방루와 범종각이 보입니다. 위로 올라가지 않고 주차장 쪽으로 내려갑니다.
유가사 주차장 옆에 있는 다리 밑으로 가면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사 역시도 물이 너무 없습니다. 한 5년 전쯤만 해도 여름에 가면 물이 콸콸 쏟아지던 곳인데 왜 이렇게 날씨가 가무는 건지 걱정입니다. 계곡이라기보다는 거의 웅덩이 수준입니다.
2. 유가사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안고 유가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유가사는 별다른 문화재나 유물은 없고 주변 경치는 꽤나 좋은 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건물도 점점 늘어나고 절이 계속해서 커지는 기분이 듭니다. 삼층석탑이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고려시대 석탑의 외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수준이며, 유일한 지정 문화재인 유가사 석조여래좌상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보호각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3. 유가사 등산로 계곡
잠시 고민하다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등산로 옆으로 물이 많이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소리는 들리는데 계곡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오래된 기억으로는 갈림길에서 계곡을 건너는 지점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가도 가도 나오지 않고 의도치 않은 등산은 너무 힘이 듭니다. 20분이 넘게 걸어 올라간 것 같은데 물놀이하겠다고 여기까지 오르는 건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뭐 도착은 했지만 물이 없습니다. 봄철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인데 정말 심각하네요.
그래도 위에는 그럭저럭 물이 내려옵니다. 물은 진짜 맑고 차갑습니다. 비슬산자연휴양림과 마찬가지로 계속 담그고 있기 힘들 정도로 차갑습니다. 다만 그늘져서 벌레가 좀 있기는 하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고, 달리 생각하면 모기 빼고 벌레가 저보다 깨끗할 듯합니다. 유가사에서의 하루는 딱 고진감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등산로를 따라 내려와서 유가사를 대충 둘러본 후에 수도암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도암 안에도 잠시 들어가 봤습니다. 극락전을 주불전으로 하고 있는 수도암은 작고 평범하지만 정갈한 암자인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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