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발골
상성폭포와 함께 비슬산 하류 쪽에서 가볼 만한 계곡으로 굿밭골이 있다. 과거에는 시골의 한적한 골짜기일 뿐이었던 이곳도 이제는 많이 알려져 여름 주말과 휴일에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굿밭'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으나 참으로 특이하다. 바로 앞에 있는 교량의 이름 역시 굿밭교이다.
여기에 찾아올 때 굿밭교로 검색해서 찾으면 되고, 다리를 지나면 정자 하나가 보이고 주변에 차 대여섯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워낙 많이 알려지다 보니 늦게 오면 자리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비가 오지 않아서 계곡에 물이 많이 말랐다. 그래서 물놀이가 목적이라면 지금보다는 비가 좀 온 이후에 오는 게 좋을 성싶다.
아침 일찍 왔는데 벌써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고, 곧이어 한 대가 더 들어온다. 부지런도 하셔라.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대는 무속인 차였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꽹과리 치고 난리다. 어휴~ 저 진상들 팔공산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비슬산에도 있었다.
계곡에 내려가서 보니 역시나 비가 안 와서 물이 무지 많이 줄었다. 언제나 비가 시원하게 올까. 사진을 찍으면서 여기서 상류로 계속 올라간다. 굿밭골은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발원한 물이 아래로 내려온 계곡이다. 상성폭포 쪽보다 훨씬 깨끗하고 계곡 경치도 아주 좋다.
무속인 아짐들을 지나서 위로 계속 올라간다. 조그만 폭포 하나가 보이고, 물줄기가 약하지만 장노출로 담기에는 충분하다. 상류로 올라가면서 보는 계곡 경치가 좋다.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물은 맑다.
계속 올라가면 커다란 소가 하나 나오고 왼쪽에서 지류가 흘러내려 합류한다.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지류 쪽으로 가본다. 끝에는 실폭포가 있고 촛불을 킨 흔적이 있다.
한동안 더위를 식혔다가 되돌아가는데 스님이라는 분을 만났다. 비슬산 인근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러 다니시는 것 같은데 법명이 삼장법사라고 하신다. 사진을 부탁하셔서 찍어드렸는데, 스님이 맞으신지 알쏭달쏭하다. 아무튼 잘 모르겠지만 좋은 일 하시는 건 분명하다. 염불 백번 외는 것보다 이렇게 지구 환경 지키는 일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유치곤장군호국기념관
굿밭골에 간 김에 가까운 유치곤장군호국기념관에도 들렀다. 유치곤장군호국기념관은 6·25 전쟁 당시 공군 전투조종사로 목숨 바쳐 싸운 전투기 조종사 유치곤 장군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다. 영화 「빨간 마후라」는 바로 유치곤 장군이 남긴 신화적인 전공을 그린 영화이다. 비슬산에 유치곤 기념관이 있는 이유는 그가 유가면 쌍계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가 한 대도 없다. 하긴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산 충혼탑, 낙동강승전기념관 등의 호국 기념관에 사람이 많이 찾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당에는 F-4 팬텀과 F-86 세이버, T-37C 훈련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한쪽에는 유치곤 동상이 서 있다. 전시관도 비행기로 만들어져 있으나 지금은 문을 닫았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는다. F-4 팬텀 뒤로 산이 둘러쳐진 뒷 배경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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