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꽃을 찾아 대구의 명소를 찾아봤습니다. 방문 일자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만 7월 29일이고 나머지 장소는 모두 7월 25일입니다. 인터넷에는 배롱나무꽃 만개라고 막 올라오던데 만개는 무슨, 갔던 날짜 기준으로 반도 피지 않았습니다. 사진도 옛날 사진 활짝 핀 걸로 올려놓지를 않나. 배롱나무꽃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피고 100일 동안 펴 있다 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꽃이 오랫동안 펴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도 됩니다.
하목정
대구 배롱나무 명소는 달성군 하빈면에 몰려 있습니다. 하목정, 육신사, 삼가헌이 그곳이며 왜관에 있는 가실성당 역시 하빈의 세 명소와 동일권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가는 동선은 하목정, 육신사, 삼가헌, 가실성당 순으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장어집으로 유명한 강창장어 인근 갓길에 주차하고 하목정으로 갑니다. 강창장어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쭉 들어가면 고택 하나가 보이는데 하목정입니다. 하목정은 사랑채를 정자로 만든 것으로, 가로 대청에 세로 방 4칸을 붙여 '丁'자로 구성한 모습이 특징적입니다.
가로 3칸짜리 대청 뒤로 3개의 창을 내놓았는데 뒷마당에 심긴 배롱나무가 꽃이 피면 이 창들이 액자 역할을 합니다. 이 배롱나무꽃을 배경으로 창 앞에 서면 너무 예쁜 그림이 나와 한여름 촬영 스팟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이야기했다시피 꽃이 많이 덜 폈습니다. 8월 이후에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지금이 8월이니 지금 가시면 되겠습니다.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그대로 닫혀 있습니다. 햇빛을 잘 받는 앞마당 쪽은 좀 더 많이 핀 모습입니다.
활짝 핀 분홍색 배롱나무꽃은 참 예쁘긴 하네요. 배롱나무꽃도 요즘엔 색깔이 여러 가지던데 하목정 배롱나무꽃은 가장 기본적인 분홍색입니다.
보물 문화재인 하목정은 배롱나무꽃이 아니더라도 가볼 만한 곳입니다. '丁'자 형태의 구조와 겹처마에 부연이 달린 외관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빈면 배롱나무 명소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육신사
육신사는 박팽년의 후손에 의해 사육신의 위패가 봉안된 곳입니다. 원래는 오로지 박팽년만 배향했으나 후일에 사육신 모두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육신사의 전신은 낙빈사이고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낙빈서원과 함께 훼철되었다가 1924년 다시 재건되었습니다. 원래 낙빈서원이 있던 자리는 삼가헌 부근이며 1974년 현재의 위치에 사당을 재건하면서 이름도 육신사로 개칭합니다.
일단 육신사는 외문인 충절문 앞의 도로가에 피는 배롱나무꽃이 아주 예쁩니다. 충절문을 기준으로 앞뒤 300m가량 도로 양옆으로 피는 배롱나무꽃은 그야말로 그림입니다. 길가에 잠깐 차를 대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차가 의외로 간간히 지나다니기 때문에 조금 주의를 해야 합니다.
육신사는 입구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고 담을 따라 돌아나가도 주차장이 있습니다. 육신사 안에도 배롱나무는 많습니다. 성인문이 보이는 정원에 진분홍과 연분홍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펴있습니다.
보물 문화재인 태고정으로 갑니다. 태고정은 박팽년의 손자가 건립한 정자입니다. '一'자형 건물로 대청마루와 온돌방과 부엌이 함께 있는 게 특이합니다. 정면에서 봐도 태고정은 정자도 아니고 주택도 아닌 특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가기 전, 멀리 태고정이 보이는 지점에서 배롱나무꽃과 함께 사진에 담아 봅니다. 연못 앞에도 배롱나무가 많아서 포인트가 되어 줍니다. 육신사에서 차로 3분 거리인 삼가헌으로 갑니다.
삼가헌
삼가헌은 주차장이 없어서 차를 대기가 애매합니다. 삼가헌 옆 주택 앞에 약간의 공간이 있으니 요령껏 대야 합니다. 그리고 삼가헌은 경우에 따라서 배롱나무 명소에서 제외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삼가헌은 묘골마을에 있으며 묘골마을은 박팽년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순천 박씨 집성촌입니다.
현재 삼가헌 문 앞에는 "코로나19 역병의 재확산 사태가 끝날 때까지 삼가헌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영원히 개방 않겠다는 말이 되어 버리네요. 코로나19는 끝날 거 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삼가헌은 하엽정과 그 앞의 연지의 풍경이 꽤 예쁜데, 담장 너머로 일부 구경할 수는 있습니다. 그 연지 앞에 배롱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삼가헌의 배롱나무꽃도 절반 정도 펴 있던 상태였습니다.
가실성당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가실성당은 하빈면과 매우 가깝습니다. 가실성당의 주차장은 매우 넓어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방 유형문화재인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대표적인 근대 유적입니다. 대구에 있는 계산성당과 비교 연동하는 것도 재밌는 답사가 될 수 있습니다.
성당 건물은 주차장에서 바로 올려다 보입니다. 주차장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성당 건물과 바로 이어집니다. 가실성당은 계단 밑에서 보는 뷰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외국 성당에 비할 건 못 되지만 가실성당은 그 나름대로 소박하면서도 정말 예쁩니다. 특히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질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본당 앞에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어린 예수가 함께 있는 가족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배롱나무가 예쁘게 펴 있습니다. 고요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진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한국 가톨릭은 기독교이지만 신기하게 분위기는 교회보다 산사에 있는 절과 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천주교는 불교와도 친하게 지내는 걸까요??
신숭겸 장군 유적지
팔공산 자락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다른 날인 7월 29일에 방문했습니다. 이유는 위치 상 위의 장소와는 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공산전투에서 전사한 신숭겸을 기리기 위해 왕산 아래에 조성한 유적공원으로 신숭겸의 가묘가 있고 배롱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왕산 아래 신숭겸 동상이 서 있는 게 보입니다. 동상 주위로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펴 있습니다. 왕산과의 조화가 매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살문을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유적지 입구인 충열문이 보입니다. 충열문은 안쪽에서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충열문은 일반적으로 열려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 방문했지만 충열문이 열려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충열문 주위에도 배롱나무꽃은 많이 펴 있었고, 수령 400년의 팽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있습니다. 충열문 주위에서 배롱나무꽃 사진을 찍은 후에 신숭겸 장군 가묘로 향합니다.
신숭겸 장군 가묘 주위에 핀 배롱나무꽃이 이곳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수령 400년의 배롱나무 다섯 그루가 가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가묘를 호위하고 있는 듯합니다. 무더웠지만 그늘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모처럼 날씨가 맑아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여행과 답사 > 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도심 속 힐링 공간 계산성당 3.1운동계단 청라언덕 의료선교박물관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 (1) | 2022.09.30 |
---|---|
비 온 뒤의 대구 비슬산 계곡 풍경 - 유가읍, 옥포읍 (0) | 2022.08.18 |
대구 달성군 가창면 녹동서원 배롱나무꽃과 남지장사 (0) | 2022.08.01 |
똥물이 되어버린 비슬산 용연사 계곡 (0) | 2022.07.10 |
비슬산자연휴양림 계곡과 유가사 계곡 (1) | 2022.07.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