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동경한 일본인 귀화 장수 김충선과 녹동서원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귀화한 장수 김충선(사야가)을 배향한 서원으로 대구시 달서구 가창면 우록리에 위치하고 있다. 건립 시기는 1789(정조 13)이며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885년 재건립 후. 1971년 이곳으로 이건 되었다.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의 선봉장이었던 김충선은 조선 땅을 밟은 지 불과 며칠 만에 조선으로 귀화했고, 조총 제작기술을 조선에 전수한 인물이기도 하다. 동래에 상륙하자마자 조선군을 격파하며 사기가 충전하던 시기에 갑자기 적국에 투항했다는 사실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김충선은 조선을 동경하여 애초부터 투항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충선은 요즘으로 따지면 한류에 심취한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뒤, 김충선은 이괄의 난과 병자호란 때에도 전투에 참가할 정도로 반평생을 조선을 위해 싸운 대단한 인물이다. 72세에 김충선은 이곳 우록마을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위패를 모신 곳이 녹동서원의 녹동사이다. 서원 뒷산에는 김충선의 묘소가 있다.
녹동서원 뒤쪽에 주차장이 아주 좋다. 주차장 바로 옆의 신식 건물은 달성 한일우호관이다. 일본에서 귀화한 대표적인 인물인 김충선의 상징성을 활용해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로 우호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김충선은 김충선 그 자체로 대단한 인물은 맞지만 그것을 일본과의 우호로 연결 짓는 건 좀 비약인 거 같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분홍색 배롱나무꽃이 서원을 장식하고 있다. 담장 뒤로 녹동서원 현판이 걸린 건물이 보인다. 김충선 장군 묘소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뒷산을 향해 가리키고 있다. 언뜻 봐도 모기가 많을 거 같아 차마 올라가지는 못하겠다. 서원이 예쁘다거나 크게 볼거리는 없다.
도로 건너 농지와 나대지가 보이는 곳으로 가봤더니, 개울이 흐르고 있다. 갈대숲이 우거진 개울에는 비교적 깨끗한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물속을 자세히 보니 버들치인지 피라미인지 작은 물고기가 많이도 헤엄쳐 다닌다. 이제 녹동서원에서 남지장사로 이동한다.
사명대사의 얼이 서린 최정산 남지장사
유정(사명당)은 아마도 국내 사찰에 의상과 원효 다음으로 많은 족적을 남긴 대사가 아닐까 싶은데, 절에 다니다 보면 유정의 발자취를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남지장사는 신라 684년(신문왕 4)에 왕명으로 창건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힘을 쓴 무학대사가 기거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에 사명대사가 이곳 남지장사를 승병 훈련의 본거지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남지장사는 팔공산의 북지장사와 대칭되는 곳에 위치한다 하여 남지장사라 불리게 되었다는데, 그렇게 보면 원래의 사명이 남지장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남지장사의 행정상 주소는 가창면 우록리이며, 최정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아무래도 절이 산 중턱에 있다 보니 올라오면 매우 시원하다.
꽤 높은 곳에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고 차를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단, 도로가 교행이 어려운 좁은 길이라서 운전에 주의를 요한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작은 연못과 샘물이 보인다. 샘물에 바가지가 비치되어 있지만 먹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차장 한쪽에 세워진 등산 안내도를 보니 최정산 억새 군락지로 가는 길이 있다. 가을에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샘물 옆의 계단을 이용하면 광명루를 통과하여 경내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광명루 아래에서 오층석탑과 대웅전이 보인다.
절의 규모는 아담한 수준이고 건물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아서 고색창연한 맛은 덜하다. 그리고 금당의 마당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갈마당(?)이다.
주차장에서 우측으로 가면 부속 암자인 청련암이 나온다. 청련암 가는 길에 작은 계곡이 있는데, 비안 안 와서 물이 거의 없다. 계곡을 건너면 키 큰 소나무가 군락으로 심겨 있다. 아마도 수목장인 듯하다.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청련암은 남지장사 창건과 함께 지어졌으나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면서 현재의 건물은 1808년에 재건된 것이다. 암자에 사람이 잘 기거하지 않는지 다소 어수선하다. 청련암에서 나와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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