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구수목원에서 남평문씨본리세거지까지 걸어가 봤습니다. 대구수목원에서 차를 타고 가면 5분은 넘게 가야 되는데, 산을 넘어 걸어서 가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일단 길을 모르고 갔기 때문에 무작정 수목원 산책로를 걸어서 전통정원이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주말이라 대구수목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완연한 봄기운에 수목원 주변의 산들이 신록으로 바뀌어 가는데, 산책로 중간에 늘어선 칠엽수는 아직도 잎이 나지 않았네요. 그리고 대구수목원에 벚꽃류의 봄꽃들은 거의 다 졌지만 간혹 늦게 핀 녀석들이 남아 있기도 하더군요.
전통정원이 있는 3문에 도착하니 남평문씨본리세거지로 가는 이정표는 없고 천수봉과 2문으로 가는 이정표만 있습니다. 네*년 검색을 해서 2문에 이정표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2문 쪽으로 향합니다. 네*년은 천하에 쓸모없는데 이런 것만 쓸 데가 있는 거 같습니다. 성능 구린 검색엔진인데 워낙 사람들이 글을 많이 올리니까 검색엔진 성능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듯합니다. 아무튼 2문에 왔더니 남편문씨, 아니 아니,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이정표가 있네요. 여기서부터 이정표를 따라가면 아주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3문에서 천수봉 쪽으로 가도 길은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단지 이정표만 없을 뿐.
대구수목원에서 남평문씨본리세거지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걷기 좋은 길입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말끔하게 정돈된 묘지가 나오고 벤치 몇 개가 있어 쉬어갈 수 있습니다. 새 한 마리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아주머니가 던져주는 바나나를 연신 물어댑니다. 무슨 새일까요? 검색해봤더니 직박구리라고 하네요. 여기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내려서면 다 온 겁니다. 정말 쉽죠!
농가를 지나치며 큰 걸음으로 내려가다 보니 흑염소도 보이고 양봉을 하는 곳도 있네요. 산과 이어지는 길은 어느새 마을로 연결되고 눈에 익은 길이 나타납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앞 도로입니다. 세거지 옆에는 화원 본리리 집자리 유적이 있습니다. 여기는 게이트볼장인데 그냥 안내문만 있고 유적은 보존하지 않은 듯합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는 사실 6월에 능소화로 아주 유명한 곳이라 봄에는 처음 와봤습니다. 세거지 앞에 목화가 잔뜩 심어져 있고 목화송이가 많이 달려 있습니다. 19세기, 이 목화 농사가 중노동이라 미국의 백인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데려다가 목화솜을 채취하는 데 이용했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에 문익점에 의해 중국으로부터 목화가 전래되었습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이 문익점 자손들의 집성촌입니다. 그래서 목화밭 앞에 문익점 동상도 새로 만들어 놓았지요.
이곳이 문씨 세거지가 되기 전, 인흥사라는 절이 있었고, 인흥사는 한때 일연 스님이 기거한 규모가 대단했던 고찰이었으나 지금은 빛바랜 석탑 한 기만이 그때의 영광을 알리는 듯합니다. 상층 기단부 일부가 파손되었는지 새 부재로 보수한 흔적이 보이고 탑신부는 아예 2층과, 3층이 결실되어 있습니다. 인흥사지는 대구광역시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연못을 지나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옥 안은 코로나 때문에 개방을 하지 않네요. 과거 대구 시장이었던 문희갑의 집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집에는 방문객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했으면 사람이 사는 곳이니 제발 좀 조용해달라는 호소문이 문 앞에 붙어있기도 합니다. 세거지 안에는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 보호수가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회화나무는 주로 조선시대 반가에 심어져 왔기 때문에 선비나무 혹은 학자 나무라고도 하는데, 이 나무는 마을 밖에서도 눈에 띄어 이 마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회화나무는 4월 말이나 되어야 잎이 나기 때문에 아직은 앙상한 상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문드문 방문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거지를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화원 본리리 집자리 유적으로 나오니 보호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수령 100~150년의 소나무 4그루인데 소나무가 높고 크네요. 그런데 소나무 중에서는 뭐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까요. 샛길로 나오다 보니 가시로 가득 찬 나무가 있네요. 가시오갈피인가요? 두릅인가? 좀 쉬고 싶어서 카페를 찾아봤더니 세거지 길 건너에 작가와 커피라고 있네요. 결론만 말해드리게요. 커피 마시러 여기 가지 마세요. 커피맛 진짜 맹탕입니다. 물인지 커피인지.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차가 몇 대 안 다니는 것 같아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수목원에 도착하니 처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네요. 잔디 광장 쪽에 튤립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이제는 튤립이 너무 흔한 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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