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진달래가 개화할 때쯤이면 전국의 산꾼들이 비슬산 정상부에 자생하는 진달래를 보기 위해 몰려옵니다. 비슬산의 진달래는 국내 진달래 군락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생하는 것으로 정상부 약 30여 만평의 평원이 분홍 물결로 장관을 이룹니다. 이것이 비슬산 진달래 군락과 다른 지역 진달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며, 그런 이유로 비슬산은 국내 진달래 군락 가운데 가장 늦게 피는 곳이기도 합니다.
4월 15일, 비슬산 진달래가 어느 정도 만개했을 거라 예상하고 산을 올랐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비슬산 정상부 진달래는 절반 가량 개화한 상태였고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주말까지도 진달래 구경을 할 수 있을 거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진달래가 아직 덜 핀 상태였지만, 천왕봉과 대견봉, 조화봉을 삼각점으로 움푹 파인 지형의 비슬산 참꽃 군락지는 특이한 지형만큼이나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수도암을 산행 들머리로
산행 들머리를 유가사 약간 위쪽에 자리 잡은 수도암으로 잡고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날씨가 차차 개인다는 정보를 보고 산행에 나섰는데 아침에는 역시나 구름으로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산행 코스는 수도암에서 천왕봉을 찍고, 대견사를 거쳐 대견봉, 그리고 유가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수도암 코스는 거칠지만, 급경사로 치고 올라야 하는 구간은 덜한 편이어서 유가사에서 휴양림 갈림길 가기 전에 좌측으로 빠지는 천왕봉 최단 코스보다 힘이 덜 듭니다. 첫 비슬산 등산 때, 천왕봉 최단 코스로 갔다가 죽을 뻔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도암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도성암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오고 이정표 뒤에 '정상 가는 길'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표시판도 보입니다. 여기서 산길로 들어갑니다. 등산로 중간에는 돌탑을 쌓아 놓은 게 보입니다. 유가사는 이 108 돌탑이라고 하는 돌탑을 쌓아 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나뭇가지에는 산악회 시그널이 메어져 있고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수도암 코스는 물이 없고 사방이 수풀에 가려진 평범한 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비슬산의 특징 중 하나인 돌강이라고 부르는 천연기념물, 암괴류도 보입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비슬산은 전 지역이 암괴류로 널려 있는 데다 흙길이라도 불쑥불쑥 튀어 오른 돌부리가 많아 등산하는 데 여간 피곤한 게 아닙니다. 비슬산은 등산하기가 그리 녹록한 산은 아닙니다.
다시 도성암 이정표가 나오고 멀리 암자 건물들이 보입니다. 도성암은 패스하고 바로 정상으로 향합니다. 점점 고도가 올라가고 바위도 많아집니다. 산중이라 아직도 산수유가 피어 있고, 잎이 나지 않은 나무가 더 많습니다. 소나무가 있는 중턱 바위에서 조망점이 하나 나옵니다. 구름과 안개에 가려 전방 시야가 좋지 못합니다. 올라갈수록 진달래나무도 점점 많아집니다. 고도 600m가 넘어가면서 엄청나게 추워집니다. 아마도 암괴류 지형이 원인인 듯, 찬 기운이 갑자기 올라오는데 스틱을 들고 있는 손이 너무 시렵습니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
정상에 조금씩 가까워지니 햇빛이 들기 시작합니다. 평지가 보이길래 정상인가 했더니 페이크고, 저 멀리 천왕봉이 보이네요. 봉우리 자체가 거대하게 융기한 바위 덩어리인 천왕봉은 정말 멋지게 생겼습니다. 진달래 평원과 천왕봉이 어우러진 모습은 더 멋집니다. 좀 더 힘을 내어 드디어 정상에 닿습니다. 구름도 많이 걷히고 테크노폴리스와 유가면 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됩니다. 더 멀리 북쪽까지 보여주지 않는 날씨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습니다. 멀리 조화봉도 보이고 붉은색의 진달래 평원도 보입니다. 처음엔 아무도 없었지만 사진을 찍다 보니 조금씩 등산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석 아래에서 새 한 마리가 도망가지도 않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데 너무 신기합니다. 무슨 새일까요?
참고로 비슬산은 전기차나 투어버스로도 오를 수 있는데, 전기차 4,000원, 투어버스 5,000원(편도 기준)입니다.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 운행하며 산행 목적이 아닌 참꽃 구경하러 온 행락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걷는 것을 줄이고자 한다면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비슬산은 진달래 평원뿐만 아니라 천왕봉 정상도 아주 넓은 평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곳곳에 억새가 있고 진달래 역시 평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천왕봉 쪽 진달래는 아직 하나도 피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진달래 평원이 있는 대견사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대견사로 가는 중간에도 전망이 너무 좋습니다. 유가사뿐만 아니라 가창댐과 앞산, 최정산 쪽도 조망됩니다. 천왕봉이 점점 뒤로 이동하네요.
진달래 평원
드디어 전망대와 조화봉으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순간 가야 할 길을 망각하고 평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진달래가 아직 덜 핀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80% 이상만 피어도 정말 황홀할 정도의 기분이 드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등산객과 전기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합쳐져 이제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대견봉과 대견사
1. 대견봉에서 본 대견사와 조화봉
경로를 잘못 잡는 통에 대견봉을 먼저 가게 되었네요. 대견봉도 천왕봉 못지않게 전망이 좋습니다. 대견봉에서는 비슬산 자연휴양림 쪽 산줄기도 잘 보입니다. 휴양림 쪽은 대견봉과 천왕봉과 다르게 육산으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나시는 분은 대견사를 지나 조화봉까지 가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조화봉에는 강우 레이더 관측소와 특이하게 생긴 에추도 볼 수 있습니다.
2. 대견사와 대견사 삼층석탑
이제 대견사로 향합니다. 대견사에는 이미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대견사에는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인 대견사지 삼층석탑도 있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삼층석탑만 있었지만 몇 해 전 건물이 생기고 대견사가 새로 중건되었습니다. 대견사 쪽도 조망이 좋고 전체가 토르로 이루어진 특이한 지형입니다.
하산길 - 유가사로
대견사를 마지막으로 이제 하산합니다. 내려가면서도 계속 천왕봉과 진달래 평원, 그리고 아래쪽 조망을 감상하게 만듭니다. 다 좋았지만 너무 많은 장거리를 이동한 터라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디다 계속된 암괴류와 돌멩이 때문에 걷기가 무지하게 피곤합니다. 드디어 계곡으로 내려서고 천왕봉은 까마득해졌습니다.
유가사에 도착해서 사진을 조금 찍고 대구시 유형문화재인 유사가 석조여래좌상 쪽으로 가보니 여전히 불상은 없고 보호각만 덩그러니 있네요. 대웅전 쪽으로 와보니 연등이 달려 있어서 앞을 다 가리네요. 삼층석탑도 찍어보려 했지만 석탑 윗부분은 가려서 보이질 않네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수도암으로 갑니다. 수도암까지의 200m 오르막이 나를 미치게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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