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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경주 월성에서 오릉까지 걸어가며 벚꽃 구경 (ft. 월정교)

by 취생몽死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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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릉 입장료) 어른 2,000원 / 청소년 800원 / 어린이 500원 & 주차료 1,000원

(오릉 입장시간) 3월~10월 09:00 - 18:00 / 11월~2월 09:00 - 17:00


 

반월성에서 시작해 월정교를 지나 오릉까지의 도보 코스를 소개할까 합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코스의 벚꽃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릉 돌담길입니다. 따라서 오릉을 마지막 행선지로 잡는다면 분명 더 큰 만족을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오릉의 벚꽃

 

경주월성

시작은 동궁과 월지 길 건너 반월성 입구입니다. 이 길은 반월성의 성곽길이며, 경주석빙고를 지나 교촌마을 쪽으로 가다가 월정교를 건넌 후 남천변을 따라 오릉으로 가게 됩니다. 걷는데 문제가 없다면 날 따뜻한 요즘 월성에서 오릉까지 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맘때 경주의 다른 벚꽃 명소와는 달리 반월성은 조용한 편입니다. 사실 현재 반월성의 벚나무는 다 베어내고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반월성의 풍경

 

몇 년 전 월성 주변 해자 복원 공사를 하면서 주변의 오래된 벚나무를 모두 베어냈다고 하네요. 공사를 하기 전에는 매년 봄철 수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피워 엄청난 장관을 이뤘다고 하는데 정말 아쉽게 되었습니다.

반월성에 남은 벚나무

 

석빙고를 지나 성곽 위에 올라서면 복원된 해자와 베어낸 벚나무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100년 이상 된 고목 몇백 그루를 베어낼 정도로 해자 복원이 그렇게 중요했던 걸까요? 뭐가 옳은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복원된 해자

 

다만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저런 해자 복원했다 해서 저거 보러 오는 사람 기껏 얼마나 될까요? 과거 유적은 무조건 복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시간이 흘러 파괴된 그대로 놔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봅니다. 더군다나 천년 전의 해자 모습 그대로 복원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잘려나간 벚나무의 흔적

 

성곽 위에서 보는 월성과 경주 시내 풍경은 정말 멋집니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벚나무를 베고 얻은 건 경주 시내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멀리 첨성대와 쪽샘유적발굴관, 대릉원돌담길에 핀 벚꽃이 조망됩니다. 걷다가 만나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늙은 느티나무 고목도 늘 좋습니다.

월성 성곽에서 바라본 경주시. 첨성대와 대릉원 돌담길 벚꽃이 보인다.
경주월성의 느티나무 고목과 소나무

 

갈림길에 내려설 때쯤 반월성에 남은 벚나무 군락에 핀 연분홍 벚꽃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쉽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할 수는 있습니다.

반월성의 벚꽃
군락으로 남은 반월성의 벚나무는 색다른 느낌이다.

 

키 큰 벚나무 수십 그루가 모여 벚꽃숲을 이룬 모습은 늘상 가로수로 일직선 형태로 심긴 벚나무만 볼 때와는 느낌이 꽤 다릅니다. 거의 하늘을 덮다시피 한 벚꽃잎이 이색적으로 느껴집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월성의 벚꽃
벚나무의 수령도 오래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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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교

첨성대로 가지 않고 교촌마을 쪽으로 가서 바로 월정교로 빠집니다. 저는 교촌마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궁금하신 분은 잠시 구경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경주 교촌마을과 남천의 모습

 

월정교에는 특별히 벚꽃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월정교 옆 월성 성곽에 베지 않은 벚나무가 남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보려고 월정교에 오는 사람은 없는 듯했습니다.

월정교 옆 월성의  성채에 남은 벚나무 군락

 

월정교 아래에 있는 돌다리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월정교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죠. 남천변에는 유채꽃이 벌써 피기 시작했습니다.

월정교 아래 돌다리
돌다리에서 바라본 월정교

 

남천을 따라 내려가면 탑동 쪽 오릉돌담길에 닿게 됩니다. 저는 탑동 쪽으로 가지 않고 남천을 따라 한 블록 더 가서 서쪽 돌담길을 먼저 갔습니다.

남천변에 유채꽃이 피기 시작했다.
경주 탑동의 한가한 풍경
오릉 북쪽 담장 앞 남천

 

경주오릉 벚꽃

오릉 벚꽃은 동쪽 담장과 서쪽 담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쪽 담장을 끼고 걷다가 오릉교까지 가면 오릉 서쪽 담장이 시작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교리김밥이 있는 오릉 동편 탑동 마을 쪽에 많이 모여 있습니다. 그러나 오릉 벚꽃의 진짜 포토스팟은 서쪽 돌담입니다.

오릉 북쪽 담장의 소나무

 

오릉 서쪽 돌담길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벚나무, 한쪽은 왕버들이 심겨 있는데 하늘을 향해 높게 솟은 두 나무의 가지에서 피어난 연두색 왕버들 잎과 연분홍 벚꽃의 조화가 실로 찰떡궁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릉의 서쪽 돌담길. 왼쪽에 왕버들과 수로가 있고 오른쪽에 벚꽃이 있다.

 

오릉의 벚꽃은 대부분의 벚꽃길이 보여주는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라 더 마음에 듭니다. 와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정도로 오릉 서쪽 돌담길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릉 서쪽 돌담길의 환상적인 모습

 

게다가 다른 곳에 비해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오릉 정문을 지나 한 블록 더 가기에는 너무 멀다고 생각하든지 갈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곱게 외출복을 입은 처자 두 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담장 안으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오릉
오릉의 왕버들과 벚나무

 

마지막으로 정문을 지나 동쪽 돌담길로 갑니다. 커브를 틀자 마자 교리김밥이 보이는데 이상하게 너무 조용합니다. 이럴 수가 없는데 하고 자세히 보니 오늘은 쉬는 날이네요.

오릉 정문 방향. 그러니까 남쪽이다.
교리김밥. 쉬는 날.

 

탑동 마을 쪽 오릉돌담길 역시 예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의 오릉돌담길은 서쪽 돌담입니다. 동쪽 돌담에는 여성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탑동 쪽에 카페나 식당이 모여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습니다. 꽤 많이 걷게 되었지만 나름 소득이 있었던 답사였습니다.

경주오릉 동쪽 돌담길 풍경
경주오릉의 동쪽 돌담길 벚꽃
경주오릉 동쪽 돌담길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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