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사
1. 기림사의 유래와 가는 길
골굴사를 나와서 다음 행선지인 기림사로 향했습니다. 같은 함월산 기슭에 있는 사찰인 골굴사와 기림사는 차로 5분 내외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림사는 입장료(3천원)가 있는 절이고 주차료(1천원)와 합쳐서 4천원을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꽤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고, 경주 내에서는 불국사 다음으로 큰 절입니다.
기림사는 인도에서 온 광유성인이 창건하였고 이후 원효대사가 사세를 더욱 키웠다고 전합니다. 기림사의 중심 법당은 대적광전이며 법당 안에는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그 외에 진남루, 응진전, 약사전, 삼층석탑 등의 건축물이 현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응진전 안에는 오백나한상이 안치되어 있으며 성보박물관에도 여러 가지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주차장 주변에는 약간의 식당과 카페들이 모여 있고 그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러내려오고 있습니다. 미리 밝히지만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용연폭포라는 곳에 닿게 됩니다. 기림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난다면 한 번 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2. 기림사 대적광전과 기타 유물들
기림사 경내부터 먼저 둘러보았습니다. 입구인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진입하면 좌우로 긴 진남루가 보입니다. 기림사 진남루는 조선시대 누각으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진남루를 지나 금당으로 향합니다. 대적광전이 있는 금당 가운데에는 한 그루의 반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림사 대적광전은 보물 문화재이며 법당 내에 있는 기림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역시 보물 문화재입니다. 기림사 대적광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로 신라시대 지어져 여러 차례 중수된 조선시대 건물입니다. 대적광전의 우측과 맞은편에는 약사전과 응진전이 있습니다. 기림사 응진전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기림사 약사전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건축물이며 둘 다 조선시대 건축물입니다.
응진전 앞에 있는 기림사 삼층석탑 역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입니다. 석탑이 있는 자리는 과거 장군수라는 물이 흘렀다고 하며 이 물을 마시면 기골이 장대해지고 힘이 넘친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성보박물관 안에 있는 문화재도 구경할 계획이었지만 하필 이날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참고로 기림사 소조비로자나불 복장전적, 기림사 건칠보살반가상 등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성보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사진 한 장 남겨 봅니다.
2. 함월산의 비경 용연폭포
이날 날씨가 맑다고 했는데 일기예보가 또 뻥을 쳤습니다. 골굴사에 있을 때만 해도 해가 조금은 있었는데, 기림사에서는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버렸습니다. 아무튼 기림사를 나와서 용연폭포로 향했습니다. 처음에 가는 길을 몰라서 헤맸는데 주차장에서 봤던 계곡을 따라 나있는 길로 올라가면 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기림사 안에서도 가는 길이 있는 듯했지만 저는 몰라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나 시간 차이는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몇몇 농가를 지나다 보니 매화가 곱게 피어 있고 공원지킴터가 보입니다. 갈림길이 있고 이정표가 없어서 답답했지만 대충 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니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입니다. 이 길은 신라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경주에서 감포를 잇는 길로 사용되었다 합니다. 특히 용성국의 왕자인 석탈해가 신라로 잠입했을 때 사용한 길이자 문무왕의 장례 행차길이었며, 신문왕이 용이 된 문무왕에게 옥대와 만파식적을 얻기 위해 행차했다던 전설이 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20~30분 정도 계곡과 숲을 지나 걸었더니 나무데크가 보이고 드디어 용연폭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크지 않은 산세에 생각보다 폭포가 크고 계곡은 수량이 풍부했습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는 색이 검푸른 것이 아주 깊어 보였습니다. 가히 경주 함월산의 진경이라 할 만한 곳입니다. 용연폭포는 신문왕이 만파식적과 옥대를 가지고 궁으로 되돌아가던 길에 마중 나온 태자(효소왕)가 옥대의 장식 하나를 떼어 계곡물에 담그니 용으로 변해 승천하고 연못과 폭포가 생겨났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역시나 믿거나 말거나!
경주 장항리 사지
- 장항리 서 오층석탑과 동탑과 불상 대좌
이제 용연폭포에서 다시 기림사로 되돌아와서 마지막 행선지인 경주 장항리 사지로 향합니다. 장항리 사지에 가는 이유는 국보 문화재인 장항리 서 오층석탑을 보기 위함입니다. 기림사에서 장항리 사지까지는 차로 15분 거리로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장항리 사지 앞에는 작게나마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개울을 가로지르는 목교를 건너면 멀리 보이던 장항리 서 오층석탑이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장항리 사지는 통일신라시대의 절터로 주변에는 석탑과 불상 대좌 및 기타 석재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동서탑이 함께였으나 동탑은 파손되어 있던 것을 광복 이후 남아 있던 석재들을 모아 쌓은 것으로 1층 몸돌과 5개의 지붕돌만 남은 상태입니다. 서탑은 1923년 도굴에 의해 파괴된 것을 1932년 수습한 것으로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었습니다. 1층 몸돌 4면에는 금강역사상이 돋을새김 되어 있습니다.
석탑 옆에는 또 다른 석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이는 불상 대좌로, 이곳에 있던 석조여래입상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지면서 대좌만 남은 것입니다. 가져가려면 대좌까지 모두 가져갈 것이지 왜 이것만 버려두고 가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대좌 기단의 8면에는 안상이 음각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팔부신중이 새겨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파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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