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굴사
1. 국내 최대 석굴 사원이자 선무도 본원
골굴사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자연 석굴 사원으로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된 기암절벽에 불상을 안치하고 있습니다. 그중 맨 꼭대기에 있는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은 보물 제581호로 지정된 골굴사 유일의 문화재입니다. 또한 골굴사는 한국의 불교 무술인 선무도의 본원이 있는 절이기도 하며, 함월산 불교 유적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골굴사가 위치해 있는 곳은 경주시 문무대왕면으로 과거 양북면이라 불린 곳입니다. 무슨 이유에서 문무대왕면으로 이름을 바꾼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감은사지 삼층석탑과 문무대왕릉과의 연계를 통한 관광자원화가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양북면은 저의 아버지의 고향으로 어릴 때부터 너무 친근한 곳이어서 지명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쉬운 기분이 많이 듭니다.
지금은 도로와 이동수단의 발달로 골굴사까지 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골굴사 입구의 길가에는 다양한 품새를 취하고 있는 승려상들이 보이고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참고로 골굴사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는 절입니다. 주차장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골굴암과 선무도 대학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3시에는 선무도 공연도 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시간 맞춰서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2. 화산활동과 풍화로 만들어진 골굴암과 타포니 지형
골굴암 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몇 채의 법당을 지나니 곧이어 크고 작은 구멍이 뚫린 거대하고 기이한 암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골굴암의 암석은 신생대에 폭발적인 화산 분화로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응회암은 뜨거운 상태에서 식어가면서 틈이 생기는데 이를 절리라 하며, 절리 면에서 한쪽의 암석이 떨어져 나가면서 절벽이 생성됩니다. 암벽 표면의 오목한 구멍은 풍화에 의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이 구멍들은 풍화에 의해 점점 커지게 되는데, 이를 타포니(tofoni)라고 합니다.
꼭대기에는 골굴암 마애여래좌상이 있고 올라가는 계단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올라가다 보면 금강약수, 자장굴, 신증단 등 다양한 석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벽의 중간 좌측에 법당굴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각처럼 보이지만 바로 앞에 가서 보면 천장도 벽도 모두 돌로 된 석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벽의 정상까지 가는 데는 그다지 올래 걸리지 않습니다만 무릎이 안 좋으신 분은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3.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아쉽게도 골굴사 마애여래좌상은 현재 공사 중이어서 온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철근 사이로 삐져나와있는 약간의 불두와 불신만 보일 뿐, 전체적인 형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높이 4m, 폭 2.2m의 이 불상은 통일신라 말기의 것으로 풍화작용으로 무릎 아래와 대좌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광배의 불꽃무늬는 마멸이 심합니다. 얼굴 윤곽은 매우 또렷한 편이고 소발의 머리 위에 육계가 큼직하게 솟아 있으며 인자한 미소에 어깨까지 늘어진 귀가 인상적입니다. 법의는 통견이며, 수인은 오른손이 떨어져 나가 확실치 않지만 촉지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굴사는 전체적으로 그리 큰 절은 아니며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금방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암벽을 내려와 좌측으로 가면 골굴사 중심법당인 대적광전과 부도로 보이는 조형물 하나가 나오는데 거기가 절의 끝입니다.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와서 다음 행선지인 기림사로 향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기림사는 다음 편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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