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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 월성 그리고 황리단길 (feat. 김알지는 흉노의 후예?)

by 취생몽死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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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궁과 월지

(주소)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

(입장시간) 09:00 - 22:00

(입장료/주차)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 주차료 무료


동궁과월지

 

늦가을 경주 동궁과 월지로 향했습니다. 방문 날짜가 11월 4일,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는 듯한 동궁과 월지는 곧 겨울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월지 주변의 숲과 나무는 벌겋게 불타오르고 있고 잔디밭은 어느새 초록색에서 누런 빛깔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입니다.

동궁과월지 잔디밭
누렇게 변해가는 동궁과 월지의 잔디밭
동궁과월지 단풍
물들어가는 동궁과 월지의 단풍

 

주말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동궁과 월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견학 온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동궁과월지 입장객
동궁과 월지를 찾아온 어린이들

 

사실 동궁과 월지는 낮보다는 밤에 불 켜줄 때가 훨씬 예쁘고, 관람객들도 낮에 오는 것 보다는 밤에 오는 것을 더 즐깁니다. 하지만 이날은 어디 밤에 와서 돌아다닐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매표를 하고 입장하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들어와 있는 게 보였고, 제가 나갈 때까지 견학 온 학생들이 계속해서 새로이 들어왔습니다. 동궁과 월지 정면으로 가지 않고 월지 가장자리 숲길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가장 먼저 수조유구라고 하는 수로가 보이고, 수로를 따라 물이 흘러가는데, 이 물은 월지로 흘러 들어갑니다.

동궁과월지 수조유구
동궁과 월지 수조유구
동궁과월지 산책길
동궁과 월지 산책길

 

월지 주변 숲은 가을 단풍이 한창입니다. 월지와 가을숲과 궁궐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예쁩니다. 언덕 밑 발아래 바스락 거리는 낙엽까지도 가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동궁과 월지에 오면 역시나 연못과 누각의 그림 같은 풍경이 가장 눈에 띄는데 이 누각과 연못 주변 석축은 최근에 복원된 것들입니다.

동궁과월지 가을
동궁과 월지의 가을 풍경
동궁과월지 낙엽
너무나 예쁜 동궁과 월지의 낙엽

 

삼국사기에 의하면 동궁과 월지는 674년(문무왕 14)에 건립되었고 신라의 태자가 머문 별궁이었다 합니다. 이 동궁과 월지를 과거에는 안압지라고 불렀는데, 안압지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때 폐허가 되었던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든다 하여 붙여진 것입니다. 이후 1980년 전후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거치는 중에 "월지"라는 비편이 발견되면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과 월성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궁과 월지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동궁과월지 연못
동궁과 월지

 

연못을 한 바퀴 돌아 복원된 누각을 지나 중앙으로 빠져나옵니다. 동궁과 월지의 드넓은 앞마당에는 건물 초석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곳에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동궁과월지 누각
동궁과 월지의 누각과 연못
동궁과월지 초석
건물 초석

 

나가기 전 동궁과 월지의 주변 풍경을 좀 더 담아봅니다. 정면에서 본 한낮의 동궁과 월지는 조금 황량해 보입니다. 역시나 동궁과 월지는 밤에 와야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바라본 동궁과 월지동궁과월지 정면
정면에서 본 동궁과 월지의 모습들

 

2. 경주 월성과 첨성대

(주소) 경북 경주시 인왕동

(입장시간 및 입장료) 제한 없음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 길 건너에 있는 월성으로 향했습니다. 조금만 둘러보고 나오려고 했지만 그만 첨성대까지 가버렸습니다. 월성에는 거의 7년만에 들어와 보는 것 같습니다. 월성도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동궁과 월지보다는 좀 더 파릇했습니다.

경주 월성
외부에서 본 경주 월성의 모습
경주 월성 내부
경주 월성의 초입

 

동궁과 월지에서 월성 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경주 석빙고가 나옵니다. 조선시대 시설물인  경주 석빙고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석빙고는 익히 알려진 대로 얼음 창고로 쓰인 시설이며 국내에는 경주, 안동, 창녕(창녕과 영산 두 곳), 청도, 현풍에 남아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들 모두가 보물 문화재이고 모두 경상도에 위치해 있다는 겁니다.

월성에서 본 풍경
석빙고 쪽에서 본 월성의 바깥 풍경
경주 석빙고
경주  석빙고

 

경주 석빙고 상부에는 세 개의 환기구가 뚫려 있습니다. 참고로 현풍 석빙고에는 2개, 안동 석빙고에는 단 하나의 환기구가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내부 벽면은 잘 다듬어진 벽돌이 켜켜이 쌓여 있고 천정은 아치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입구 앞 발치에 "머리 조심"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입구 앞에서 머리를 많이 박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ㅋ.

경주 석빙고 환기구
경주 석빙고의 환기구
경주석빙고 내부경주석빙고 전체모습
석빙고 내부와 전체 모습

 

월성 성곽 위에 올라서면 주변 경주의 경치가 시원스레 조망됩니다. 월성 바로 아래로는 해자가 복원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내려와서 월성 숲의 가을을 만끽하며 걷습니다. 길가로 길게 뻗은 소나무 가지가 정말 기묘합니다.

경주 월성 성곽경주 월성 해자
월성의 성곽과 해자
경주 월성의 소나무
경주 월성 산책길의 소나무

 

갈림길에 거의 다와갈 즈음에 성곽 위로 다시 올라가 보면 첨성대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첨성대와 건물지, 그리고 경주 시가지와 그 너머 보이는 도덕산의 산줄기가 아주 멋집니다.

경주 월성의 성곽시설
여기서 첨성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경주 월성에서 본 첨성대와 풍경
첨성대와 구미산

 

이제 보행로를 따라서 첨성대 쪽으로 갑니다. 첨성대 가기 전 좌측에는 경주 김 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강지인 계림이 있습니다. 경주 김 씨 족보에는 시조 김알지 밑에 세한(성한왕)이라는 낯선 인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사실상 경주 김 씨의 시조라 할 수 있습니다. 김알지는 세한 위에 그냥 신화적으로 올린 상징적 존재라고 보면 됩니다. 문무왕릉비문에 기록된 대로 김 씨의 조상은 북방 기마민족일 확률이 높으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들을 흉노의 후예라고 하여 큰 파장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경주 계림
경주 계림

 

사람들은 현대적 관점에서 흉노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일으키지만 당시 중원에서 한족과 세력 다툼을 벌이고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흉노가 한반도 구석 작은 변방에 불과한 도시국가 사로국보다 문화적으로나 뭐나 더 발달된 국가 혹은 민족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아니라고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경주 계림의 숲속
단풍이 한창인 경주 계림 숲속

 

신라와 흉노의 유사성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덤의 형식인 묘제가 적석목곽분으로 같다는 겁니다. 적석목곽분이 뭔가 싶겠지만 대릉원 안에 들어가면 다들 보게 되는 천마총이 바로 적석목곽분입니다. 이 묘제는 묘광 외부에 목곽 즉 나무덧널을 만들어 널방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돌을 쌓고 봉토를 덮은 무덤 양식입니다. 적석목곽분은 한반도 내에서 경주 이외의 어느 지역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신라 고유의 독특한 묘제이며 이와 동일한 것이 몽골지역에서 발견되는 건 단산한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경주 계림 단풍
경주 계림의 가을 단풍

 

계림 숲속에는 기묘하게 자라난 아름드리 왕버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1000년이 넘었다는 회화나무 한 그루도 보입니다. 가장 신기하게 생긴 왕버들 앞에 오면 건물터 너무 첨성대의 고운 자태가 눈에 들어옵니다.

경주 계림 회화나무
가장 앞에 나무 둥치만 보이는 게 회화나무, 살아있다.
경주 계림 왕버들
계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경주 계림에서 본 첨성대
계림에서 바라본 첨성대

 

첨성대로 가기 전 먼저 5기의 고분이 있는 경주 교동고분군으로 먼저 가봅니다. 그 5기의 고분 중 하나가 바로 내물왕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내물왕릉을 비롯한 3기의 중소형분은 28호, 29호, 30호(내물왕릉)이고 나머지 2기는 118호와 119호입니다. 119호는 쌍분으로 그 크기가 대릉원 일원의 고총고분과 거의 비슷한 급입니다.

계림과 교동고분군
경주 계림과 교동고분군

 

교동고분군으로 가는 길, 넓은 들판의 초석들이 보이고 파랬던 잔디는 점점 노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넓은 대지 위에 5기의 고분이 쪼로미 이어지는 풍광이 너무도 멋집니다. 내물왕릉 앞에 사적 표지석이 보이고 내물왕릉 안내판이 서 있지만, 횡혈식 석실분인 이 능은 내물왕릉의 즉위 시기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봉분 주위에 튀어나온 일부 호석의 모양도 서악동의 무열왕릉의 것과 같아 더더욱 내물왕릉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경주 계림의 개울
계림 숲 속의 개울과 멋진 왕버들
경주 교동고분군
경주 교동고분군의 5기의 고분들
경주 내물왕릉
내물왕릉

 

어째던지 간에 경주의 아름다운 고분을 구경하면서 길 끝까지 가면 119호분의 커다란 덩치를 정면에서 보게 됩니다. 참고로 이 무덤은 다른 설에 의하면 쌍분이 아닌 세 개의 봉분이 합쳐진 거라는 이야기로 있습니다. 길은 이 119호분까지가 끝입니다.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경주 교동고분군 119호분
경주 교동고분군의 119호분
경주 계림의 길 끝
계림 숲길의 끝. 119호분과 118호분

 

계림에서 빠져나와서 첨성대로 향합니다. 첨성대 앞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첨성대도 아주 아주 오래 전에는 입장료가 있었다가 무료화 된 것도 꽤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경주에 갈 만한 데는 쌔고 넘치지만 역시나 첨성대는 예나 지금이나 경주의 시그니처이자 랜드마크입니다.

경주 첨성대
경주 첨성대와 사람들
경주 첨성대
첨성대와 예쁜 하늘

 

이 첨성대를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실물로 처음 영접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 유연한 곡석미는 너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볼 때마다 과연 이 건축물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너무 궁금해집니다. 딴 건 몰라도 설명판에 있는 천문 시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주 첨성대
첨성대의 아름다운 곡선

 

황리단길과 놋전지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첨성대에서 버스 타러 가는 길이 아주 애매합니다. 무작정 그냥 걷다 보니 이런 세상에! 터미널까지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ㅋ. 꽤 먼 거리인데 황리단길을 지나 경주공고 쪽으로 걸어가니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더군요. 다만 거리가 멀고 추워서 좀 힘들기는 했습니다.

경주 놋전지구
경주 놋전지구

 

먼저 놋전지구를 지났습니다. 놋전지구도 어느새 드문드문 있언 집들이 없어지는 등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예전에 청보리밭도 있었는데 모두 없어지고 깨끗하게 정비가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경주 놋전지구와 메타세콰이어
놋전지구의 메타세콰이어

 

낮은 봉분 옆에 바로 접해 있는 집 한 채만이 외로이 버티고 있습니다. 키 높은 메타세쿼이아와 큰 무덤, 예전에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는데, 황리단길이 개발되면서 도로 건너에 있는 놋전지구에도 이제는 꽤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경주 놋전지구에 홀로 남은 집
놋전지구에 남은 집
경주 놋전지구 고분
놋전지구의 고분

 

이날은 황리단길이 많이 한산했습니다. 주말에는 사람 때문에 차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인데 놋전지구 앞에는 아주 한산한 정도였고 중간 정도 오니 그때서야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황리단길의 읍내 풍경 같은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경주 황리단길
놋전지구 바로 앞의 황리단길 풍경
경주 황리단길
사람이 점차 많아지는 황리단길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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