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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경주 남산 포석정에서 남간마을까지(나정, 남간사지, 일성왕릉)

by 취생몽死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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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454-3

(입장시간) 09:00 ~ 18:00

(입장료/주차료) 어른 2000원(청소년 1,000원/어린이 500원) + 주차료 2,000원


경주는 대중교통으로 이곳저곳을 다니기 참 좋다. 날씨가 좋은 가을이 되니 부쩍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남산권역으로 오니 무지하게 한산하다. 문화재 번호가 사라지기 전에 사적 1호였던 포석정은 삼릉과 함께 경주 남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적지다.

경주 포석정 진입로와 주차료

 

포석정 주차장은 얼마 전까지 공사 중이었는데 이제 다 끝난 모양이다. 날씨가 맑으니 주차장에서 보는 남산의 경치가 매우 좋다. 입구 쪽에는 포석정 매점이 보이는데 운영을 하지 않는 듯했다.

포석정 주차장
포석정 매점

 

그리고 못보던 건물인 포석정지 방문자센터가 새로 생겼다. 이제 매표와 입장은 이 방문자센터를 통해서 하게 되고, 안으로 들어가면 물이 흐르는 포석정 모형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포석정지 방문자센터
포석정지 방문자센터와 포석정 모형

 

포석정은 다른 곳과 다르게 가을이 더 가까이 온 느낌이다. 포석정 내의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과 높고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무척이나 예쁘다.

포석정 내의 풍경
포석정의 가을
포석정의 소나무

 

포석정은 신라시대 왕들이 유상곡수에 잔을 띄우고 연회를 즐기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석정이 유희의 장소가 아닌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였다는 견해도 있다.

포석정 유상곡수

 

삼국사기에는 신라 55대 경애왕이 이곳에서 연회를 즐기던 중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고 자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후백제의 군사가 영천까지 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하루 거리도 안 되는 이곳에서 술이나 퍼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애왕의 비극의 현장?

 

역사에 개연성을 따지고 드니 포석정 유적 자체에 크게 감흥은 없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도 포석정 자체보다는 주변의 경치와 새하얀 토사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주객이 전도되어 포석정보다 그 양쪽에 버티고 서 있는 굵은 느티나무에 더 눈길이 가기도 한다.

포석정과 느티나무 고목

 

포석정 뒤쪽의 숲으로 들어가면 포석정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포석정 답사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기 좋다.

포석정 숲길

 

포석정 들어가는 길 건너에 보면 카페 포석정이라고 있다. 포석정에 올 때마다 들르는 곳인데 테이크아웃해서 남간마을로 갔다. 가게 홍보하는 건 절대 아님 ㅋ.

카페 포석정과 정원

 

남간마을

(주소) 경북 경주시 남간안길 6 남간마을회관


포석정에서 남간마을까지는 차로 가면 가깝지만 도보로는 약 20분 정도 걸린다. 꽤 먼 거리이지만 날씨도 좋고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황금 들판을 보며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도로의 서쪽은 이미 상당 부분 추수가 진행된 상태였고, 남간마을 쪽은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모습이다.

추수가 진행 중인 논과 추수 전의 논
남간마을 방향의 전답

 

일부 전답은 벼를 베고 보리로 짐작되는 작물을 심은 것으로 보이고, 파밭과 배추밭도 보인다. 남간마을에 가까워지니 누런 논과 경주 남산의 배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파밭과 보리
배추밭
산 아래 보이는 유적지는 창림사지
전답 뒤로 남간마을이 보인다.

 

마을 진입로로 들어가면 좌측 초지 너머에 박혁거세의 탄강지인 나정이 보인다. 현재 나정은 공사 중이어서 출입을 못하게 펜스가 쳐져 있다. 나정 건너편에는 누런 전답과 남산 그리고 정미소로 보이는 건물과 중앙에 창림사지 삼층석탑이 포인트가 되어 환상적인 뷰가 만들어진다.

경주 나정
나정 앞의 남산과 시골 풍경. 가운데 창림사지 삼층석탑이 보인다.

 

남간마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좌측에 고택체험을 할 수 있는 월암재가 보인다. 소나무숲 안으로 들어가 보면 신도비 하나가 세워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월암재
남간마을

 

월암재를 지나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일성왕릉, 오른쪽으로 가면 남간사지 당간지주가 나온다. 옛 남간사지 터로 알려진 이곳은 당간지주와 일부 초석이 남아 있으며, 당간지주의 상단에 십자 형태로 패인 간구가 매우 특이하다.

남간마을 농경지와 남간사지 당간지주
이정표와 남간사지 당간지주
남간사지 당간지주
당간지주와 남간마을

 

남간사지 당간지주에서 일성왕릉으로 가기 위해 저수지 쪽으로 바로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일성왕릉으로 갈 때는 아까 보았던 갈림길에서 보광사 쪽으로 가지만 처음으로 저수지 반대편으로 가봤다.

저수지에서 일성왕릉 가는 길

 

저수지의 이름은 금강저수지로 일명 강당못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강당못은 신라시대부터 존재했던 엄청나게 오래된 저수지다. 그나저나 저수지 반대편에서 본 풍경이 이렇게 멋질 수가 없다. 남산에서 뻗어 내린 낮은 산줄기와 아담한 저수지에 오후 햇살이 비치니 수수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당못의 풍경
강당못과 남산의 산줄기

 

저수지 건너 산기슭의 소나무 군락 사이로 일성왕릉이 보이고, 그 좌측에 보광사도 보인다. 저수지를 반 바퀴 돌아 일성왕릉 진입로로 들어섰다. 내 기억이 잘못된 건지 길 좌우로 수풀이 많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 기억으로는 숲이 많이 우거졌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사방이 뻥 뚫린 느낌이 든다.

강당못의 풍경
강당못 건너에서 본 일성왕릉
소나무 뒤로 보이는 일성왕릉

 

능이 너무 잘 보여도 문제다. 능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느낌이 사라져 버려서 아쉽다. 3단 석축 위에 봉분이 만들어진 일성왕릉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다. 한편 일성왕릉으로 지정된 이 고분도 사실 일성왕의 무덤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일성왕릉과 진입로
일성왕릉 정면
일성왕릉 측면

 

일성왕릉을 나오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확실히 잡목과 잡풀이 모두 제거된 것이 맞다. 예전에는 잘 안 보였던 보광사가 멀리서도 너무 잘 보인다.

일성왕릉에서 바라본 보광사
보광사

 

돌아가는 길에 보광사를 지나면 바로 경덕사가 보인다. 경덕사는 절은 아니고('절 사'가 아니라 '사당 사'자다) 배씨 시조이자 신라 육부 촌장 중 하나인 금산가리촌의 배지타와 중시조 배현경을 모신 사당이다. 경덕사는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는 없으나 담장이 낮아 안이 잘 들여다 보인다.

육부 촌장 배지타를 모신 경덕사

 

마지막으로 육부전에 들렀다. 육부전은 사로국 이전의 진한(辰韓) 육부 촌장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원래의 명칭은 양산재였다. 현재 양산재라는 이름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 그런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육부전 앞
육부전 대덕문과 농경지 뒤로 보이는 나정

 

양산재 주차장 앞에는 선도산 배경 아래 황금색 들판이 펼쳐지고 멀리 서악동 고분군까지 조망된다. 해가 서서히 넘어가는 시간이라서 분위기는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나정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보니 공사 중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나정 입구에서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면서 포석정과 남간마을 답사를 마친다.

육부전 앞에서 바라본 선도산
그림자가 길어진 버드나무
공사 중인 나정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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