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영천 자천리 오리장림은 자천마을 주변 좌우로 약 2km에 걸쳐 만들어진 숲으로, 약 5리에 걸쳐 뻗어 있다고 해서 오리장림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또한 자천리에 있다고 해서 자천숲이라고도 불립니다. 바람과 홍수를 막고, 제방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150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합니다.
현재는 도로를 확장하면서 오리장림의 일부가 사라졌으며, 상수리나무와 왕버들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 12종 이상의 나무 280여 그루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는 대략 200~350년으로 추정하며, 대부분의 나무가 나이가 많은 노거수입니다.
오리장림으로 위치 지정된 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우측에 보현산녹색체험터라는 곳에 주차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없었는데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새로 생긴 곳입니다. 건물과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여기서부터 숲이 이어집니다. 도로 건너에도 오리장림은 계속 이어지며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포장마차 매점이 하천의 다리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왕버들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것 같던데 줄기가 굵고 수피 모양이 정말 특이합니다. 성주 성밖숲의 왕버들이 정말 유명한데, 관리는 확실히 성주 성밖숲이 잘 되어 있는 듯합니다. 오리장림의 노거수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나무들이 더러 보였습니다.
도로를 건너 다리가 있는 쪽으로 가니 매점의 주인장이 나와 뭐 찍으러 왔느냐고 묻습니다. 나무 찍으러 왔다고 하니 새 찍을 생각이 있는지 묻습니다. 망원렌즈가 아니니 어차피 못찍는데 새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황조롱이 둥지를 가르쳐줍니다. 몰랐는데 이곳은 전국의 조류 사진사들이 매해 4월 말이면 몰려드는 명소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여러 종류의 새들이 숲 속에서 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황조롱이가 올 때까지 좀 기다려봤습니다. 언제 올지 모를 황조롱이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 같아 오리장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숲 안에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뒤섞여 자라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상수리나무 줄기에는 모두 거의 모두 구멍이 나있습니다. 숲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니 하늘에 황조롱이가 활공하는 게 보입니다. 사람이 있어서 돌아오지 않는 걸까요? 저도 이만 떠납니다.
보현산댐공원
보현산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거기다 보현산댐공원이라니. 보현산댐공원은 오리장림에서 차로 3분 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여름철 피서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원은 뭔가 만들다가 만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댐 앞쪽으로 아주 넓은 부지에 주차장과 뭔지 모를 시설들이 지어져 있습니다. 여기저기 건설 자재가 놓여 있고 들어가지 못하게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습니다. 정말 어수선하고 공사가 중단된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인부들도 없고, 보현산댐 안내판은 벌써 빛이 바래져 있는 것을 보면 꽤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공원관리소 쪽은 그래도 짧게나마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고, 정비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안에는 여기저기 깨져 있고 관리 안된 흔적이 역력합니다. 밖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나무 바닥이 깨져 있는데도 그냥 방치한 곳이 보이기도 합니다. 찾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전형적인 지자체의 예산 낭비의 표본을 보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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