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왕겹벚꽃
토함산 산행도 할 겸 불국사 왕겹벚꽃도 볼 겸 해서 경주 불국사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불국사 왕겹벚꽃은 막바지 분홍 자태의 향연을 한창 뽐내고 있는 중입니다. 불국사 왕겹벚꽃은 불국사 입구와 공영주차장 사이에 있는 넓은 공원에 수십 그루가 심어져 있기 때문에 벚꽃만 보기 위해서는 굳이 불국사에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국사 구경을 못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 들어가서 석가탑과 다보탑 등 천년 사찰의 역사를 한 번 느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날 토함산 산행과 벚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불국사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불국사 공영주차장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왕겹벚꽃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평일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휴일이거나 무슨 행사가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고, 불국사 왕겹벚꽃이 이렇게 유명한 곳이란 건 이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세발의 피에 불과했으며 더 놀란 건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불국사 주차장이 만차가 된 것을 처음 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왕겹벚꽃이 많이 핀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크고 몽실몽실한 겹벚꽃 뭉치가 정말 예쁘네요. 잎들이 돋아나면서 꽃과 잎이 섞여가는 게 개화가 거의 막마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시나 꽃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관광객의 80%가 여자입니다. 공원 전체적으로 왕겹벚나무가 심겨 있고, 이곳의 벚나무는 키가 작고, 나뭇가지가 늘어진 편이라 편이라 사진을 찍기도 좋고, 또 잘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겹벚꽃 주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댑니다. 솔직히 불국사에 왔지만, 불국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전부 여기에만 몰려 있습니다. 매화, 벚꽃, 진달래 등의 봄꽃들을 지나 봄기운을 만끽하고픈 사람들의 욕구가 왕겹벚꽃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토함산 산행
이날 산행은 불국사에서 석굴암을 거쳐 토함산 정상으로 가는 비교적 단순한 산행이었습니다. 평탄한 길과 계단의 연속이라 오르기 좋고 엉뚱한 길로 빠져 고생할 일도 없는 산행이었지만, 전날 남해 호구산을 다녀온 터라 쉽지가 않았습니다. 전날 무리를 하고 바로 다음날 또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난이도가 매우 쉽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국사 입구 바로 옆, 토함산으로 가는 길로 올라갑니다. 불국사 안에는 등산로가 없으니 절 안으로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따지고 보니 이날 여기를 찾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겠네요. 바로 왕겹벚꽃을 보러 온 사람과 불국사를 보러 온 사람, 그리고 토함산 산행을 하러 온 사람. 그런데 어느 쪽이든 왕겹벚꽃은 교집합인 거 같으니, 주인공은 왕겹벚이 되는 건가요?
국립공원답게 모든 구간의 길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지는 등산로 초입은 단풍나무로 우거져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정말 멋진 길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가을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풍나무숲을 지나면 계단이 시작되고 조금 더 경사가 급해지지만 여전히 힘들지는 않습니다. 토함산에는 귀여운 줄무늬 다람쥐가 정말 많습니다. 가는 동안 다람쥐를 한 열 마리는 본 거 같습니다. 칠곡 가산에도 다람쥐가 많은데, 그러고 보면 다람쥐는 악산보다는 육산에 더 많이 서식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토함산은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산행의 끝까지 진정 바위라고 할 만한 바위 하나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등로 상에 돌부리도 거의 없어서 마치 동네 뒷산 마냥 걷기도 무지하게 편안합니다. 반대로 단점이라면 다이내믹한 점이 단 하나도 없어 자칫 지루할 수 있고, 정상부를 제외하면 관목과 나무에 가려 능선 상에 조망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석굴암과 불국사 때문에 유명해서 그렇지 산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특색이 없고 단순한 편입니다.
전날 무리를 한 탓에 다리가 많이 피곤한 상태라 쉬엄쉬엄 올라갔습니다. 석굴암에 올라가는 동안 벤치가 여러군데 많이 놓여있어 쉬어가기는 참 좋습니다. 석굴암과 불국사 중간 지점에 화장실 하나가 설치되어 있고, 끝없이 계단이 이어집니다. 화장실에서 석굴암까지 1km만 가면 됩니다. 잠깐 쉬는데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더니 다람쥐 두 마리가 튀어나옵니다. 그중 한 마리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뭔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다람쥐는 같은 쥐인데 왜 귀여운 걸까요? 새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는 다람쥐는 목소리까지 귀엽습니다.
드디어 석굴암 부속 건물이 보이고 주차장과 매표소가 나옵니다. 불국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석굴암도 들어가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워낙 피곤하기도 한 터라 산행 외에는 더 걷기가 싫어졌습니다. 석굴암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산행을 계속합니다. 석굴암 매표소 옆을 보면 토함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석굴암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ㅋㅋ.
짧은 편백숲이 나타나고 다시 걷기 좋은 안부가 이어집니다. 중간에 성화채화지가 나옵니다. 지역에서 행사가 있을 때 여기서 채화를 한다고 합니다. 성화채화지는 내려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정상을 향해 발길을 재촉합니다. 토함산 정상 0.8km 이정표를 지나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마침내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통의 산에서 보여주는 정상 앞 300m 지점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의 50%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에서는 그동안 토함산에서 볼 수 없었던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집니다. 함월산과 절골이 분명하게 조망되고 멀리 동해바다가 보일락 말락 합니다. 산의 형세가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형성된 고령의 한반도 산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상의 남쪽 방면으로는 풍력발전소도 보입니다. 토함산 정상석은 두 개가 있고, 하나는 산악회에서 하나는 경주시에서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석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면 경주 남산 방면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남산의 봉우리인 금오봉과 고위봉, 구미산, 마석산 등이 보이지만 뿌연 날씨 때문에 시야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코오롱 호텔 쪽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저는 원점 회귀를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토함산 정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유적터가 있는데, 석탈해왕 사당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그냥 지나치는데, 이곳에서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치 유물이 확인되었습니다. 석탈해왕 사당터는 적어도 고려시대까지 전승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세히 보면 와편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과 관련된 더 자세한 사항은 별도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성화채화지에 들렀습니다. 아마 여기가 토함산에서 가장 큰 암석 지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다지 볼 것은 없어서 이내 내려옵니다. 다시 편백숲을 지나서 석굴암으로 나옵니다. 석굴암에서 불국사까지는 걸어서 가지 않고 12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토함산 완전 편한 등산 팁으로, 다리가 아프거나 피곤하면 저처럼 버스를 타고 가십시오. 12번 버스는 보통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것 같더군요. 어쩌다 운이 좋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정말 개(?) 편하다는 말은 이럴 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운전도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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