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정
체화정도 나름 안동의 유명한 명소이다. 체화정은 작년 가을에 한번 다녀갔는데, 배롱나무꽃이 예뻐서 안동에 온 김에 다시 한 번 들렀다. 보물 문화재인 체화정은 안동 지방의 학자인 이민적이 1761년에 지은 정자이다. 체화정은 정면 세 칸의 온돌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운데 온돌방은 문 가운데에 '눈꼽째기창'이라는 작은 창이 달려있다.
체화정은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다. 도로변 길가에 대거나 다른 주차장에 대는 거 같던데 나는 입구 안으로 들어가서 집 마당 안에 주차했다. 원래 이곳이 체화정 주차장이었으나 이번에 가니까 주차장 푯말이 땅에 패대기쳐져 있다. 이제는 주차장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체화정에 도착하니 다른 안동의 명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딴 게 아니고 DSLR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약간 오랜 만에 보는 풍경이다. 요즘은 DSLR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돌다리를 건너 체화정으로 간다. 체화정 앞에 배롱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비가 안 와서 그런지 꽃이 많이 꼬드러졌다. 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색깔마저 우중충하다.
체화정 앞의 연못에는 연들이 많이 심겨 있으나, 연꽃은 반 이상 지고 없다. 아쉽지만 연밭을 전경으로 체화정을 찍어본다. 체화정 쪽으로 넘어왔더니 은행나무 가로수가 연못에 반영으로 비친다. 배롱나무꽃이 풍성하게 펴 있지는 않지만 체화정과의 배치가 너무 좋아 그래도 예쁘다.
병산서원
체화정을 나와서 병산서원으로 간다. 작년 가을에 병산서원은 진입로 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시멘트 포장길이 닦여 있다. 전구간 포장이 되어 있는 건 아니고 일부는 비포장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비포장길도 울퉁불퉁하던 것을 모두 다져서 매끈하게 정리해 놓았다.
약간 늦은 시간 병산서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많이 한산해진 상태이다. 낙동강 건너의 바위산과 파란 하늘이 예쁘다. 사부작 걸어서 병산서원으로 향한다. 길가에는 조금의 매점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병산서원 역시 안동의 도산서원과 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병산서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예쁘다. 주변 정리가 점점 잘 되어 가는 것 같다. 옛날 주차장이었던 곳은 모두 갈아엎어 잔디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복례문 앞에 오니 양쪽에 배롱나무가 엄청 많이 심겨 있다. 그런데 체화정 배롱나무꽃과 마찬가지로 꽃이 많이 꼬드라져있다. 하지만 복례문에서 만대루를 거쳐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계단은 여전히 예쁘다.
강학영역 중 일부인 만대루는 병풍처럼 두른 산과 낙동강의 훌륭한 경치를 감상하기 그만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현재는 만대루에 오르지 못한다. 옛날 사진을 보면 만대루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만대루를 지나면 강학영역의 중심 공간인 병산서원 입교당이 나온다. 정면 다섯칸의 건물로 가운데 세 칸은 누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좌우로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다.
입교당 뒤로 돌아가면 제향 영역이 나오고 여기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배롱나무가 아주 많다. 제향 영역 앞에 있는 배롱나무꽃들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듯하다.
입교당 안에는 세 개의 창이 뚤려 있는데 저녁 햇빛이 비치니까 꽤 예쁘다. 하지만 뒤로 배롱나무꽃은 보이지 않는 게 조금 아쉽다. 그리고 만대루와, 입교당, 동재와 서재로 구성된 'ㅁ'자 배치가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뤄 너무 아름답다. 언제 와서 봐도 병산서원은 그 풍경에 취하는 것 같다.
서원을 나오면서 배롱나무꽃과 서원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낙동강과 산과 파란 하늘을 보면서 병산서원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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