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영흥도까지
서울에서 대충 한 시간 정도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과거부터 접근성이 좋고 진보, 돈대와 같은 역사성을 간직한 강화도는 그 대표적인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강화도뿐만 아니라 많은 섬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경기권의 그 많은 섬들 중에 영흥도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1. 시화나래휴게소
개인적으로 영흥도는 이름부터 굉장히 낯선 곳이고, 이곳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도 아니다. 영흥도는 오이도에서 지루한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 선재도 너머에 위치한 인구 1,840명의 섬이다. 시화방조제 중간에는 시화나래휴게소가 있는데 조각공원과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운영하는 전시관과 전망대 등이 있다.
영흥도에 가기 전에 이 시화나래휴게소에 먼저 들러보기로 한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전혀 붐비지 않고 썰렁하기까지 하다. 방조제 끝쪽으로 가서 서해바다를 감상해본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의 바다가 각자 아주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전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하늘도 깨끗하고 바다도 푸르다. 서해바다의 색깔이 이렇게 예뻐 보이기는 처음인 것 같다.
2. 선재도 목섬
영흥도 들어가기 전 선재도를 거쳐가게 되는데, 선재어촌체험마을 주변에 목섬이라는 조그마하고 예쁜 무인도가 있다. 선재도 목섬은 썰물 때가 되면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날 때마침 썰물이어서 길이 열렸으나 바삐 가야 할 일정이 있어서 섬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멀리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주차는 다리 아래 넓은 무료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거기에 하면 된다.
3. 해군영흥도전적비
영흥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해군영흥도전적비가 세워진 곳이 있고, 퇴역한 참수리호 한 척이 전시되어 있다. 영흥도 내의 볼거리라 해봐야 거창한 것은 없기 때문에 가볼 만한 곳이래 봐야 대부분 이렇게 조촐하다. 군함 앞에는 영흥도 해군 퇴역함 263호정이라고 적힌 설명판이 있고, 배 위에 올라가 볼 수도 있다. 주차는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 넓은 공터 아무 데나 해도 된다.
선교 외벽에 매서운 눈빛을 한 참수리 한 마리가 멋지게 그려져 있다. 참수리호에서 마을의 해변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썰물이라 물이 다 빠지고 뻘이 드러난 상태로, 멀리 어선 한 척이 뻘에 갇힌 것처럼 바닥에 앉았다.
참수리호 건너편에는 해군영흥도전적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영흥도전적비는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첩보전과 당시 영흥도에서 벌어진 전투를 기리기 위한 호국 기념물이다.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면 여타의 6·25 전적비와 비슷하게 생긴 전적비가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다.
4. 노가리해변
해군영흥도전적비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노가리해변이라고 하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 있다. 해수욕장이라고 하기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지만 아무튼 민박이나 체험장 같은 시설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해변은 전방에 커다란 철탑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그리 예쁘지 않다. 그저 한가로이 시골 어촌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아 보인다.
지자체에서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려고 그러는지 곳곳에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정확히 어디에 매립장이 들어오는지는 모르지만, 주민이 버젓이 살고 있는 곳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올 수 있는 건지 조금 의아하다. 갯벌 저 멀리 해식애가 발달한 지형이 보이는데, 가보려고 하니 중간에 공사하는 구간이 있고, 너무 멀어 보여 발길을 다음 장소로 옮긴다.
5. 장경리해수욕장
인천 쪽의 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영흥도의 분위기 역시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천과 강화도는 구한말 외세의 침략, 예의 실미도와 같은 불행의 역사와 6·25의 격전지라는 이미지도 한몫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이제 영흥도의 남쪽을 벗어나 북쪽에 위치한 장경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장경리해수욕장과 마지막으로 소개한 십리포해수욕장은 이곳 영흥도에서 위락시설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지금까지의 다른 곳과는 달리 확실히 상가가 즐비하고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관광객을 끌만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장경리해수욕장 역시 여타 서해의 해변과 마찬가지로 뻘이 발달해있다. 썰물이라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던 건 아쉬웠지만 넓은 갯벌의 모습을 보는 것만도 만족스러웠다.
여기에도 물이 빠진 뻘 바닥에 앉은 배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먼바다에는 상선과 어선들이 푸른 수면 위를 바쁘게 떠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한없이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하지만 확실히 장경리해수욕장은 다음에 소개할 십리포해수욕장보다 사뭇 시골틱하다.
6. 십리포해수욕장
이제 영흥도 가볼 만한 곳, 마지막 행선지는 십리포해수욕장이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영흥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장경리해수욕장보다 위락시설이 더욱 발달해 있다. 해변의 크기도 크게 차이는 없지만 십리포해수욕장이 조금 더 커 보인다. 십리포해수욕장 역시 백사장 아래로 갯벌이 발달해 있어 썰물 때가 되면 조개를 잡으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나 영흥도의 모든 장소 가운데 십리포해수욕장에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여기는 장경리해수욕장과는 달리 한가로운 풍경이기보다는 관광지 느낌이 많이 난다. 바다는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데, 저 멀리 각진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모습을 보니 왠지 부조화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해변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니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참 요사스럽기도 하고 다양하다. 한동안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해변 끝 해식애가 가까워지니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해바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해식애라고 해야 할까, 갯바위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 해변의 바위도 지금까지의 영흥도 해변에서 봐왔던 것들 중 가장 크고 모양도 예쁘다. 소사나무 군락을 지나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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