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에는 신륵사와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세종대왕릉과 고달사지가 있습니다. 이 세 곳은 하루 여행 코스로 적당하며 저도 세 곳을 하루에 둘러봤습니다. 동선은 서울에서 갈 때 세종대왕릉, 신륵사, 고달사지 순으로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신륵사 리뷰는 가장 먼저 리뷰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여주 세종대왕릉과 효종릉 - 영녕릉
여주에는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의 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릉 옆에는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선 제17대 효종과 인선왕후의 능이 있습니다. 그러니 세종대왕릉과 영녕릉은 함께 둘러보는 코스입니다. 세종대왕릉을 비롯한 서울, 경기권에 산재한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입장권이 있지만 단돈 500원으로 정말 최소한의 요금만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세종과 효종의 능을 명명하는 데 있어서 아주 헛갈리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세종대왕과 효종의 능은 둘 다 영릉이며 한자의 음만 다른 영릉(英陵) 영릉(寧陵)입니다. 그래서 두 능을 합쳐서 영녕릉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면 세종의 능은 세종대왕릉, 효종의 능은 영녕릉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마 성군 세종대왕의 능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별도의 이름 세종대왕릉을 붙여놓은 것 같은데, 세종은 영릉(英陵), 효종은 영릉(寧陵)이 되어야 마땅하다 봅니다.
입구는 세종대왕릉과 영녕릉 두 군데 있습니다만 저는 세종대왕릉으로 들어갔습니다. 넓직한 주차장과 멀리 역사문화관과 카페가 있는 건물이 보이고 매표를 한 다음 안으로 들어갑니다. 키 큰 소나무와 숲과 시냇물로 가꾸어진 왕릉의 능역이 어느 조선왕릉을 막론하고 참 예쁜 것 같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세종대왕의 동상을 지나면 영릉 재실이 나옵니다. 영릉 재실은 최근 복원한 것이며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과거 화재로 인해 1970년대 복원한 구재실도 있습니다. 구재실은 현재 작은 책방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재실을 지나면 연못이 하나 나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연못이라 수질은 아주 깨끗합니다. 안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헤엄치며 노니고 왜가리 한 마리가 연신 부리를 내밀며 조준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세종대왕릉의 능침에 가까워지면 홍살문과 정자각이 보이고 그 뒤로 봉분이 바라다 보입니다. 조선왕릉은 올 때마다 느껴지는 거지만 정말 정갈하게 단장된 모습입니다. 제향 공간인 정자각을 지나 봉분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 봅니다. 능침을 지키는 문인석과 무인석을 비롯해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의 석상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영(英)릉, 즉 세종대왕릉은 세종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이기 때문에 봉분은 하나입니다. 능침에서 내려와서 비각을 지나면 효종의 능인 영(寧)릉으로 가는 왕의 숲길이 이어집니다. 한산한 능선길을 따라 몇 백 미터만 가면 되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비가 온 탓인지 길 옆으로 흐르는 개울물의 양이 꽤 많습니다.
드디어 효종과 인선왕후, 두 개의 봉분이 보이고 역시나 능침 전면에는 홍살문과 정자각이 있습니다. 조선왕릉의 구조는 어느 왕릉을 가던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합장릉인지 아닌지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능역을 따라 봉분을 볼 수 있는 끝까지 올라가 봅니다. 세종의 능과 마찬가지로 아주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고 각종 석상들이 능을 사방에서 보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寧)릉에서 돌아가는 길에 영릉 재실을 볼 수 있는데, 새로 복원한 세종의 재실에 비해서 매우 고풍스럽습니다. 이 재실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된 조선 왕릉의 재실과 달리 그 기본 형태가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재실입니다.
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양목 노거수가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으며 그 맞은편에는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도 서 있습니다. 영릉 재실에서 나와 효종릉 입구 쪽으로 나가지 않고 세종대왕릉 주차장 쪽으로 되돌아갑니다.
여주 고달사지
영녕릉에서 신륵사를 지나 고달사지로 향합니다. 여주 고달사지는 764년(신라 경덕왕 23)에 창건된 사찰로 언제 폐사되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혜목산 기슭에 자리한 고달사지 주변은 전답과 임야로 이루어져 있고 폐사지 위쪽에는 고달사라는 연혁을 알 수 없는 절 하나가 들어서 있습니다.
고달사지는 얼마 전까지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정비가 되지 않은 폐사지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 점의 국보와 세 점의 보물이 있는 고달사지는 유물 답사와 함께 폐사지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좋은 답사지임에 분명합니다.
혜목산 기슭 폐사지에는 고달사지 원종대사탑비와 고달사지 석조대좌, 고달사지 석조가 남아 있고, 계곡 위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고달사지 승탑과 고달사지 원종대사탑이 있습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노천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이 최초 발견된 터가 바로 이곳입니다.
고달사지는 폐사지 한가운데 원종대사탑비가 보이고 잔디밭으로 변한 광활한 절터가 펼쳐져 있습니다. 깨끗한 개울물이 산에서 내려오고 길 옆에는 죽어버린 고사목이 보입니다. 고사목 주위에 벤치가 있는 것으로 봐서 나무가 죽인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고달사지 석조가 있습니다. 석조의 모양은 여느 절에서 볼 수 있는 석조와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석조 오른 쪽에 있는 부지가 바로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이 발견된 곳입니다. 절터 곳곳에 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보입니다.
절터 가운데에는 고달사지 석조대좌와 원종대사탑비가 있습니다. 불상은 사라지고 대좌만 남아 있는 고달사지 석조대좌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보니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듭니다. 석조대좌 위로 원종대사탑비가 보입니다.
귀부와 이수, 비신이 온전해 보이지만, 1915년 비가 여덟 조각으로 깨어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해 오다가 여주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습니다. 고달사지에 있는 비신은 복제된 것이며, 따라서 귀부와 이수만 진품인 셈입니다. 귀부 조각의 모양이 매우 다이내믹하며 거북 머리는 용머리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부도인 원종대사탑과 고달사지 승탑은 산속 계곡 안에 있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우측 도로 옆으로 난 길 위로 올라가면 고달사지 원종대사탑부터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원종대사탑은 기본적인 팔각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나 동그란 기단 중단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며 그곳에 양각된 용 조각도 멋스럽습니다.
원종대사탑에서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고달사지 승탑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승탑은 주인을 알 수 없습니다. 고달사지 승탑은 기단 중단에 새겨진 용 조각이 굉장히 화려한 모양을 하고 있고, 탑신에는 문 모양과 사천왕상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켜든 옥개석의 추녀 모양도 매우 특색 있습니다. 승탑 상륜부에는 지붕을 축소한 모양의 보개가 올려져 있습니다. 고달사지 승탑을 끝으로 여주 답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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