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근교 가볼 만한 곳인 여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여주까지는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이기는 합니다. 이번에 여주에 가서 들른 곳은 세종대왕릉과 여주 신륵사, 그리고 고달사지로 한산한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여주 신륵사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신륵사입니다. 신륵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간 건데 입장료 3,000원이 있었고, 엄청나게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른 아침에 갔더니 입장료를 끊지 않고 그냥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고, 1472년(성종 3)까지 보은사라고 불리었습니다. 여주 신륵사에서 가장 유명한 유물, 유적은 보물인 신륵사 다층전탑이며 그 외에 보제존자석종, 보제존자 석종비, 대장각기비, 석등, 조사당, 다층석탑, 극락보전 등이 있습니다.
신륵사 주변은 신륵사 국민관광지가 조성되어 있고 절 옆으로는 남한강이 유유이 흐르고 있습니다. 황포돛배나루터와 여주박물관이 관광지 내에 있습니다. 아침 일찍 와서 박물관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고 황포돛배나루터는 무슨 공사하는 게 보였습니다.
차를 타고 관광지를 지나 신륵사까지 쭉 들어가서 마지막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신륵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매표소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날 아침에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서 매우 흐렸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진이 매우 뿌옇습니다. 신륵사는 여타 절과는 다르게 산중에 들어가 있지 않고 강을 끼고 조성된 것이 특이합니다.
'봉미산 신륵사'라고 적힌 일주문을 통과하여 불이문을 지납니다. 중간에 남한강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황포돛배선착장과 호텔 건물이 바라다 보입니다. 얼마 걷지 않아 곧 신륵사 경내에 닿고 갈림길에서 정자 건물인 강월헌으로 먼저 가봤습니다. 강월헌은 남한강변 암석 지대에 지어진 정자이며, 바로 위에는 신륵사 다층전탑이, 옆에는 신륵사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탓에 강물이 온통 흙탕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안개로 인해 대기는 뿌예져 제대로 된 경치를 감상할 수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강월헌 뒤에는 커다란 암석 위에 신륵사 다층전탑이 올려다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주변 나무에 가려서 다층전탑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다층전탑으로 가는 길은 신륵사 경내에서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강월헌 옆에 있는 자그마한 삼층석탑은 경기도 문화재자료로서 고려시대 석탑이며, 상륜부와 3층 탑신석이 유실된 상태입니다.
이제 신륵사 경내로 들어가서 중심법당인 극락보전으로 향합니다. 극락보전 앞에는 신륵사 다층석탑이 세워진 게 보이는데, 한눈에 봐도 일반적인 석탑과는 다른 양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각 기법과 돌의 재질을 보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축소판으로 느껴지는데, 아마도 대리석 재질과 기단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 때문으로 보입니다.
신륵사 극락보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법당 내에는 역시 유형문화재인 신륵사 극락보전 삼장보살도와 보물인 신륵사 목조아미타여래 삼존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마당에 있는 향나무 한그루가 아담한 극락전 마당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줍니다.
극락전 뒤로 들어가면 신륵사 팔각원당형 석조승탑(경기도 유형문화재)과 신륵사 원구형석조승탑(경기도 문화재자료)이 보입니다. 두 승탑 모두 여말선초의 것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매너리즘에 빠진 모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당 가운데에는 보물인 신륵사 조사당이 있고, 조사당 안에는 각각 문화재자료와 유형문화재인 삼화상진영과 건륭삼십팔년명 동종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삼화상진영 초상화의 주인공은 좌측부터 지공 화상, 무학 대사, 나옹 화상이며, 아담한 크기의 동종은 법당 모서리 구석에 얌전하게 놓인 모습입니다.
마당 한가운데에 심겨 있는 600년 된 향나무 한 그루도 매우 멋집니다. 이제 신륵사의 하이라트라고 할 수 있는 보제존자석종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여주 신륵사는 다층전탑으로 유명하지만 일단 와보면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로 여기인 듯합니다. 이 터에는 보물 세 점이 있으며, 나옹의 사리탑인 보제존자석종과 석종비, 석등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매우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널찍한 기단과 2층으로 구성된 승탑과 석등 화사석에 새겨진 비천상과 이무기에서 볼 수 있듯이 고려 후기에 조각된 이들 작품들의 조각 상태가 매우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절마당 아래로 내려가서 신륵사 다층전탑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전탑은 안동 지방에 가면 많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신륵사 다층전탑과 이들과 생김새가 약간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가 탑신에 비해 옥개석이 매우 얇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탑이 약간 뾰족하게 느껴집니다. 건립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려시대로 보는 견해가 다수입니다. 신륵사 다층전탑 바로 위에는 보물인 대장각기비가 있으며 이는 고려 말 신륵사에 대장각을 만든 후 그 내력을 새긴 것이라 합니다.
신륵사는 전반적으로 경치가 빼어난 사찰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유물, 유적이 많고 산세보다는 남한강의 경치를 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에서 밖으로 나오는 길에 위령비 하나가 세워진 것이 보입니다. 1963년 10월 23일 수학여행을 온 흥안국민학교(현.안양남초등학교) 5, 6학년 학생, 교사, 학부모 총 158명이 이곳 조포나루터에서 나무배를 타고 가던 중 침몰하여 49명이 희생된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신륵사를 나와서 공원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원호 장군 전승비가 있고, 황포돛배 선착장도 보입니다. 선착장은 멀리서 보니 공사중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넓은 잔디밭 한쪽에서 토끼 한 마리가 낙엽을 주서 먹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키우다 버린 토끼로 보였는데 가까이 가니 슬금슬금 피하며 도망가네요. 지석묘와 물레방아를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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