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 있는 여름 피서지로 내원사 계곡과 통도사 말고 홍룡사 계곡이라는 데가 있다. 사실 계곡보다는 홍룡폭포가 더 유명한 듯싶은데 나도 홍룡폭포만 알았지 계곡이 있는 건 가서 알았다. 그리고 내원사가 위치한 산이 천성산인데 이곳 역시 천성산이다. 하지만 계곡의 규모나 경치에 있어서 홍룡사 계곡은 내원사 계곡을 따라가지 못한다. 홍룡사 계곡은 부산 근교에서 당일치기로 와볼 만한 정도의 계곡이다.
그런데 여기도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붐빈다. 아마도 부산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니 부산에는 좋은 계곡이 전무한 것 같다. 홍룡사로부터 800m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오면 바로 옆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여기에 많은 행락 인파가 모여드는데, 텐트는 칠 수 있으나 취사는 금지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취사한 흔적과 냄새가 난다. 여기도 무질서함이 느껴지니 배내골의 철구소 계곡이 생각난다. 이쯤 되면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계곡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계곡의 규모는 확실히 크지 않고 경치도 고만고만하다. 계곡 주위에 평상이 많은데 돈을 내고 사용하는 건 아닌 듯하다. 계곡 아래쪽과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보니 물도 대체로 깨끗하고 물놀이 하기 좋은 곳도 꽤 많다.
계곡은 홍룡사에서 내려오는 물과 그 옆 골짜기에 내려오는 물 두 갈래가 있는데 홍룡사 쪽 말고 다른 쪽 계곡이 낫다. 어느 계곡을 가든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이 있는 계곡은 피하는 게 좋다. 계곡 위로 올라가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텐트가 꽤 많다. 아무래도 계곡에서 밤을 지낸 텐트족 알바커들로 보인다.
이제 홍룡폭포를 보기 위해 홍룡사로 간다.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주차장에서 홍룡사까지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약 800m의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나는 차로로 가지는 않고 계곡 옆으로 해서 산길로 올라갔다. 산길이 편해서 그랬던 건 아니고, 하다보니 그냥 이렇게 된 건데, 이정표도 없고 그냥 차로로 가는 게 상책이다.
아무튼 차로도 마찬가지지만 겁나게 계속 오르막이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꺽어들어가야 하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올라가다 보면 그냥 지나친다. 나도 지나쳤다가 이상해서 지도 보고 그 길로 찾아 들어갔다. 산길을 빠져나오면 홍룡사 끝으로 툭 튀어나온다.
홍룡사 대웅전과 무설전 등을 둘러본 다음 계곡이 있는 구름다리 쪽으로 가본다. 구름다리 앞 계곡에는 홍룡폭포 못지않은 와폭이 하얀 물거품을 쏟아내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와폭도 홍룡폭포 못지않게 크고 멋지다. 그런데 계곡 물색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산신각 옆으로 계단이 나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면 홍룡폭포가 나온다. 거의 와폭이 끝나는 지점까지 계단이 나 있으니 그리 많이 올라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깝다. 다 올라오면 세찬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멋진 홍룡폭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홍룡폭포는 항상 이렇게 폭포수가 풍성하지는 않다고 한다. 비가 좀 와야 폭포가 멋지게 만들어 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아래의 소는 물색이 짙어 매우 깊어 보인다.
폭포 옆 절벽 밑에는 관음전이 있다. 나는 좀 절에서 이딴 짓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아름다운 이런 공간에 저런 인공 시설물이 만들어지면서 조잡한 풍경으로 만들어버린다.
폭포 사진을 다 찍은 다음 도로 쪽으로 내려간다. 오면서 보지 못했던 길을 내려가면서 보는 건 색다른 맛이 있다. 홍룡사 일주문을 지나다 보니 등산로 폐쇄 현수막이 보인다. 천성산 지뢰제거 작전에 따른 일부 구간 폐쇄란다. 천성산에 지뢰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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