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지만 산이 많기로 유명한 남해도, 그곳에서 금산, 호구산, 망운산과 함께 남해를 대표하는 산이라 할 수 있는 설흘산에 다녀왔습니다. 응봉산, 은산(첨봉)과 함께 선구마을에서 다랭이마을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산줄기를 이루는 설흘산은 고도가 높지는 않지만 산과 바다 조망을 만끽하며 황홀한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입니다. 특히 은산에서 응봉산까지의 암릉 구간은 여수 앞바다와 남해 앵강만, 그리고 호구산, 금산, 망운산 등의 조망을 한꺼번에 아우르고, 기암괴석을 오르내리며 아찔하지만 지루할 틈 없는 산행을 제공합니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설흘산 아랫마을인 다랭이마을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산행 경로 및 유용한 팁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에서 설흘산 단독으로 산행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암릉 산행을 꼭 경험해야만 제대로 된 산행이라 할 수 있으며, 경사가 완만한 선구마을을 들머리로 삼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단점은 산행 시간이 좀 길어진다는 것인데, 오래 걷는 것이 꺼려지시는 분은 설흘산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다랭이마을로 바로 빠지는 것도 방법이 되겠습니다. 또 하나, 들머리와 날머리가 상당히 멀어지기 때문에 차량 회수가 힘들어진다는 점이 있는데 이는 버스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2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고 선구마을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면 차량 회수가 매우 쉬워집니다. 12시 전까지 4회 정도가 운행되는데, 저는 8시 10분차를 타고 선구마을로 갔습니다. 다랭이마을 버스정류장이 기점이기 때문에 배차시간 전에 가면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12시 이전까지 약 4회 정도 운행하고 있으며, 배차시간은 7:00, 8:10, 9:00, 11:45입니다. 도시의 시내버스처럼 따로 버스 번호가 있는 거 같지는 않고, 기사님한테 선구마을 가는지 물어보고 타시면 됩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https://www.namhae.go.kr/tour/00012/00934/00377.web?pageCd=TS0103000000&siteGubun=transport
선구마을 들머리를 찾아서
약 10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이동해 선구보건진료소에서 하차했습니다. 다랭이마을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커다란 팽나무가 보이는 길로 빠진 다음, 삼거리에서 노을펜션 간판 방향으로 우회전, 그리고 바로 왼쪽의 좁은 시멘트길로 올라가면 산행 들머리가 나옵니다. 자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왼쪽 길로 갈 수 있으니 이것만 주의하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도 초행길이라 무심코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수고를 해버렸습니다.
가늘 길에 선구마을의 예쁜 풍경을 담아봅니다. 알록달록한 시골집의 지붕이 너무 정겹습니다. 수령 300년의 마을 보호수인 팽나무를 지난 다음,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대신 사촌해수욕장과 고동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합니다. 다시 바른 길로 되돌아가 설흘산 선구마을 들머리에 당도합니다. 등산로 초입은 완만한 경사의 꾸준한 오르막을 보여줍니다. 얼마 가지 않아 큰 바위에 뚫려있는 동굴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니 동굴이 그렇게 깊지는 않습니다.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보니 조금씩 바다 조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를수록 바위가 점점 많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등산 초반부는 옥녀봉, 초산, 낙뇌산 등의 이름으로 구분이 되지만 사실 산이라기보다는 조망점이라 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흙길과 바윗길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한 번씩 나오는 조망점에서 임포리의 농가와 사촌해수욕장이 조망되고, 바다 건너로는 여수가 바라다보입니다. 남해는 어디를 어떻게 봐도 마을과 바다가 너무 예쁜 거 같습니다. 암릉길에 닿기도 전에 벌써부터 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전날 비가 와서 날씨는 좋았지만, 구름이 많아 자꾸 해를 가렸습니다.
은산에서 응봉산, 암릉 구간의 시작
사고가 몇 번 있었던지, "위험,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두 군데 바위군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렇게 등산 초반부 암릉은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 있고, 은산(첨봉)에 다다라야만 암릉 구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은산에 도착, 전방에 멋드러진 암릉길이 펼쳐집니다. 암릉 산행은 체력소모는 심하지만 탁 트인 전망 때문에 그 기분은 너무 황홀합니다. 물론 암릉이 싫으신 분은 우회로도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우회로를 선택해도 충분히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풍경 보랴, 사진 찍으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전진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절벽이 너무나 아찔합니다. 오른쪽으로는 여수 쪽 바다, 왼쪽으로는 앵강만과 남해의 산들이 조망됩니다. 이렇게 멋진 바다와 산의 조화로운 풍경이 은산에서 응봉산까지 쭉 이어집니다. 여수의 영취산, 돌산도, 오동도와 남해의 앵강만, 호구산, 금산, 망운산, 그리고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해발 400m대 산에서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들을 알록달록 수놓았던 신록은 5월로 접어들면서 사라지고, 점점 녹음이 우거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두 답사를 마쳤던 금산과 호구산, 망운산이 아득합니다. 전방으로는 앞으로 가야 할 응봉산과 설흘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암릉구간의 끝에 다다르면 응봉산까지는 흙길로 이어집니다.
응봉산에서 설흘산
응봉산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 앞에 귀여운 정상석이 세워져있습니다. 응봉산 정상부는 그렇게 넓지는 않습니다. 전방에 앞으로 가야 할 설흘산이 보이고, 여수와 앵강만 주위가 조망됩니다. 약간의 시간 동안 응봉산에 머무르다가 설흘산을 향해 다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응봉산에서 설흘산까지의 능선은 별다른 조망이 없는 숲길로 되어 있습니다.
응봉산에서 설흘산까지는 약 2km, 기다란 안부가 이어집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듯이 설흘산이 가까워지면 급경사가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흙길은 어느새 바윗길로 바뀌고 두 번의 교차로를 지나서 정상에 닿습니다. 설흘산 정상은 봉수대가 만들어져 있고,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봉수대를 한 바퀴 돌면 다랭이마을을 비롯해 설흘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산들을 모두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설흘산 정상에서 파노라마로 담으니 너무 멋진 사진이 만들어지네요.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으로 하산
설흘산 봉수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하산을 시작합니다. 하산길에 잠깐 길을 잘못 들기도 해서 엉뚱한 곳으로 내려갈 뻔하기도 했습니다. 내리꽂는 내리막이 길 아닌 길을 길로 만든 것 같아 등산 앱을 보니 경로를 이탈했더군요. 다시 바른 길로 찾아 내려가다보니 몇 군데 조망점이 더 나타났습니다. 설흘산에서 보는 경치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설흘산에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등로는 급경사로 이어지다 보니 하산길이 꽤나 피곤합니다. 대신 금방 내려가기는 하더군요. 바닥은 돌멩이가 많습니다. 조망을 볼 수 없으니 이름 모를 야생화와 새싹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멀리 다랭이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망운산에서 보았던 암괴류와는 달리 설흘산의 너덜겅은 각진 모양의 애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등산로는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에서 끝이 나고, 1시 30분 쯤에 산행을 마쳤습니다. 도착했을 때 텅텅 비어있던 주차장은 어느새 만차가 되어 있고, 다랭이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있었습니다. 저도 등산 장비를 모두 차에 넣은 다음 다랭이 마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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