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흘산 산행을 마치고 난 후 가천 다랭이마을로 향했습니다. 다랭이마을은 금산 보리암, 독일마을, 상주해수욕장과 함께 남해를 대표하는 관광지죠. 이날도 주말을 맞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다랭이마을은 수년 전 주차장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다랭이마을의 아름다운 해안과 다락논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에 반해버린 첫 방문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가 버렸지만 다랭이마을은 여전히 좋았던 기억 그대로 이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다랭이마을이 좋은 점은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위적인 개발을 막무가내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랭이마을은 그다지 변한 것 없이 산과 바다와 어우러진 한가로운 농가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랭이마을뿐만 아니라 남해의 대부분 지역이 아직은 관광지 특유의 즐비한 상가로 인한 소음공해와 인공 시설물에서 뿜어내는 빛 공해가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남해의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번잡함을 싫어하는 저의 마음을 더욱 잡아끄는 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2주차장에서도 다랭이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보였습니다. 마을 뒤로 우뚝 솟은 설흘산과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 그리고 다락논과 바다가 한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바로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은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합니다.
유채밭은 꽃이 다 지고 다른 작물을 심을 건지 모두 베져 있습니다. 멀리서 보니 베어낸 유채의 연둣빛이 노란 꽃만큼이나 색깔이 예쁩니다. 그리고 한쪽 밭에는 남해의 특산물 중 하나인 마늘이 수확을 기다리는 듯 무언가를 바삐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랑논이 힐링의 장소이자 명소로 인식되지만 마을분들에게는 생계의 근본 수단일 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수리 길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는 길 끝에는 다랭이마을 유일의 학교였던 폐교된 가천 분교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분교에는 이순신 동상만이 외로이 운동장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쓸쓸하지만 학교마저도 설흘산이 조망되는 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남쪽 먼 바다를 바라보면 홀로 우뚝 솟은 소치도가 보입니다. 특별 관리되는 지역으로 배를 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전날 비가 와서 섬의 지형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가천 분교에서 마을을 지나 암수바위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마을 안에는 예전보다 카페와 식당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시골할매막걸리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고, 시골의 골목길은 늘 정겨운 풍경입니다. 암수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암수바위에서 절벽이 있는 해안으로 탐방로가 쭉 이어집니다.
다랭이마을은 오래전 인간극장으로 방송을 탄 적이 있습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소 조형물은 아마 그때 나왔던 어르신의 소를 추억하며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마을 옆을 흐르던 계곡물은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곧장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다랭이마을 해안가와 절벽은 언제 봐도 명품입니다.
해안의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시설의 노후화로 안전 상 폐쇄되었더군요. 아찔한 절벽과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인데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대신 왼쪽 해안가 바로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옛날에 갔을 때는 아마도 해안가로 내려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좌측 해안으로도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절벽에서 바다쪽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이고 하얗고 맨들맨들한 바위는 뾰족한 해식애와 대조를 이룹니다. 앞으로는 망망대해, 뒤로 돌아보면 설흘산이 우뚝 솟은, 말 그대로 명승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돌아가는 길은 제1주차장 쪽으로 갔습니다. 다랭이마을의 한 가지 고역인 점은 돌아갈 때,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등산을 하고 난 이후라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듭니다. 제1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전방에 은산의 암릉이 조망됩니다. 그리고 박원숙 카페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위치를 알았으니 다음에는 꼭 들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1주차장 쪽도 마을을 따라 개울물이 졸졸 흘러내려오고 다락논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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