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산서원
날씨가 좋았던 주말의 첫날 경주 안강에 있는 대표적인 관광 유적지 옥산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옥산서원에 가면 인근에 함께 위치한 독락당과 정혜사지 13층석탑까지 도보로 답사할 수 있으니 같이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차량으로도 이동 가능하고 독락당 앞에는 주차장까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좋았다고 했지만 사실 아침에 살짝 맑다가 내내 구름이 해를 가렸고, 오후 12시가 지나서야 구름이 걷힌, 정말 사진 찍기는 거지같은 날씨였습니다. 구름도 별로 크지도 않은 먹구름 하나가 해를 가리면서 저를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해를 숨겼다 꺼냈다 반복했습니다.
옥산서원 주차장은 유물관 앞에 깨끗한 주장장이 만들어져 있고 서원 바로 앞에도 꽤 큰 비포장 주차장이 있습니다. 저는 유물관 앞에 대고 걸어갔습니다. 참고로 주차장 앞에 있는 유물관은 전시관이 아닌 유물 보관소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9개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는데 옥산서원도 그중 하나입니다.
옥산서원 입구에 다다르면 서원 앞을 흐르는 자계천 주위에 너럭바위와 작은 폭포, 용소가 절경을 만들어 내는데 그 이름을 세심대라고 부릅니다. 옥산서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장소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원보다 이곳을 먼저 구경합니다. 가운데 용소를 두고 바위와 바위 사이에 굵직한 각목이 놓여 있는데 건너다보면 살짝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리를 건너다 빠진 사람은 없는 듯하네요.
너럭바위를 향해 길게 내리뻗은 느티나무 가지들이 주변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속에는 물고기와 개구리들이 헤엄치며 돌아다닙니다. 다시 용소 위에 놓인 다리를 지나 옥산서원으로 들어가 봅니다.
서원 입구인 역락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강학 영역이 나오고, 그 안에는 중심 건물인 구인당과 누각인 무변루 및 동재와 서재가 있습니다. 마주 보고 있는 구인당과 무변루의 편액 글씨는 조선 중기의 명필 한호의 것이라 합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 듯, 서원 관계자 분들과 관광 안내소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구인당 뒤로 돌아가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인 회재 이언적 신도비와 비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언적 신도비는 선조 10년(1577)에 세운 것으로 원래 서원 앞 계곡에 있던 것을 서원 안으로 옮긴 것이라 합니다. 비각 옆에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제향 영역이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제향 영역은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기 때문에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2. 독락당
옥산서원을 나와서 독락당으로 향합니다. 독락당까지는 차로 이동해도 되지만 산길이나 도로로 약 700m만 걸어가면 됩니다. 저는 처음으로 산길을 따라 독락당까지 가봤습니다. 산길은 소나무와 활엽수가 적절히 우거진 야산 느낌의 약간은 지루한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독락당의 정자 건물인 계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독락당 계정은 계곡 위에 지어진 영남 정자의 전형입니다. 안동, 예천, 영천 등 많은 영남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정자를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독락당 계정 아래로는 유속이 느린 자계천이 유유히 흘러가며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냅니다. 독락당 사랑채 담벼락에 나 있는 살창도 눈에 띕니다. 제방 위에서 자라고 있는 울퉁불퉁한 참나무 가지의 수피도 신기합니다.
보물 문화재인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이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지은 별장으로 옥산정사라고도 불립니다. 담장을 따라 독락당 입구 쪽으로 나가보면 경청재라는 좌우가 매우 긴 건물이 보입니다. 아쉽게도 독락당에서 구경할 수 있는 건 이것이 다입니다. 나머지는 산림채이고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출입금지입니다.
3.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독락당에서 나와서 국보인 정혜사지 13층석탑으로 향했습니다. 좌측에 논이 심긴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경작지와 그 너머로 우뚝 솟은 자옥산과 도덕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논 옆에 정혜사지 13층석탑을 알리는 푯말이 보이고 신기하게 생긴 석탑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석탑은 기존에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신라 석탑의 양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크기가 고르지 않은 돌로 만든 이중 기단 위에 13층의 탑신부가 올려져 있는데, 1층 탑신은 장방형의 다듬어진 돌을 네 모서리에 세우고 각 면에는 문 모양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2층부터는 옥개와 탑신이 1층에 비해 급격하게 낮고 작아지면서 언뜻 봐서는 탑신 없이 옥개만 올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곳은 정혜사라는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며, 정혜사는 780년(신라 선덕왕 원년)에 당나라 사람인 백우경이 집을 짓고 살던 곳을 후에 절로 고친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백우경은 수원 백 씨의 시조입니다.
정혜사지 13층석탑에서 다시 옥산서원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도 독락당 근처의 논밭과 조용한 마을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봅니다.
옥산서원 들머리에 우거진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는데 잠시 차에서 내려서 거닐어 봅니다. 숲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잘 관리된 모습입니다. 국도에 다다르기 전 도로 좌우로 추수를 기다리는 누런 황금 들판도 너무 멋집니다. 가을의 황금 들녘은 언제 봐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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