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이면 경주는 미어터진다. 주밀에는 시내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릴 정도인데 워낙 좁은 동네에 찾는 사람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약간 외곽으로 나가면 어떨까 싶어 불국사로 갔더니 이미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다. 불국사로 갔던 궁극적인 이유는 토함산 탐방로 상의 단풍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태풍 흰남노의 영향으로 탐방로가 폐쇄되었다. 단풍잎이 물들기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11월 이전까지 복구가 될지 의문이다.
이날은 불국사 후문인 불이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갔다. 여기는 아래쪽 공영주차장과는 달리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관리원이 기다리다가 천원을 징수한다. 천 원에 종일 주차를 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
불이문으로 입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절 양쪽으로 문이 나 있는 건 그다지 흔하지 않은데, 대구 동화사도 이와 비슷한 예이다. 아무튼 거꾸로 들어가니 뭔가 좀 특이하고, 절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 정문인 일주문으로 들어가기를 권한다.
숲길을 지나서 조금만 걸으면 종무소 등의 부속건물들이 있는 경내에 닿게 된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고목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신기한 식물이 눈길을 끈다. 혹시나 조화가 아닐까 해서 한참을 쳐다 봤다.
중심영역에 다다르면 넓은 절마당과 교과서에서 보던 청운교, 백운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 불국사는 견학 온 학생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바글바글한 모습이다. 불국사의 가을 단품은 아직은 좀 일렀지만 가을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국보인 청운교 및 백운교는 대웅전과 연결되는 자하문 앞에 설치된 돌계단으로 위쪽이 청운교, 아래쪽이 백운교이다. 청운교에 비해 백운교의 크기가 더 크고 두 계단이 이어지는 다리 아래에는 아치형의 통로가 만들어져 있어 당시 석조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자하문의 좌측에 있는 안양문 앞에 설치된 연화교 및 칠보교 역시 국보이다. 청운교 및 백운교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형식은 유사하다. 안양문과 자하문, 범영루는 아래쪽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계단 주위에는 다듬은 돌을 짜 맞춘 형태이고 범영루 아래에는 자연석을 쌓은 모습이다. 이를 통틀어서 가구식 석축이라고 부르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금당으로 올라가 보았다. 날씨는 맑고 좋은데 크지 않은 구름 한 덩이가 자꾸 해를 가린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기를 수십 차례, 사진 찍는데 이만저만 짜증 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ㅠㅠ.
동서탑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형태의 석탑으로 배치된 예는 불국사가 유일무이하다. 석가탑은 신라 삼층석탑의 표본이라 할 수 있으며, 다보탑은 모든 전형성으로부터 탈피한 특이한 형태이다. 그리고 두 탑을 실제로 마주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석가탑의 공식 명칭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이며, 무영탑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사달, 아사녀의 전설과 연관된 명칭이다. 그리고 1966년 보수공사 중 2층 탑신에서 발견된 유물이 그 유명한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다보탑은 그 외형이 무척이나 특이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석가탑 쪽을 향해 있는 돌사자에게 특별히 관심이 간다. 원래 돌사자는 네 방위 모두 위치해 있었으나 현재는 한 기만 남아있다. 나머지 돌사자에 대한 행방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고, 아마도 일제강점기에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하여 조사하여 추적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석가탑과 다보탑 사이에 있는 대웅전은 조선의 전형적인 다포식 팔작지붕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양쪽에는 회랑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기단과 초석은 창건 당시의 것이라고 한다.
자하문 밖으로 나오면 불국사의 아랫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넓은 마당에 바글 바들 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다 빠져나갔다. 그 사람들이 위로 다 올라온 건가?
대웅전의 북쪽과 서쪽으로 극락전과 비로전, 관음전 등이 있는데, 여기까지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아 매우 조용하다. 비로전 옆에는 불국사 사리탑이 있으며 이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석등과 유사한 형태의 이 사리탑은 몸돌에 불상과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다시 아래 마당으로 내려와서 당간지주를 본 다음 해탈교를 지나 일주문 쪽으로 나갔다. 해탈교 앞 연못에는 점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일주문 우측에는 토함산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는 태풍으로 인해 폐쇄되었다. 여기 단풍나무가 정말 예쁜데 아쉽게 되었다. 태풍 힌남노가 경주 쪽에는 꽤 많은 피해를 입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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