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포정동의 경상감영공원 인근은 대구 골목투어 제1코스로 달성공원까지 이어집니다. 그런데 솔직히 경상감영공원에서 달성공원까지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고 한적한 보행로가 아닌 삭막한 도로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코스를 다 걷는 것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달성공원에 대한 내용은 이 페이지가 아닌 며칠 전에 올린 포스팅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달성공원 리뷰 ↓↓↓
경상감영공원
아주 오래전, 몇십 년 전에 경상감영공원의 명칭이 중앙공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역사와 유물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 이곳이 옛 경상감영의 터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단지 시내에 위치한 공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곳이었습니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늘 한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상감영공원으로 바뀌면서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 위주로 사람들이 과거보다 많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대구 중심가라고 하면 동성로를 떠올리겠지만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 경상감영공원 주변 포정동과 향촌동 일대, 그리고 구 동아백화점이 있었던 동문동과 교동이 중심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재 포정동에는 무궁화백화점, 중앙상가(대보백화점)와 같은 옛날 건축 구조의 크고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튼 사설은 여기서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경상감영공원에는 지하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평일 오전에도 만차가 될 정도로 자리가 쉽게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비어있는 점포 앞에 적당히 주차했습니다. 종로초등학교를 지나 경상감영공원 쪽으로 걷다보면 수제화골목을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간 적산가옥에 자리잡은 부산설렁탕이 보입니다. 마산설렁탕과 함께 포정동 설렁탕의 양대 산맥이었는데 문을 닫은지 꽤 시간이 흐른 듯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장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경상감영공원에 들어서니 역시나 어르신들이 많이 보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많이들 쳐다보시는데 좀 못 본 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쪽 끝에 세워진 선정비를 지나서 공원의 중앙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공원의 숲이 우거져서 상쾌하기도 하고 새소리도 많이 들립니다. 공원 중앙에는 징청각과 선화당이 있습니다. 원래 문화재 번호가 사라지기 전에는 선화당이 유형문화재 1호였고 징청각이 2호였으나 지금은 선화당이 보물로 승격되었습니다.
경상감영공원은 녹지와 유물의 조화가 매우 잘 어우러진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징청각은 관찰사가 머물던 산림채로 선화당과 함께 대구에 유일하게 남은 관아 건물입니다. 그리고 선화당은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경상감영의 중심 건물입니다. 징청각은 정면 8칸, 선화당은 정면 6칸으로 둘 다 규모가 매우 큰 건물입니다.
선화당 앞에는 측우기를 받치는 측우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측우대는 모형이며 진품은 기상청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측우대 위의 측우기 역시 모형으로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15년 기상청에 소장되어 있는 측우기를 모델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연못과 분수와 범종각을 지나 경상감영공원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 중앙상가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보니 경상감영공원이 어느 정도로 숲이 우거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록달록 단풍이 예쁘게 물들게 됩니다.
대구근대역사관
경상감영공원 분수에서 도로 쪽으로 나가면 대구근대역사관이 있습니다. 대구의 근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인 이 건물은 원래 일제 강점기 시절 식산은행이었으며 1990년대까지 산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일제의 잔재이기도 하지만 근대 건축물의 외형을 갖춘 멋진 건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구는 공원 쪽에 있고, 전시실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조선 식산은행 모형이 만들어진 게 보이고, 경상감영과 국채보상운동, 6·25 전쟁, 2·28 민주운동 등 대구에서 있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관한 설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사용된 인력거, 전화기, 라디오 같은 오래된 물건도 보입니다.
2층에 올라가니 '모퉁이의 변신'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려 있습니다.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으로 구성된 작은 전시라고 합니다.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이것과 똑같이 생긴 색깔만 하얀색의 전화기를 썼었습니다. 지금은 유선전화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렸죠.
다이얼 전화기 옆에는 정말 추억 돋는 삐삐와 피쳐폰들이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에 있는 모토로라 삐삐는 제가 쓰던 거랑 똑같은 거로 보였습니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나와서 향촌동에 있는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은 한 건물 에 같이 있으며 향촌문화관은 1층과 2층, 대구문학관은 3층과 4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 지하에는 유서 깊은 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무료관람이었으나 노숙자들이 자꾸 들어오는 통에 관람료 1,000원이 생긴 웃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천 원의 관람료가 있지만 볼거리는 많은 편이라서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여기는 이전에도 많이 와봤지만 올 때마다 즐거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에 향촌문화관과 유사한 전시 공간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런 분위기의 공간은 향촌문화관이 거의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촌문화관인 1, 2층은 대구의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곳으로 광복 전후 대구 중구 일대의 분위기를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금은방, 공구상 등의 가게는 아마도 교동과 복성로를 재현한 것으로 보이고 누른국수, 납작만두, 따로국밥과 같은 대구 전통 음식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2층에는 한일극장의 전신인 문화극장이 만들어져 있고 「태양의 거리」라는 대구에서 만들어진 짧은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레코드사, 대폿집 등의 모형도 만들어져 있어 재밌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3층 대구문학관으로 올라가면 대구에서 활동한 이육사, 박목월, 김동리, 이상화, 현진건 등의 문학계 인사들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4층에는 작은 서재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책이 있는 서재는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4층에서는 창문으로 향촌동의 낡은 건물들이 조망되는데 마치 시간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지하에 자리한 녹향으로 가봤습니다. 입구 간판에 적힌 Since 1946이라고 적힌 문구가 녹향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녹향은 크게 로비와 감상실로 나누어져 있고 신청곡도 받고 있습니다. 신청할 곡이 따로 없어서 그냥 나오는 대로 듣습니다.
감상실 안으로 들어서니 아늑하고 레트로한 분위기로 넘쳐납니다. 차분한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아날로그한 음색은 정말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벽면에는 음악가들의 인물화가 걸려 있고 녹향 창업자인 이창수 씨의 초상화도 걸려 있습니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에 오시면 녹향에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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