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및 기본 정보
초가을 날씨가 좋아서 갓바위가 있는 관봉으로 향합니다. 보물 문화재인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고 머리에 갓이 올려져 있다고 해서 갓바위라 불립니다. 아마도 팔공산에서 연간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 관봉 정상, 갓바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탐방객 수가 늘어나면 갓바위를 찾으시는 분들이 그만큼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갓바위에 올라가는 길은 몇 가지가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구 관암사와 경사 선본사에서 올라가는 것입니다. 갓바위가 있는 관봉 정상은 약 800m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구에서 출발하면 1365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꽤나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경산에서 출발하면 거의 산 중턱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대구 쪽보다는 훨씬 덜 힘듭니다. 대신 대구 쪽은 가을 단풍이 무지 예쁩니다. 저는 대구에서만 가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경산에서 올라가 봤습니다.
내비에는 관음휴게소로 입력하면 됩니다. 주차장은 관음휴게소부터 총 4개가 만들어져 있어 아주 넓은 편입니다. 자차를 이용하면 주차장에서 선본사 입구까지 걸어가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가면 되고, 803번 버스를 타면 종점인 선본사 입구까지 차가 올라갑니다. 주차장에서 선본사 입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그냥 걸어서 가셔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선본사 가기 전 벽암사 - 갓바위 계곡
관음휴게소 도착 10분 전쯤에 벽암사라는 곳이 있는데 이 부근에 계곡물이 멋지게 내려가고 있어서 잠시 들러보았습니다. 팔공산은 북쪽과 동쪽이 남쪽보다 계곡이 발달했는데 그래서 경산 쪽 갓바위도 계곡이 좋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상가들이 계곡 주변에 자리 잡고 있어 쉽게 드나들기가 어려우나 여기 벽암사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길가에 차를 대고 내려가니 소원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네요. 목교를 건너면 계곡 아래로의 접근이 아주 쉽습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온 탓에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고, 계곡의 폭도 꽤 넓어서 물놀이하기도 좋습니다.
반대쪽으로 가면 집이 한 채 있고 다리를 건너면 벽암사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도보 5분 거리라고 안내판이 붙어있었지만 올라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역시나 다리 아래로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갑니다.
경산 갓바위
경산 갓바위라고 해서 딴 건 아니고 그냥 경산에서 올라간다고 해서 경산 갓바위입니다. 오래전에 갓바위를 두고 동화사와 은해사에서 니거냐 내 거냐 하면서 싸우다가 결국 경산 은해사 거로 결판나기도 했었죠. 관음휴게소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선본사 입구까지 걸어갔습니다. 참고로 휴게소에서 공양물품을 사면 셔틀버스 티켓을 줍니다.
날씨가 맑아서 걷기에는 무척 좋았습니다. 선본사 입구까지는 걸어서 10 ~ 15분 정도 걸리는데 좌측으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습니다. 선본사는 내려오는 길에 들러보기로 하고 갓바위 쪽으로 향합니다.
대구 갓바위와는 달리 초반에는 계단이 없고 그냥 오르막길로 되어 있습니다. 건물 한 채가 보이는데 거기부터 계단이 시작됩니다. 경산 갓바위는 올라가는 동안 조그마한 암자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약간의 조망이 나옵니다. 군부대가 있는 팔공산 북봉이 조망되고 그 앞으로 노적봉과 방아덤이 살짝 보입니다.
그러고 나서 몇 계단 올라가지 않아 관봉 정상에 닿습니다. 역시 대구에서 올라가는 길보다 훨씬 덜 힘듭니다. 대구 쪽에서 올라가면 중간에 무조건 쉬어줘야 하지만 여기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갓바위 부처님을 영접하는 것 같습니다. 뒤쪽 자연석이 광배 역할을 하고, 머리에는 갓을 쓴 특이한 모습을 한 관봉석조여래좌상, 사실 파란 하늘을 뒷배경으로 한 불상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경주 남산에도 마애불이 많지, 이렇게 환조로 산 정상에 세워진 불상은 보기가 힘듭니다.
평일인데도 갓바위 앞에는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대쪽에는 대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관봉은 불상 앞쪽은 막혀있지만 뒤쪽으로 전망이 좋습니다.
바로 앞 능선인 명마산 능선이 보이고 그 뒤로는 환성산 줄기가 펼쳐집니다. 와촌면의 농지도 살짝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갓바위 전체 사진을 담아보는데 암반의 지형이 화산활동의 흔적인 토르 같습니다.
팔공산 선본사와 삼층석탑
차량 회수를 위해 다른 길로는 못 가고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갑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풍경이고 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갓바위 관리 주체인 선본사에 먼저 들러봤습니다. 선본사는 경내에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없고 그냥 깔끔하게 지어져 있는 절입니다. 그리고 선본사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러내리네요.
선본사의 중심 법당은 극락전입니다. 극락전 외에 요사채, 선정루 등의 건물이 있으나 오래된 건물은 없습니다. 삼층석탑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약 200m 떨어진 산중턱에 있는 걸로 봐서 원래의 선본사 위치는 여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선본사를 나와서 삼층석탑으로 향합니다. 처음에 석탑이 선본사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또 250m 산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꽤나 낙담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가봅니다.
선본사에서 목교를 지나 산으로 올라갑니다. 길바닥에 이정표가 만들어져 있으니 잘 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급경사를 200m 정도 오르고 있는데 양지바른 곳에 석탑 하나가 보입니다.
꼭 위치나 생김새가 경주 남산의 것과 비슷합니다. 이 석탑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무너져 있던 석탑의 부재를 모아 1979년에 복원한 것이라 합니다.
생김새는 경주에 있는 통일신라 후기의 삼층석탑과 유사합니다. 석탑 옆에 석등 부재인 연화대석과 지붕돌이 놓여있는 것으로 봐서 이곳은 아마도 절터였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삼층석탑에서는 은해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와 기슭에 싸여 있는 선본사가 조망됩니다. 석탑을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버스정류소 앞에 갓바위 어묵이 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장사를 안 하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고 다음 편에서 불굴사 홍주암으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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