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에서 울산 방향으로 산업도로를 타고 가다가 괘릉 가지 전 우측길로 빠지면 영지라는 못이 나오고 인근에는 영지 석불좌상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가봤었는데 시간이 나서 다시 들러봤습니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만큼 여기도 여러가지 변화가 눈에 뜨였습니다. 일단 영지설화공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고 깨끗한 주차장이 생겨서 차 대기가 너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도로 건너에 있는 영지 석불좌상 주변도 조금 정비가 된 것 같았습니다.
영지 석불좌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도로 건너에 있는 영지 석불좌상부터 먼저 가봤습니다. 주차장 길 건너에 보면 불상으로 가는 길이 바로 보입니다. 사실 이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도 될 것 같지만 바로 앞에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멀리 성호리조트가 보이고 야적장 마냥 너저분하던 공터도 조금 정리가 되었네요. 영지 석불좌상은 민가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상 주위에는 소나무가 조금 심어져 있고 장방형의 기단 주변에 철 난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불상 샘김새는 참으로 애처롭습니다.
얼굴은 훼손된 건지 미완성인지 형체를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손의 일부도 파손되어 있습니다. 광배 역시 파손이 많이 된 상태이고 옆에서 보면 조금 거꾸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단과 촛불 켜는 함도 있는 거 보니 마을에서 이 불상 앞에서 기도도 드리고 하는 모양입니다. 집 몇 채가 다인듯한 마을은 평범함 그 자체입니다. 아마도 나이가 지긋한 노인 분들이 사시는 것이겠죠.
영지설화공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영지 방향으로 가봅니다. 영지 앞에 영지설화공원이 만들어져 있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원래 사람들이 안 올 거 같아도 생각 밖에 방문객이 꽤 되는데 이날은 사람이 거의 안 보였습니다. 주차장 앞 마을의 초록초록한 전답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광장 같은 곳을 지나면 가운데 무영탑(석가탑) 조형물이 있습니다. 파란 하늘 사이사이로 구름이 옅게 끼어 있어 하늘이 너무 예쁩니다. 여기 무영탑 조형물이 있는 이유는 영지에 아사달, 아사녀에 관한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백제의 이름난 석공 아사달이 김대성에게 스카웃되어 불국사 탑을 세우게 되는데 몇 년동안 남편을 보지 못한 아사녀가 불국사로 찾아오지만 탑이 완공될 때까지 여자를 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합니다. 스님은 가까운 곳에 못이 있는데 탑이 완공되면 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니 그때 남편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아사녀는 기다리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 무심한 그림자는 떠오를 줄 모르고, 남편이 너무도 그리운 아사녀는 물 속으로 몸을 던져버립니다. 나중에 이 못을 그림자 '영'자를 써서 영지라 부르게 되었고,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탑이라 하여 석가탑은 무영탑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영지가 언제부터 설화 속의 영지로 전승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영지에서 불국사까지 직선 거리로만 3km가 넘으니 아사달 설화가 100퍼센트 진실이라고 해도 이 영지가 그 영지라고 믿기는 힘듭니다. 석가탑의 그림자가 지금의 영지에 비치려면 불국사 뒤에 있는 토함산을 평지로 다 깎아낸다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아무튼 뭐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야지 이거 가지고 따지는 것도 우습습니다.
공원을 가로질러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못 우측으로 걸아가 보았습니다. 저수지 건너편에는 리조트 건물이 보이는데 운영은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솔길 옆 논에 심긴 벼는 이제 조금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쪽 길은 처음 걸어보는데 분위기가 한적해서 너무 좋네요. 여기서 보는 영지 풍경이 반대쪽보다 더 좋은 듯합니다. 한 바퀴 돌아보기에는 영지가 생각보다 커서 중간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공원을 지나 주차장으로 복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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