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하면 보통 대구를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팔공산은 여러 시군의 경계에 넓게 걸쳐있다. 칠곡군도 그중 하나로 송림사, 한티순교성지, 가산산성, 팔공산금화자연휴양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금화자연휴양림과 금화계곡은 엄밀히 말하면 팔공산의 서쪽 봉우리인 가산에 위치한 곳이며 모래재를 통해 가산산성으로 가는 등산로도 여기에 있다.
팔공산금화자연휴양림을 통과해서 내려오는 계곡이 금화계곡이며 아래에는 식당과 금화저수지가 있다. 금화지는 대구 근교에 있는 계곡지 가운데 수질이 가장 깨끗한 저수지이고 수심이 깊고 면적도 넓다. 배스가 서식하기 때문에 배스 낚시하러 오는 낚시꾼이 꽤 있다.
먼저 금화지에 들렀더니 역시 가뭄에 의해 수위가 많이 줄어들었다. 금화지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도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저 낮아진 수위를 회복하려면 웬만큼 비가 오지 않는 한 힘들 듯하다.
금화지에서 나와 금화계곡으로 향했다. 금화계곡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군데가 있는데 가장 쉬운 곳은 금화주차장이다. 주차장 전면에는 사방댐이 있고 그 아래로 식당과 경계가 진 구역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비가 안 오고 수량이 적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사방댐 쪽은 수위가 너무 깊고 물색도 탁해 보인다.
사실 금화계곡은 휴양림이 생기기 전이 훨씬 예쁘고 좋았고 물도 더 깨끗했다. 확실히 인공적으로 뭔가를 만들고 손을 대기 시작하면 환경적으로는 안 좋아지는 듯하다. 휴양림이 생기기 전에는 계곡 주위로 소나무, 참나무 류가 우거지고 도로는 단지 좁은 오프로드 임도뿐이었다. 지금은 그 길을 아스팔트로 밀어버려서 계곡 숲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휴양림을 만들자고 환경을 파괴하는 짓이라니.. 쯧.
계곡 역시 돌바닥으로 다지고, 사방댐과 계단식으로 직선화 해놓았다. 여러 차례 이야기 하지만 인공적인 계곡의 직선화는 자정작용을 떨어뜨리고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가뭄에서는 고인 물이 썩어 들어간다. 그렇게 예쁘던 금화계곡을 휴양림 시설이 들어오면서 다 망쳐졌다.
휴양림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금화계곡의 옛날 모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금화계곡은 너무 별로다. 그렇다고 물놀이가 불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가뭄이 극심한 지금은 물이 너무 없다.
관리사무소 가는 중간에 주차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도 계곡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여기의 계곡 상태도 휴양림 입구와 대동소이하다. 물이 별로 흐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금화계곡은 양 옆으로 쌓아놓은 돌담으로 자연스러움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제 금화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쪽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휴양림 주위를 둘러본다. 금화자연휴양림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은 폐광이다. 일제 강점기에 사금과 중석이 많이 나던 곳으로 소화광산이라 불렸다. 광복 이후 폐광이 되었고 지금은 관광화 차원에서 깨끗하게 정비를 해놓은 상태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이정표를 따라 광산으로 향했다. 두 개의 갱도가 있고 금화1갱도와 금화2갱도로 안내되어 있다. 가까운 2갱도에 먼저 갔다가 1갱도로 간다. 가는 길에 등산 안내도와 폐광체험시설 안내문이 있다. 위로 올라가다 보면 관리사무소 건물과 산림문화휴양관 건물이 내려다보인다.
사슴 조형물이 보이면 전방에 2갱도가 있다. 중간에 계단이 있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면 1갱도로 가는 길이다. 2갱도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습하지만 너무 시원하다. 어두운 갱도 안의 분위기가 매우 묘하다.
2갱도에서 1갱도로 이동하는 길은 계속되는 계단을 올라야 해서 꽤 힘들다. 이번에는 토끼 조형물이 보이면 다 온 거다. 2갱도는 안에 들어가야 시원하지만 1갱도는 토끼 조형물에 오면 벌써 시원하다. 1갱도 입구 앞은 전망대도 겸하는데 휴양림 시설과 가산의 산세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1갱도는 굳이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이 밖으로 마구 불어온다. 정말 에어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안에 들어가면 시원한 게 아니라 춥다. 그리고 1갱도를 2갱도보다 더 예쁘게 꾸며 놓았다. 하지만 예쁜 거 말고 폐광의 분위기는 2갱도가 더 오묘하다. 청도 와인동굴처럼 구간이 길지는 않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훨씬 시원해서 더 좋다. 여기가 의성 빙계계곡의 풍혈보다 100배는 더 시원하다.
2갱도에서 나와서 관리사무소로 돌아간다. 중간에 계곡을 건너게 되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계단식으로 정비를 해놓아서 고인 물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휴양림마다 계곡에 왜 이런 짓을 해놓는 것인지 정말 이해불가이다.
과거 임도였던 도로는 이제 아스팔트 포장이 다 되어 있어서 모래재를 넘어 편하게 가산리로 갈 수 있다. 모래재에는 가산바위로 가는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여기서 가산바위까지는 3.3km이다. 오래전 금화주차장에서 가산바위까지 간 적이 있는데 이동 경로가 길어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래재를 지나면 전망대 시설과 주차장이 새로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라고 해서 올라가 봤지만 전망은 별로 없다. 여기가 왜 전망대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주차장이 전망이 좋다. 주차장에서 팔공산 서쪽 능선과 비로봉이 조망되고, 팔공산까지 첩첩산중이 이어진다. 금화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루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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