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궁금했지만 가 보지 못했던 가산의 용소폭포를 찾아갔다. 인터넷에 대충 찾아본 바로는 들머리는 칠곡군 동명면에 소재한 계정사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용소폭포 찾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 길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대부분의 포스팅이 가는 길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어서 그냥 계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폭포가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더운 여름 수풀을 헤치고 다녀야 했던 고행길이었다.
계정사는 그다지 역사가 깊어 보이지는 않는 평범한 절집이다. 주불전인 대웅전도 지은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원색적인 색감을 지니고 있다. 주차장은 아주 넓어서 등산을 하거나 폭포를 보러 갈 때 차를 대기 편리하다. 매번 이야기하는 거지만 절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는 주차장에 대해서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계정사에서 나와서 극락교를 건너면 시멘트 길과 계단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무조건 계단 쪽으로 가야지 찾기가 수월하다. 가산바위로 등산을 하려고 한다면 둘 중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용소폭포만 보기 위한 거라면 계단으로 가야 한다. 나는 불행하게도 잘못된 포스트 정보를 보고 시멘트 길로 갔다.
시멘트 길로 가도 곧바로 우측으로 빠져서 등로와 합류한다. 사용하지 않는 듯한 창고 건물 옆으로 돌아 들어가도 되고, 좀 더 가면 보이는 묘지 안쪽으로 들어가도 되고, 아무 데로나 가도 상관없다. 다만 이 길로 가면 장담하건대 폭포를 찾기 위해서라면 실패할 확률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쪽 등로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고(계단 쪽도 마찬가지지만) 경사가 매우 가파른 된비알로 되어 있어 무척 힘들다. 그리고 혼자 가면 좀 무섭다(이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 나는 멋도 모르고 이쪽으로 왔다가 도로 왔던 길로 해서 내려가게 되었지만, 가산바위 가는 거 아니면 이 길은 비추다.
길은 빽빽한 숲으로 뒤덮여 있어 시야가 가리고 해가 잘 들지 않는다. 덕분에 땡볕을 피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헐떡대며 올라가다 보니 덥기는 매한가지다. 한참을 올라왔더니 갈림길에 닿고 시그널이 몇 개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폭포로 가는 이정표가 전무하다. 여기서부터 개고생 시작이다.
길을 잘 못 든 걸로 판단하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다 보니 좌우로 수풀이 점점 많아지더니 아예 뒤덮어 버려서 길을 가로막아 버린다. 진드기 문제도 있고 등산할 때 풀이 몸에 닿는 걸 극도로 꺼려해서 더 이상 못 가고 되돌아간다. 다시 아까 지나왔던 갈림길에 와서 이제는 올라간다. 풀은 별로 없지만 경사가 장난 아니다. 가산바위와 계정사 이정표를 만난다. 도대체 폭포는 어디?
그리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가족묘지에 당도한다. 묘지 뒤쪽으로 보이는 시그널 쪽으로 올라가니 전망이 정말 좋다. 명당이기는 한데, 성묘 한 번 오려면 무지 힘들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올라가 보지만 없다. 폭포 없다. 이러다가 가산바위까지 갈 거 같아서 그만 계정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뭐에 홀린 건지, 그 갈림길에 와서 다시 내려가 본다. 좌측으로 등로가 희미하게 보이길래 그리로 가 보았다. 뭔가 좀 있을 거 같았지만 역시나 길이 끊어진다. 포기하고 이번에는 진짜 계정사로 내려갔다. 그리고 깜박하고 두고 왔던 생수 꺼내서 벌컥벌컥 들이켜고, 그냥 집에 가려다가 혹시나 해서 계단 쪽 들머리로 다시 향했다.
건물을 끼고 오르니 돌무더기가 보이고 밭이 나온다. 밭을 지나니 묘지 두 기가 보이고, 묘지를 지나 수풀을 헤치고 산으로 진입한다. 시그널이 하나 달려 있어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여기는 그래도 처음 갔던 길처럼 경사가 급하지는 않다. 하지만 뭐 때문인지 바닥이 완전 돌무더기로 되어 있어 발이 무지 불편하다. 등산화 안 신었으면 아마도 발바닥 빵구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전민 집터로 짐작되는 돌담이 나온다. 화전민 집터가 있었던 것으로 봐서 과거엔 지금보다 훨씬 깊은 골짜기였음을 말해준다.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조용한 산골짜기에 졸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다.
곧이어 가산바위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깊은 산중이면서 날이 가문 것 치고 물이 영 없지는 않다. 계곡 인증사진을 남기고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올라가다 보니 1용소가 나온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아 폭포에는 물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가산 용소폭포라고 하면 1용소 위에 있는 폭포를 말한다. 다시 등산로를 조금 오르다 보면 드디어 용소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부 지도에서는 이 용소폭포를 와폭포로 표기하고 있다. 역시나 가뭄 때문에 물이 많이 없지만 폭포 주위의 바위 지형이 아주 멋지다. 가산의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숨겨진 멋진 폭포다.
사진 상으로는 물줄기가 잘 보이지 않지만 눈으로 볼 때는 그나마도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비가 너무 안 와서 수량이 줄어든 게 많이 아쉽다. 폭포의 길이는 맨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꽤 긴 거리를 내려오며, 중간에 소도 하나씩 있다.
폭포 옆 암반으로 기어서 올라가 봤다. 중간을 넘어가니 점점 가팔라지고 위험해 보여서 맨 위에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아마도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거라 보는데, 안전을 생각하면 안 가는 게 좋다. 여기서 구불러 떨어지면 아이고야~ 생각만 해도 아찔.
혹시나 해서 등산로를 따라 위로 더 올라가 보았다. 한참을 더 올라가서 큰 바위를 하나 지났더니, 어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하나 더 보인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폭포 아래에는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어 정말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생각해보니 이게 진짜 용소폭포고 앞전의 것은 와폭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팔공산의 지맥인 가산에 이런 멋진 곳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 이런 폭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혹시 접근하기 좋게 개발은 못하는 것인가? 일부러 자연 그대로 놔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엄청난 개고생 끝에 찾아낸 용소폭포라서 그런지 쉽게 찾은 것보다 더 멋지고, 힘들었지만 보람은 두배 이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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