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10월 27일에 대둔산에 다녀왔습니다. 주로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부르는데 그 수식어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단풍 시즌에 맞추어 알록달록한 색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나무들과 불쑥 솟은 기암절벽이 한 폭의 수채화와 같았습니다. 다만 케이블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유일한 에러였습니다.
대둔산에 간 이유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산을 잘 못 타는데 케이블카가 있는 산을 찾던 중 대둔산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약간 실수가 있었던 게 저는 케이블카가 정상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내려서 정상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했습니다. 컨디션도 별로 안 좋았는데 이넘의 산이 돌산이어서 조금 힘들었네요. 옛날이었으면 장난이었을 텐데 ㅋㅋ.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케이블카 타는 데까지는 조금 걸어야 합니다. 케이블카 타는 건물이 생각보다 작고 오래되었습니다. 케이블카 운행시간은 10시부터인데 도착하니 대기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좀 넘어서 탑승을 하게 되었는데, 저는 4인승 케이블카로 생각하고 있었다가 단체 입석 케이블카인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이용요금은 왕복 기준 성인 12,500원, 소인 9,500원으로 입석에 6분 정도 가는 것 치고 비싼 편입니다. 이게 왜 짜증 나냐 하면 케이블카 안에 서 있으면 경치도 잘 보이지 않고 방송으로 대둔산에 대해 가이드를 하지만 뭐가 보여야 말이죠.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 단체로 다닥다닥 때려 넣는 것도 좀 아닌 거 같고. 그래서 케이블카 감흥은 제로입니다. 팔공산 케이블카가 가격도 더 싸고 나름 스릴도 느껴지면서 더 재밌습니다. 거기다 4인승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죠.
케이블카에서 내려 출렁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 정상으로 가는 짧은 코스가 일반적입니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 산객을 반기고 얼마 가지 않아 빨간 출렁다리가 나옵니다. 출렁다리 길이가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조금 시시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날 일기예보는 날씨가 맑다고 되어 있었는데 구름과 안개와 미세먼지 때문에 날씨가 완전 꽝이었습니다. 안개와 미세먼지는 최저질의 사진 결과물을 보여주죠. 경치는 좋은데 날씨가 안 따라주는 정말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저 멀리 삼선계단이 보입니다.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결과물을 보니 짜증만 나네요. 출렁다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삼선계단으로 향합니다. 가파른 돌계단이 또 이어집니다.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돌이 너무 불편합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고 인공적으로 돌계단을 놓은 거 같은데 좀 오르기 좋게 만들 것이지, 이건 계단도 아니고 바위길도 아니고 뭣도 아닙니다. 삼선계단과 마천대 갈림길이 나오는데 삼선계단으로 진행합니다. 드디어 삼선계단이 보입니다. 계단 시작 부분에도 멋진 뷰가 조망되는데 안개와 미세먼지가 헬입니다. 삼선계단부터는 일방향 통행입니다. 일단 올라가면 못 내려오고 끝까지 올라가야 됩니다. 또한 마천대에서 하산할 때도 안전 문제 때문에 삼선계단으로는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계단 경사가 진짜 가파릅니다.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손잡이 잡고 가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고 올라갈 만합니다. 그런데 철 계단 폭이 너무 좁아 좀 불편하긴 합니다. 암봉의 규모가 설악산, 오대산처럼 크지는 않지만 당장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줍니다. 꼭대기 쪽의 참나무류는 이미 잎이 누렇게 말라가기 시작하는 걸로 봐서 단풍은 절정기에 달한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까지가 대둔산에서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입니다.
삼선계단을 끝까지 오르고 나니 감사하게도 한쪽 하늘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개는 건가 싶었으나 아주 일부분뿐이었고 이내 곧 다시 흐려집니다. 그래도 일부나마 사진에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천대를 향해 다시 돌덩이를 밟으며 올라갑니다. 마지막 돌 구간이 정말 길고 힘듭니다.
곧이어 나무 데크가 나오고 그 끝에 마천대가 있습니다. 마천대에 오르니 날씨가 조금 갤락 말락 합니다. 미세먼지가 있어 가시거리가 영 별로인 데다 햇빛이 잘 안 뜨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계속 기다리다가 더 이상 갤 거 같지 않아 하산합니다.
마천대를 뒤로하고 일방향 통행으로 하산합니다. 삼선계단으로 내려가면 안 됩니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 삼선계단 밑으로 다시 가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전망대 휴게소를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갑니다. 주차장에 와서 대둔산을 바라보니 여전히 안개와 미세먼지에 덮인 모습입니다. 좋지만 아쉬운 대둔산에서의 하루였습니다. 조금 힘든 구간은 있었지만 코스가 짧아 확실히 무리는 덜 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사람 많이 없을 때 여유 있게 즐기고 싶습니다. 단풍 시즌 때는 절대 안 갑니다. 산에는 원래 단풍 시즌에는 잘 안 가는데,, 사람에 치이기 때문에.
내려갈 때의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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