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 들어주는 영천 돌할매
올 한 해도 다 가기까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한 데에 감사하고 무탈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소원을 빌 텐데요. 오늘은 소원 빌기 좋은 곳 중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 돌할매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돌할매는 영천시 북안면에 위치해 있으며 대구에서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위치 상으로는 영천시와 경주시 중간쯤에 있으며 지형적으로는 동쪽의 관산과 서쪽의 평룡산 사이의 좁고 긴 골짜기 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돌할매의 내력, 「불타는 청춘」에 나왔던 돌할매
돌할매에 관한 확실한 내력은 미상이며 이 돌할매를 마을 사람들은 수백년 전부터 당산신으로서 모셔왔다고 합니다. 영천 돌할매는 수 십 년 전 방송을 통해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돌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전국 각처에서 이와 유사한 능력을 가졌다는 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영천 돌할매는 이런 비슷한 성격의 돌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돌할배도 있지만 돌할매와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 SBS 예능 프로인 「불타는 청춘」 영천 편에서 강수지와 출연자들이 이곳을 찾아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그때 강수지는 김국진의 소원을 대신 비는 것으로 방송에 나갔는데, 두 사람의 결혼을 돌할매가 들어준 것일까요 ㅎㅎ? 방송 화면에 보면 강수지가 소원을 빈 후 돌을 들었는데 처음보다 굉장히 무거워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의 사실 유무를 떠나서 돌 무게가 달라지는 거 자체가 매우 신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절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고속도로에서 북안면으로 빠져서 돌할매로 가다 보면 마현지라고 하는 저수지가 나옵니다. 돌할매에 가보면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그 물을 모아 저수지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저수지 주변의 산들이 누렇게 물들면서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수지에서 돌할매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돌할매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모습입니다.
돌할매 길 건너에 휴게소가 보이고, 대구댁이라고 적힌 무인 농산물 판매소가 있습니다. 늙은 호박이 놓여 있는데 얼마에 파는 건지 적혀있지 않네요 ㅎㅎ. 또한 작은 조각공원이 만들어져 있고 이름은 돌할매 공원이라고 붙여놓았습니다. 할머니 석상 외 여러 조형물이 놓여있으며 별달리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주위의 썰렁함을 채워주는 기능, 그 외에는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돌할매 관리소 건물 옆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 있고 돌할매를 보호하는 전각이 보입니다. 이 전각은 반 석조 건물로 TV에 소개될 당시만 해도 없었으며 1998년 12월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촛불을 켜고, 연등을 달고, 소원문을 다는 것으로 봐서는 거의 절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석불상까지 옆에 있습니다. 그러나 절은 아닌 듯, 스님도 없어 과연 뭘로 정의를 내려야 할지 참으로 애매합니다.
- 소원 비는 법
전각 앞으로 가면 돌할매가 안치되어 있고 천정에는 연등이 달려 있습니다. 돌할매는 타원형의 알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전각은 바위 절벽 아래 만들어져 있으며 절벽 아래로 개울이 흘러갑니다. 돌할매 주변과 계곡에는 이미 나뭇잎이 수북이 떨어지고 있고 겨울을 준비하듯 나무는 가지가 앙상해지고 있습니다.
소원을 빌 때는 절대로 웃거나 장난치지 말고 엄숙한 마음으로 하셔야 합니다. 먼저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향초를 밝히고 정숙히 기도를 하라는데, 향초는 사야 하는 것이니 그냥 하셔도 될 듯합니다. 뭐 할매가 돈을 밝히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소원을 말하기 전에 합장하여 삼배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듭니다. 돌의 무게는 약 10kg이며 이 무게를 잘 기억해 둡니다. 그리고 본인의 신분(주소, 성명, 나이)을 밝히고 소원을 빈 다음 다시 돌을 들어봅니다. 이때 돌의 무게가 처음보다 무겁거나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 돌할매 주위 먹을거리
돌할매 주위는 너무 시골이라서 먹고 즐길거리는 거의 없지만 처음에 보았던 휴게소에서 라면, 어묵 등의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습니다. 예전에 먹어봤는데 꽤 맛있었으니 이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오늘 보니 군고구마도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 겸 화장실이 있고 안에는 돌할매 문화센터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12월 15일부터 문화센터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네요.
문화센터 길 건너에는 할미돌이라는 카페, 식당, 매점을 겸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그만 장염에 걸린 터라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들를 일이 있을 때 꼭 한 번 커피와 식사를 해볼까 합니다. 돌할매 주위의 풍경은 보통의 시골 마을 느낌이 들지만 그 분위기가 썩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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