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무심코 지나갔던 것이었는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쓰게 된 글입니다. 지금까지 수지에 관한 글들이 많았으나 이 글은 영동에서 있었던 국진에 관한 내용입니다. 방송 화면만 보고 상상한 것이니 재미로 읽어주세요~.
영동 예고편에만 나오고 짤린 장면인데 이 다음이 정말 궁금했었죠.
첫째 날 밤, 불청 식구들은 폐교 공포 체험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밤늦은 시각, 남자들은 방에 누워 있고 여자들은 화장을 지우는 등 신변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화는 야참으로 먹을 잔치국수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국진은 태화가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하나둘 씻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는데 혜선과 (허)윤정이 나오는 것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그리고 윤정이 밖으로 나올 때 방 안에는 거울을 보고 있는 수지가 잠깐 보입니다. 이때 역시 국진은 태화와 함께 있는데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매우 심란해 보입니다.
혜선과 윤정이 밖으로 나오고 태화 근처로 모이자 국진이 고개를 숙인 채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획 돌리더니 반대편으로 걸어갑니다. 그 표정은 자막에 나온 대로 쓸쓸해 보이면서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은 것처럼 큰 고민에 빠진 모습입니다. 그런 얼굴을 하고 그가 향한 곳은 여자 방이 있는 한쪽 끝이었습니다. 아마도 국진은 여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방에는 수지 혼자이거나 완선과 둘뿐이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 새벽, 이때 국진은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동은 비교적 초반 여행지였고 두 사람이 좋아한다 해도 아직 백 퍼센트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 단계였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 이 영동 여행에서는 시작부터 국진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건들이 많았으리라 보는데 새 친구를 마중 나가는 수지의 질투 유발과 게임 중 수지를 어부바 한 것, 그리고 점심 식사 준비 중에 나왔던 수지의 주위 사람들의 오해에 관한 발언 등이 그것입니다. 국진이 제작진을 향해 손사래를 치는 장면에서도 보이듯이 이때까지도 국진은 수지의 포지션이 어떠한 상태인지 긴가민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와중에 결정적으로 폐교 공포체험에서의 수지의 행동이 그의 마음을 아주 뒤흔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수지는 학교 안에서 국진에게 자신의 한쪽 몸을 아주 밀착시켜 버리고 그것도 부족해 나오면서 손까지 꽉 붙잡습니다. 미션을 빙자한 것이었지만 이때의 국진의 기분은 엄청나게 여운이 많이 남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새벽에 국진은 폐교에서의 기분이 자꾸만 생각나고 밝은 달빛 아래 마음은 싱숭생숭, 한편으로는 과연 이 여자가 방송을 넘어 나에게 진짜 마음이 있는 것인지, 실제로 자신이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지 등등 매우 복잡한 기분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수지가 있는 여자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한참을 서성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달을 보면 그녀의 얼굴이..
한동안 수지의 계속되는 두드림에 답답할 정도로 무심하게 반응하던 국진의 행동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런 장면을 통해 그가 왜 그랬을지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안에서의 국진의 수지섬 인터뷰는 이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지가 지리산에서 했던 30도가 넘는 날씨에 집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는 바로 국진의 이런 면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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