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곡삼거리 - 덕곡마을
파계삼거리에서 지묘동 방향으로 가다 보니 둘레길 안내판이 보이길래 잠시 차에서 내렸다. 이곳은 팔공산 둘레길 5구간이라고 되어 있었고 덕곡삼거리에서 대왕재까지 약 5.8km에 달하는 구간이다. 그런데 이정목이 가리키는 대왕재 들머리는 잡풀과 덩굴식물로 뒤덮여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둘레길 탐방객이 거의 없어 그런 듯하다.
나는 그냥 둘레길은 가지 않고 덕곡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길 우측으로는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이 꽤 많이 흘러내린다. 팔공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군데군데 개천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농가를 끼고 흐르는 경우가 많다.
태풍으로 더위가 한풀 꺾이나 싶더니 후텁지근한 날씨가 다시 시작이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배 아래로 땀이 줄줄 흐른다. 이곳 덕곡마을에는 식당이 꽤 많이 들어서 있고 좁은 도로에는 차들이 많이도 지나다닌다. 마을 너머로는 멀리 팔공산의 산줄기가 멋지게 조망된다.
걷다 보니 효행각이라는 낡은 비각이 하나 나온다. 효자 우원도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1894년에 건립된 정려각이라고 한다. 앞에는 강아지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뒤로는 민가 담장이 돌러져 있어 왠지 행색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식당 간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마을 상수도 취수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집수정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길은 얼마 가지 않아 큰 도로와 만나면서 끝이 난다.
마을 위 고바위로 올라가 보았다. 마을이 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어서 계속 오르막을 오르게 되어 있다. 올라갈 수록 전망은 좋아지고 팔공산 줄기는 점점 더 잘 보인다. 하지만 덕곡마을 탐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계속 올라가기에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너무 덥다.
대한수목원
덕곡삼거리에서 지묘동 방향으로 300여 미터 쯤 내려가면 대한수목원이라는 데가 있다. 이곳은 개인이 1991년부터 나무를 심으면서 정성 들여 가꾼 정원 겸 수목원으로 일반에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대구 사람도 잘 모르는 팔공산 알짜 관광 코스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어르신과 함께 와볼 만하다. 아니 아이와 함께 와도 재미있다.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1주차장, 2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대기도 매우 편리하다. 입구에는 '하늘아래 낙원', '대한 수목원'이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우뚝 솟은 응봉 아래 수목원이 조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수목원 아래에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 내리는데 앞서 소개한 덕곡마을에서 내려오는 물과 파계사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진 것이다. 이 물은 계속 아래로 흘러가며 동화천에 합류한다.
다시 대한수목원으로 돌아가보자. 대한 수목원 안에는 식당과 카페가 있고 정원 뒤로는 가볍게 산을 오르며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식당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아 뭘 파는지 모르겠고 카페는 커피와 음료를 판다. 당연한 소리인가? 아무튼 카페는 꼭 한 번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2층에 재밌는 게 있기 때문이다. 옛날 물건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2층 공간은 따로 안내하고 있지도 않아서 모르는 사람은 그냥 1층에서 음료만 먹고 지나치는 것이고 한 번 올라가 본 사람은 행운을 얻게 되는 뭐 그런 식이다.
전시물은 어떤 명확한 컨셉 없이 이것저것 모아 놓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요즘 세대에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정원 뒤에 나 있는 선녀탕·나무꾼탕이라고 적힌 푯말을 따라 올라간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올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연못 하나가 나오는데 아마 그것을 이르는 것으로 짐작된다.
길은 얽기설기 여러 방면으로 계속 나 있는데 산사면 자체에 나무를 심고 연못과 분수를 만들어 가꾸어 놓았다. 곳곳에 쉴 수 있는 정자가 있고 산 아래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걷다 보면 돌과 바위가 비탈을 덮은 너덜겅 지대를 구경할 수 있다. 너덜겅은 팔공산이나 비슬산 등 대구 근방 산지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산지 지형이다. 이 너덜겅 앞에 예수 그리스도와 부처의 입상이 함께 세워져 있다. 두 종교의 화합을 진심으로 바라는 수목원 주인장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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