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공원 옥연지 둘레길 걷기
햇살 좋은 날을 맞아 옥포 송해공원의 옥연지를 방문했다. 옥연지 주변 풍경은 예전과 비교해서 너무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이 주변이 모두 농촌, 논과 밭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맑은 공기와 자연의 소리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지금은 대부분 개발되어 도로와 건물과 차와 사람으로 넘친다. 대신 산책을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 보내기에는 좋아졌다. 둘 중 어느 게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풍경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대땅 큰 송해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곡과 만나는 옥연지 끝으로 가보자. 송해공원 옥연지 둘레길 안내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여기가 둘레길의 시작인가 보다. 오늘의 목적은 데크 로드를 따라 옥연지를 한 바퀴 걷는 것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옥연지 한 바퀴를 도는 둘레길 총거리는 3.2km이다. 시작 지점에서 좌측 수변길을 따라 걸었다.
옥연지에서 도로 건너에 보이는 길게 뻗은 산이 함박산이다. 산 너머 기내미재에서 시작해서 이곳 기세리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있고 송해 선생 묘도 거기에 있다. 달 조형물이 보이는 저수지 반대쪽에 송해기념관도 보인다. 옥연지에 비친 함박산의 반영이 그림 같다.
조금 더 걸어가면 담소전망대와 쉼터가 나오는데 여기에 금굴 가는 길도 있다. 계곡을 따라 산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금굴 입구가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만든 굴이라는데 생각보다 길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입구 앞에 안전모가 비치되어 있는데 쓰고 들어가는 사람 나밖에 없더라 ㅋ.
입구 쪽의 자주색 조명이 예쁘다. 공룡 눈알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에 부담 없이 들어갔다 나오기 좋다.
데크 로드를 따라 올라갈 수록 지나다니는 사람이 줄어든다. 1/3 정도 걸었을까, 흔들다리가 나오고 전방에 구름다리도 살짝 보인다. 제방에 다 와간다는 이야기겠지. 길이는 짧지만 출렁출렁 거리는 게 재밌다. 하지만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안 좋을 거 같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회하는 길도 있다.
자주색 난간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옥연지 제방이다. 오른쪽 절벽에는 인공폭포가 있고 옥연지에 가둔 저수는 수로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그리고 둑 끝에는 송해 선생의 흉상이 만들어져 있다.
이제 둑을 따라 반대쪽으로 걸어보자. 둑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보국사는 예나 지금이나 거기 그대로이고, 옥연지 아래로는 옥포읍 일부가 내려다보인다.
둑 길을 건너면 차도와 함께 놓인 송해공원 둘레길이 시작된다. 벚꽃 로드이기도 한 이 길은 봄에 걷기 좋으나 그늘이 별로 없어 햇빛이 강한 여름에는 더울 듯하다. 옥연지가 나름 넓은 저수지라 둘레길이 꽤 길지만 걷는 동안 지루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걷고 걸어 송해기념관과 점점 가까워진다. 송해기념관이 이곳에 생긴 이유는 왠만한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송해 부인의 고향이 달성군이고, 송해는 이곳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해의 부인 석옥이 씨는 2018년 세상을 떠났고 여기서 가까운 기세리 함박산 기슭에 묘를 썼다. 그리고 2022년 영면한 송해는 먼저 잠든 부인의 옆에 나란히 묻혀 있다.
송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나는 전국노래자랑의 애청자가 아니었고 송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송해 선생은 내가 꼬꼬마 시절부터 TV 속에 늘 있어 왔지만 인식하지는 못하는 공기 같은 존재였고, 그런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곧 인생무상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송해의 죽음은 지금까지 접해왔던 다른 연예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송해 선생은 향년 95세로 돌아가셨다.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송해는 인생 자체가 영화이고, 몸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소임을 놓지 않았다. 정말로 이분의 인생 스토리는 아름답게 느껴지고, 생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간 존경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해기념관 1층에는 기념품 판매장이 있다. 도마, 주걱, 액자 같은 나무 제품부터 머그컵과 식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머그컵이나 비누, 수건 같은 건 실용적이기도 하고 기념으로 구입할 만하다.
백세교를 건너서 백세정을 지나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으로 나가면 둘레길 걷기가 마무리된다. 백세정과 백세교의 이름은 어떤 의미에서 붙여진 걸까? 혹시 송해 선생의 100세를 기원하면서 지은 이름인가? 그렇다면 왠지 서글퍼진다.
물레방아에서 가까운 쪽에 조명시설들이 많이 떠 있다. 달 조형물과 함께 밤에 와서 보면 아주 예쁠 것 같다. 하트터널 역시 밤에 오면 조명이 들어온다.
송해선생 부부 묘소와 소계정
가까운 곳에 송해선생 부부 묘소가 있으니 송해공원에 왔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송해기념관 건너 쪽에 나 있는 산길로 쭉 올라가면 되니 찾기는 쉽다. 전봇대 앞에 '송해선생 부부 묘소 가는길 350m'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 있다.
마른 계곡을 따라 포장된 시멘트길을 올라가다 보면 얼마 안 가서 묘소에 닿는다. 볕 좋은 자리에 부부가 함께 묻혀 있다. 작년에 송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참배객이 참 많이들 왔다고 한다. 오늘도 부부 한 쌍이 송해 선생을 보러 와 있었다.
비석 한쪽에는 2022년, 다른 한쪽에는 2018년이라고 적혀 있다. 송해 선생과 그의 부인이 돌아가신 해이다. 합장묘의 분위기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 참고로 송해 선생 묘소 옆으로 등산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기내미재로 넘어가는 길이다.
돌아갈 때는 소계정이 있는 기세리 선견지마을로 내려갔다. 내려가다보면 지대가 높아서 옥연지가 살짝 내려다 보인다. 갈림길이 나오고 소계정 가는 길 팻말이 보인다.
가운데 마루가 있는 정면 3칸의 일반적인 영남 지방 정자 건물인 소계정은 소계 석재준을 기리기 위해 1923년에 건립한 것으로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들어가서 누마루에 앉으면 열려있는 문간채 대문 뒤로 옥연지의 백세정이 정확하게 가운데 놓인 것을 볼 수 있다. 잘 모르겠지만 우연의 일치는 아니고, 일부러 백세정을 소계정과 일직선 상에 놓은 듯하다.
소계정에서 나와서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소소한 벽화가 눈에 띈다. 조용하고 소박해 보이는 기세리 마을의 골목 풍경이 의외로 마음에 든다.
핸즈커피 송해공원점
송해공원 근처에는 식당과 카페가 아주 많다. 특히 카페가 정말 눈에 많이 띄는데 옛날과 비교해서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많은 카페들 중에 원픽은 단연 핸즈커피 송해공원점이다. 핸즈커피는 프랜차이즈임에도 다른 커피 전문점 커피와 비교해서 확연히 맛의 차이가 날 정도로 원두 품질이 좋다.
건물의 외관은 적벽돌의 외벽, 가로로 길쭉하고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다. 요즘 베이커리 혹은 디저트 카페의 특징은 문이 디따 크다는 거다. 매장 안 느낌은 내가 좋아하는 살짝 어두운 톤, 제일 싫어하는 게 하얀색과 밝은 조명, 하얀색은 정신병원이 생각난다.
디저트 종류 꽤 많고 맛도 좋다. 커피 맛은 말해 입 아프다. 주문한 건 롱블랙과 바스크 치즈케익, 롱블랙은 2샷으로 진하게 만든 핸즈커피만의 아메리카노라고 보면 된다.
핸즈커피 롱블랙은 마셔보면 알겠지만 정말 부드럽다. 한 모금 마시면 스타벅스 똥커피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적당한 촉촉함과 꾸덕함을 지닌 바스크 치즈케익도 너무 맛있네. 롱블랙과 환상의 궁합이 아닐지.
'여행과 답사 > 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서구 과비산(작봉) 산행 - 마비정벽화마을 출발, 증봉(삼필봉) 경유 (1) | 2023.10.24 |
---|---|
대구 비슬산 투어버스 이용 천왕봉 억새 탐방 (feat. 카페 슬로우스톤) (0) | 2023.10.21 |
팔공산 명품 전망 인봉 산행 (feat. 북지장사, 방짜유기박물관) (0) | 2023.09.21 |
대구 북구 칠곡 운암지수변공원과 구암동고분군 발굴 현장 탐방 (0) | 2023.04.21 |
달성군 교향리 이팝나무 군락지 개화 상태 (1) | 2023.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