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비정벽화마을 뒷산인 삼필봉 중에 미답지인 과비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삼필봉 가운데 하나의 봉우리인 과비산은 주로 작봉이라고 부르고 황룡산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비산은 다이렉트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꼭 다른 장소를 경유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삼필봉을 지칭하는 증봉을 거치거나, 수밭골을 경유해서 오거나 해야 했습니다. 저는 단지 과비산만 올라갔다 내려오고 싶은데 말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길이 마비정벽화마을에서 증봉을 거쳐 목적지인 작봉에 오른 다음 원점회귀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9km나 걷게 되었습니다.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 다시 찾아보니 수밭골의 수전지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는 것 같은데 등산로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그 길이 최단 거리 같습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마비정벽화마을 앞에 주차장이 있지만 뒤쪽에도 주차공간이 있고 거기서 마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쉬엄쉬엄 마을을 구경하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물레방아가 있는 전망대까지 왔는데 삼필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없습니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여기가 아니라 우물과 거북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대나무 산책로 가는 길 표시가 있는 거로 봐서 이쪽으로 가도 될 거 같은데 괜한 알바 하기 싫어서 다시 돌아갑니다.
옛날에는 마비정벽화마을에 오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주말에도 한산합니다. 벽화마을이라는 관광 트렌드가 이제는 끝나버린 걸까요? 아니면 이미 올 사람들 다 와봐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걷다보니 거북바위와 남근갓바위가 보이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바로 옆으로 나 있습니다. 대나무 터널을 지나서 한적한 숲길이 이어지고 숲이 참나무로 우거져 있어 땅에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걷기 좋은 산책길을 벗어나면 소나무숲과 쉼터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쉼터에서 잠시 정비를 한 다음에 등산을 이어갑니다.
중간에 살짝 본리리 농지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숲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마비정벽화마을에서 1.5km 정도를 지나면 삼필봉 주능선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증봉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작봉까지 이어집니다. 갈림길이 여러 갈레로 나뉘어 있어 헛갈리는데 마비정벽화마을길 바로 오른쪽 오르막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여기서 증봉까지는 300m 밖에 되지 않지만 오르막 경사가 매우 급하고 돌길이라 꽤나 힘듭니다.
삼필봉 세 봉우리 가운데 송봉 전망대가 가장 좋지만 증봉 전망도 나름 좋습니다. 증봉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달성군에서 두류공원까지의 대구시를 조망할 수 있고 옥포, 본리리, 멀리 가야산, 금오산, 유학산, 팔공산까지 보입니다.
정상 면적도 송봉이 증봉보다 더 넓은 것 같습니다. 한쪽에 삼필봉이라고 적힌 표석이 증봉 안내문과 함께 꼽혀 있습니다. '꼭대기에 얹혀있는 바위가 떡시루처럼 생겼다 하여 '시루봉' 즉 '증봉'이라 하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원래는 송봉, 증봉, 작봉을 아울러서 삼필봉이라 불렀으나 현재는 증봉을 삼필봉으로 이르나 봅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간간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리고 일기예보보다 날씨가 더 좋았던지 멀리까지 잘 보였습니다. 오래 머물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조금만 쉬었다가 과비산(작봉)으로 향합니다.
삼필봉(증봉)까지가 준암산 형태라면 작봉은 육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작봉 정상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걷기 편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증봉에서 조금 가다 보면 바위 조망점이 나오는데 앞산과 청룡산이 조망됩니다.
걷다 보면 한번씩 관목숲이 나타나는데 주위 풀들과 관목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참 예쁩니다. 증봉을 지나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중간 전망대까지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중간 전망대에서는 월광수변공원이 있는 도원지와 수밭골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는 도원지 너머 월배와 청룡산, 앞산, 학산공원, 와룡산까지 조망됩니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가면 체력단련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증봉에서 작봉까지의 딱 중간 지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빨리 작봉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체감상 오래 걸리는 기분입니다.
이건 나중에 작봉에서 내려오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체력단련장에서 길이 두 갈레로 나뉩니다. 하나는 사면길, 하나는 능선길인데 딱히 둘 중에 뭐가 낫다고 하기가 애매하네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가다가 사면길로 빠져버렸습니다.
산사면이라서 확실히 그늘이 지고 땀이 식으니 춥기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완만하다가 너덜겅 지대를 여러번 통과한 후에 쌍룡녹색길 67번 표식이 보이면 급경사가 시작됩니다. 71번 표식까지 올라가야 되고 미친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작봉은 송봉과 증봉과 달리 조망이 없는 봉우리인데 계단 올라가다 보면 수밭골과 도원지를 볼 수 있는 조망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계단이 딱 끝나면 바로 작봉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ㅋㅋ. 사면길은 이렇게 둘러서 오는 거기 때문에 작봉까지는 한 150m를 더 가야 합니다. 계단이 끝나는 곳은 단지 갈림길이고 여기서 청룡산, 도원지, 삼필봉, 용연사로 길이 갈라집니다.
삼필봉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드디어 쉼터 겸 정상에 도착합니다. 전방을 보니 이정목이 있고 아까 체력단련장과 연결되는 능선길이 보입니다.
작봉 정상은 이제 조금씩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네요. 작봉은 사방이 다 막혀 있어 조망은 없지만 주위에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이 물들면 꽤 예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단풍잎이 이제 조금씩 빨개지고 있는데 아주 조금 물든 거지만 그래도 예쁘네요.
능선 하산길은 참나무 낙엽이 너무 많아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가다 보니 길이 참 지랄맞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동네 뒷산이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이제 체력단련장부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거라 많이 지겨웠습니다. 마비정벽화마을에서 옥수수와 감주 하나 사서 먹으니 꿀맛이네요. 여기 옥수수가 오래전에 먹어봤지만 역시 맛있더군요. 메뉴판에는 감주가 아닌 단술이라고 적혀 있는데 단술, 감주, 식혜 다 같은 말, 오래전부터 경북에서는 식혜를 단술이라 했었는데 요즘은 단술이란 말을 잘 안 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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